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선 농사만?…“다양하게 사는 법 알리고 싶어요” [디지털농업 I 만나고 싶었어요 ]

이소형 기자 2026. 3.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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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에서 목공방 운영하는 우지후 씨

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 3월호 기사입니다.

어릴 적 그렇게 싫던 농촌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우지후 씨. 이제는 반대로 농촌이 아니면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아이 양육을 위해서라도 농촌만큼 좋은 곳이 없다는 그는 농사짓지 않고도 살아가는 법을 찾아 새로운 모범 사례가 되고 싶다.

충북 옥천에서 가장 작은 면적을 가진 안남면, 그중에서도 청정리 마을 안쪽에 꼭꼭 숨어 있는 숲속 작은 목공방이 ‘가비뉴(Ghavigne)’다. 작은 부락의 모습은 여느 농촌 풍경과 다르지 않지만 가비뉴만은 이국적인 목조 건물에 아기자기한 실내 인테리어가 별천지 같다.

목공방 가비뉴(Ghavigne) 내부. 넓은 창을 통해 펼쳐지는 자연 풍경을 감상하며 목공을 즐길 수 있다.

“지금은 겨울이라 덜하지만 6월이면 건물 앞으로 밀밭 풍경이 장관을 이룹니다. 뒤로 작은 숲이 있어 늘 자연이 함께하죠. 사실 목공방을 차리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렇게 외딴 곳에 과연 누가 찾아올까 걱정했던 거죠. 그래서 누구나 오고 싶을 만한 곳을 만들고자 건물부터 마당까지 예쁘게 꾸몄어요. 제 노력이 통했던지 방문객 반응이 좋은 편이에요.”

2020년 고향 안남면 청정리로 귀촌해 목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우지후 씨(38·가비뉴 대표)의 설명이다. 우씨의 바람대로 이곳에는 계절마다 남녀노소 많은 이들이 찾아와 나무로 가락지·스푼·도마·버터나이프 등을 만들며 힐링을 하고 있다. 아름답게 펼쳐진 창 밖 풍경을 감상하며 차 한잔을 즐기는 여유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호주 목수 생활 접고 귀국…손수 목공방 지어 운영
우씨는 인근의 안남초등학교를 나왔다. 이후로 필리핀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후 잠시 한국에 왔지만 이내 호주로 떠나 해외 생활을 이어갔다. 호주에서는 아는 형의 권유로 목수로 일하며 10여 년간 주택에 나무 바닥을 깔았다. 구들을 설치하지 않는 호주 지역 특성상 나무 바닥재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아 돈벌이도 괜찮았다.
충북 옥천에서 목공방 운영하는 우지후 씨

“그곳에서 동갑내기 아내를 만나 결혼했기 때문에 호주에 정착할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영주권 발급이 까다로워지면서 자꾸 미뤄지는 데다 코로나19까지 터져 목수 일을 못하게 됐어요. 마침 한국에 계신 아버지도 연세가 많은 데다 건강까지 안 좋아 귀국하게 됐죠.”

아내와 상의 끝에 안남면으로 돌아왔지만 뭘 하면서 살지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과 성취감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나무로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었어요. 버려진 비닐하우스를 작업실 삼아 목공방을 열기 위한 준비를 했죠. 목수 경험이 있는 데다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좋았기에 나무로 생활 소품을 만들어 팔며 목공 원데이 클래스를 열면 괜찮겠더라고요.”

마스터플랜을 세우자 해야 할 일이 보였다. 작업실에서 목공예를 익히며 목공체험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문제는 목공 수업을 진행할 공간이었다. 마침 아버지가 마련해놓은 자투리땅이 있어 손수 목조 건물을 지었다.

“여기까지 차가 못 들어와서 기둥이며 자재들을 하나하나 날랐어요. 바닥도 폐팰릿을 잘라내 만든 거라 인건비나 자재비를 아낄 수 있었어요. 작업만 하는 곳이 아니라 나무를 만지면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꿈꿨기 에 커다란 측창과 천창이 있는 카페 같은 인테리어를 구현했어요.”

