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고수익 상품 대기업에 몰아준 금융사

이종민 2026. 3. 2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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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A사의 운용수익률은 고객의 '크기'에 따라 달라졌다.

300인 이상 대기업 고객 운용수익률은 산술평균 3.80%에 달했지만, 30인 미만 영세기업의 수익률은 2.80%에 그쳤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이들 사업자는 판매 물량이 한정된 고수익 상품을 적립금 운용규모가 큰 대기업이나 주요 고객에게 몰아주고 영세기업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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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사업자 46곳 사례 공유
대기업 운용수익률 평균 3.80%
영세기업은 2.80% 그쳐 ‘불이익’
‘만기재예치’ 방식 장기 가입 운영
높은 금리 선택 못하게 부실 관리
수익률 낮은 계열사 상품 가입도
‘실물이전’ 제도도 제대로 안 알려
금감원, 자체 점검결과 보고 요구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A사의 운용수익률은 고객의 ‘크기’에 따라 달라졌다. 300인 이상 대기업 고객 운용수익률은 산술평균 3.80%에 달했지만, 30인 미만 영세기업의 수익률은 2.80%에 그쳤다. B사 역시 가장 금리가 높은 예금 상품의 가입 비중이 중소기업은 5~10% 수준에 불과한 반면 나머지 90% 이상을 대기업이 독차지했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이들 사업자는 판매 물량이 한정된 고수익 상품을 적립금 운용규모가 큰 대기업이나 주요 고객에게 몰아주고 영세기업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적립금 규모가 커 협상력이 강한 대기업 고객의 이탈을 막고, 우량 상품 물량을 효율적으로 소진하기 위한 목적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뉴시스
◆수익률 불리해도 계열사 상품으로

금감원은 25일 퇴직연금사업자 46곳의 준법감시인과 업무 담당자를 불러 이 같은 검사 지적사례를 공유했다. 최근 검사에서 확인된 근로자의 수급권이 침해된 경우나 선관주의 의무(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 미이행 사례 등을 알리고, 사업자의 자율적인 준법 역량 강화를 유도하기 위한 차원이다.

검사 결과 기업 규모별 차별 외에도 다수의 ‘관리 부실’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C사의 경우 50인 미만 기업 사용자의 74.8%가 기존 상품에 다시 가입하는 ‘만기재예치’ 방식으로 장기 가입 중이었다. 기존 상품보다 더 높은 금리의 유리한 조건의 상품이 있었지만, 새로운 상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거나 합리적인 상품 선택을 유도하기 위한 비교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방치한 것이다.

계열사 몰아주기와 장기 미운용 방치 사례도 지적됐다. D사의 DB형 가입자 70%는 동일 신용등급의 타사 상품보다 수익률 측면에서 명백히 불리함에도, 자사 계열사가 발행한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적립금을 운용했다. E사업자는 1년 이상 적립금을 현금으로만 두고 운용하지 않는 확정기여형(DC) 가입자 비중이 무려 31%에 달했다. 타사 확정기여형 장기 미운용자 비율(0.1~11%)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가입자에 대한 관리 소홀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선관주의 따라 지원·안내”

가입자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권익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관행도 드러났다. 다수의 사업자가 DC형 가입자가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퇴직급여를 이전할 때, 운용 중인 금융상품을 매도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실물이전’ 제도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상당수 가입자가 불필요한 수수료를 부담하거나 일정 기간 운용을 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겪었다.

연금지급 개시 이후 가입자의 재정·건강 상태 변동에 따른 기간이나 금액 변경을 허용하지 않거나, 자산관리계약 방식에 따른 세금 및 수수료 부과 차이를 충실히 안내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금감원은 이번 지적사례에 대해 각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제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자의 업무처리 적정성을 면밀히 확인하고 위법·부당행위를 계속해서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퇴직연금이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 보장을 위한 핵심적인 제도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근로자 수급권 보호 등 제도의 기본적인 원칙을 간과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사업자가 선관주의 의무에 따라 가입자에 대한 지원과 안내를 더욱 적극적으로 제공할 것을 주문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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