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판막협착증’ 증상 없어도 일찍 수술하면 10년 이상 장기 효과 나타나

고령층의 대표적 심장질환인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증상이 없어도 일찍 수술하면 사망률 감소 효과가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강덕현 교수 연구팀은 무증상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조기 수술 후 사망 감소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을 분석해 의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에 발표했다고 26일 밝혔다. 강 교수는 2019년에도 해당 질환의 조기 수술이 사망률을 낮춘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같은 학술지에 게재했다.
심장에서 온몸으로 피를 내보내는 대동맥에 연결되는 지점에는 혈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의 대동맥판막이 있는데, 이곳이 노화로 딱딱해지는 석회화가 발생하면서 제대로 열리지 못하는 질환을 대동맥판막협착증이라 한다. 국내에선 고령 인구가 늘면서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꼽힌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주된 증상은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이지만 환자 3명 중 1명은 아무런 증상이 없어 심장초음파 등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없어도 급사할 위험이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의 표준 치료법은 손상된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대동맥판막치환술이다. 이전까지는 무증상 환자에게 언제가 최적의 수술 시점인지를 알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세계 심장학계에서 오랜 논쟁이 이어져 왔으며, 대동맥판막치환술의 합병증 위험을 우려해 주의 깊게 관찰만 하다가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을 시행하는 방침을 주로 권고했다. 그러나 2019년 강 교수가 증상이 없어도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조기에 수술하는 것이 심혈관 사망률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하면서 차차 질환 진단 후 2개월 이내에 조기 수술을 시행하는 쪽으로 전 세계 진료 지침이 바뀌었다.
다만 일찍 수술을 받은 뒤 인공판막의 장기적인 내구성 한계와 항응고제 장기 복용에 따른 합병증 위험 등이 사망률 감소 효과를 감쇄시킬지에 대한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연구진은 판막 입구가 0.75㎠ 이하로 좁아진 무증상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중 조기 수술을 받은 73명과 보존적 치료를 받은 72명 등 145명을 평균 12년간 추적 관찰했다.
두 환자군을 비교한 결과, 수술 또는 심혈관 사망 발생률은 보존적 치료군(24%)보다 조기 수술군(3%)이 크게 낮았다. 모든 원인에 의한 전체 사망률 역시 보존적 치료군(32%)보다 조기 수술군(15%)이 더 낮게 나타났다. 또한 시간 경과에 따른 사망 위험을 통계적으로 비교 분석했을 때도 10년 후 수술 또는 심혈관 사망 발생률은 보존적 치료군(19%)과 조기 수술군(1%)이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보존적 치료군 환자 중에선 대동맥판막치환술을 받거나 사망한 비율이 5년 후 74%, 10년 후 97%로 나왔다.
연구진은 조기에 수술을 받아도 이후 인공판막 기능에 문제가 생기거나 항응고제를 장기간 사용해서 생기는 사망 위험이 높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일찍 수술을 받아 얻은 사망 감소 효과가 10년 이상 지속됐다고 해석했다. 강 교수는 “중증 대동맥판막환자들은 증상이 없는 기간에도 판막 협착이 악화되면서 심장이 손상돼 급사 위험이 증가하고, 증상이 발생하면 판막치환술을 시행해도 손상된 심장이 회복되지 않아 심혈관 사망 위험이 지속될 수 있다”며 “증상이 없어도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진단받았다면 전문의의 권고대로 조기에 치료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우수하고 열정적인 심장혈관흉부외과 의료진의 지원에 힘입어 연구를 완성할 수 있었고,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내 전 세계 심장환자들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10년 이상 연구를 수행한 덕분에 이러한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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