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멈출라”… 다주택자 이주비 대출 ‘0원’에 건설사 나섰다
1주택·다주택자 등 구분해 개최 예정
다주택자 이주 지연에 사업 정체 우려
시공사 추가 이주비 대출 여력 중요 변수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 수위가 연일 높아지면서 재건축 사업도 다주택자 조합원에 대한 전략 마련에 나섰다. 다주택자는 현재 금융기관으로부터 기본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조합에서 추가 이주비 대출을 실행해 이주 비용을 마련하고 있다. 조합은 시공사의 신용공여를 기반으로 사업비를 확보해 다주택자의 이주 비용을 빌려준다.
26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4월 중 이주비 대출에 대한 조합원 설명회를 개최한다. 조합은 4월 1일에 1주택 소유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 뒤 7일 다주택 소유 조합원을 대상으로 이주비 대출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주비 대출은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이주해 머물 전셋집을 마련하거나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하고자 빌리는 비용이다.
최근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가 더 강화되면서 조합원의 주택 소유 수에 따라 이주비 대출 설명회를 구분해 여는 것이다. 다주택자는 지난해 6·27 대출 규제 이후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기본 이주비 대출이 0원이 되다 보니 다주택자가 많은 재건축 사업장일수록 이주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주택자 조합원이 이주 비용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이주, 착공 등 사업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며 사업 자체가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 기간의 증가는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올해와 내년 서울 지역에서 대출 규제로 이주 영향을 받는 정비 사업장은 66개소, 5만6000가구 규모다.
재건축 조합들은 다주택자에게 추가 이주비 대출을 통해 이주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 대출은 금융기관에서 개인에게 융통하는 자금이 아니라 시공사의 신용공여를 통해 조합이 사업비 명목으로 확보하는 일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이다. PF 자금으로 분류하다 보니 기본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다주택자도 이주 비용을 빌리는 데 제약이 없다. 다만, 추가 이주비 대출의 경우 기본 이주비 대출보다 금리가 높다.

정비 업계 관계자 “기본 이주비는 1주택자인 경우 6억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다주택자는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없다”며 “그런데 다주택자가 대출이 안 돼 이주를 안 하면 사업은 계속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시공사의 신용공여를 통해 조합이 확보해 실행할 수 있는, 통상 사업 촉진비라고 일컬어지는 부분을 통해 추가 이주비 대출을 다주택자에게도 할 수 있다”라며 “엄연히 이 부분은 PF 자금이니 정부에서 건드릴 수 없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회수까지 검토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이를 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위 ‘1군 건설사’가 들어온 사업장은 시공사의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원활하게 추가 이주비 대출을 진행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부터 추가 이주비 대출 조건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지난해 삼성물산은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 조합에 주택담보비율(LTV) 100% 이상의 추가 이주비 대출 조건을 내걸며 시공권을 따냈다. 최근 압구정 3·5구역 등 시공사 선정을 앞둔 재건축 사업지에서는 건설사가 추가 이주비 등 사업비를 원활히 지원하기 위해 직접 금융기관과 금융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다만, 중소 건설사가 시공을 맡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재건축 사업장의 경우에는 시공사의 신용공여 자체가 어려워 추가 이주비 대출도 마련하기 어렵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는 자체 기금을 통해 이주비 융자지원을 하고 정비사업의 속도를 내려고 하고 있다.
또 다른 정비 업계 관계자는 “최근 1주택자와 다주택자 조합원 간 대출 한도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시공사의 추가 이주비 대출 자금 조달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조합 차원에서 연계하는 금융이나 자금 조달 방법이 있는지도 확인하는 다주택자도 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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