[국가 창업시대] (3) 버린 감태, 미슐랭으로...방앗간은 관광명소化
로컬창업 기업 매출·수출, 소상공인 2배
보조금 아닌 ‘아이디어→투자→정부 매칭’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충남 서산 앞바다에서 나는 해조류 감태는 오랫동안 지역에서 소량 소비되고 나머지는 버려졌다. 갯벌에서 건져도 팔 곳이 없었다. 그 감태가 지금은 런던 고든 램지 레스토랑 주방에 오른다.
모토로라 엔지니어 출신인 송주현 대표는 퇴직금을 털어 서산에 감태 가공 공장을 세웠다. 시장 개척 방식이 독특했다. 국내 유통망을 두드리는 대신, 세계 미슐랭 레스토랑 셰프들에게 직접 편지를 보냈다. “이런 식재료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반응은 예상을 뛰어 넘었다. 셰프들이 먼저 연락해오기 시작했고, 납품처가 하나씩 늘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홍콩, 대만 등 16개국에 수출하고, 런던 고든 램지 레스토랑에도 납품 중이다.
정부 지원은 그 다음이었다. 민간투자를 유치한 뒤 중소벤처기업부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 로컬 브랜드 부문 상위 7개사에 선정돼 정부 매칭 지원을 받았다. 아이디어가 시장을 열고, 시장이 투자를 불렀으며, 정부는 마지막 퍼즐이었다.
강원 원주의 옥희방앗간은 ‘계승’에서 혁신이 나왔다. 1972년 할머니가 세운 방앗간을 손녀 문지연 대표가 물려받아 ‘깨 로스터리’로 재해석했다. 크림 들깨 라떼, 들깨 불콜라 아이스크림 같은 제품을 개발하고, 방앗간 공간 자체를 식문화 체험 콘텐츠로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이후 5년 만에 외국인 관광객이 200% 늘었고, 현재 식문화 체험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월 40팀씩 방문한다. 2023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 라이콘(LICORNㆍ로컬 혁신 기업) 기업으로 지정돼 투자ㆍ브랜딩 지원까지 연계됐다.
두 사례는 개별 성공담이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로컬창업 지원 기업의 1인당 고용은 3.3명으로 전체 소상공인(1.6명)의 두 배를 넘는다. 연매출도 3억9600만원으로 전체 소상공인(1억9900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수출 참여율은 7.4%로 전체 소상공인(0.8%)과 비교해 9배 이상 높다. 로컬창업 기업에 정부 투자를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기린컴퍼니나 옥희방앗간 같은 사례는 정부가 만들어준 게 아니라 창업가의 아이디어가 먼저 시장을 열었고, 정부는 그 뒤에서 뒷받침한 것”이라며 “이번 ‘모두의 창업’과 LIPS는 이 순서를 전국 단위로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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