지역사회에 녹아들자 찾는 이 많아져
농촌에서 살게 되자 우씨는 이웃과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고향이라고는 하지만 어릴 때 유학을 간 탓에 아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들깻잎 농사를 지으며 시골 교회 목사로 일하셨어요. 아버지 덕분에 농사 경험은 있었지만 안남면은커녕 청정리에도 지인이 없었어요. 목공방 시작 후 자리를 잡을 때까지 사람이라도 많이 사귀자는 마음이었어요.”

이를 위해 인근에 있는 배바우작은도서관의 운영진으로 활동하는가 하면 안남면 의용소방대와 방범대에도 참여해 열심히 노력했다.

이와 함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목공방을 알리는 글과 사진을 올리며 홍보에도 나섰다. 그러자 속속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처음엔 나무로 작은 소품을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만 운영했는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숲에서 살아가는 생물의 이야기와 나무·식물 지식, 인간과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숲해설가 자격증을 땄어요. 물론 목공예와 접목해 새로운 수업 내용을 만들었고요. 이 외에도 창의수학지도사·가베지도사·숲체험놀이지도사·초등영어지도사 등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목공 수업에 활용하고 있어요.”

우드카빙으로 수저는 물론 칼도 만든다.

이런 노력으로 현재 우씨는 성인 대상 우드카빙 원데이 클래스 외에 지역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위한 목공 수업,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진로 체험까지 다양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수업을 받기 위해 목공방에 찾아오기도 하지만, 요청에 따라 우씨는 각 교육기관을 방문해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청년 단체 만들어 지역 문화 주도…살기 좋은 옥천 만들고파
그동안 우씨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중 하나가 지난해 처음 개최한 ‘우주캠프’다. 평소 교류해온 공예 작가들과 협업으로 목공예는 물론 가죽공예, 칼 만들기, 캠핑 매듭 등을 사전 신청해 체험하고 텐트를 가져와 1박 2일간 캠핑을 하는 게 핵심이다.

“한마디로 자연 속에서 공예 체험을 하며 캠핑을 즐기는 거죠. 참가자들은 숲속 재료를 직접 만지고 다듬으면서 자연과 교감하고 쉼과 창작의 기쁨을 느낄 수 있어요. 밤에는 캠프파이어를 하고 숲속 밤하늘도 감상하고요. 소규모 정원제로 진행하기 때문에 보다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어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최할 계획이고요.”

목공은 ‘치유의 힘’이 있어 힐링이 필요한 사람에게 적합하다.

우씨는 옥천군 청년 문화교육 단체인 ‘가온비’도 만들었다. 처음엔 공예를 하는 작가들의 모임이었으나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농업인·소상공인을 포함한 지역 청년들로 범위를 넓혀 1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목공예를 하는 저를 비롯해 가죽공예·라탄공예·손뜨개·도예를 하는 사람, 농사짓는 청년 농부, 곤충체험농장주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어요. 농촌에서 혼자 살아가기 힘드니까 각종 지방자치단체 지원 정보도 공유하고 어려움도 나누고 있어요. 매년 플리마켓과 함께 각종 공연과 문화행사를 기획해 개최하며 지역사회 활성화에도 일익을 담당하고자 한 거죠.”

이런 활동을 통해 우씨는 농촌에서 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여전히 농촌에서 살아가는 것이 녹록지 않다. 단적인 예로 우씨가 졸업한 안남초등학교 학생 수가 13명으로 줄어 학교가 문을 닫는 건 아닌지 걱정이란다. 특히 2년 후면 우씨의 큰애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돼 심각성을 피부로 느낀다고. 

하지만 우씨의 마음은 굳건하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고 희망도 있기 때문이다.

우씨는 “옥천군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함께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이를 위해 저처럼 살아가는 젊은 청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이소형 | 사진 남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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