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강·영산강 보 허물면, 축구장 850개 자연하천 돌아온다

김규원 기자 2026. 3. 26.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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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밭·물가 살아나고 유속 빨라지고 생물다양성 커져
2021년 해체하기로 결정된 세종보. 물이 흐르지 않는 쪽으로 모래밭과 풀밭이 가득하다. 보철거시민행동 제공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한 금강과 영산강을 재자연화하면 두 강에 축구장 850개 넓이의 자연 하천이 되살아나고, 강에서 고유종과 보호종, 여울성 물고기들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됐다. 강물 유속은 빨라지고 수질이 개선되며 홍수 위험도 줄어든다. 지난 23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환경단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함에 따라, 금강과 영산강은 내년 상반기부터 재자연화를 위한 보 해체와 상시 개방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25일 한겨레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2년 6월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만든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 이행(을 위한) 세부 실행 계획 수립 연구 보고서’를 입수했다. 이 보고서는 2021년 환경부와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결정한 보 처리 방안에 따라 금강·영산강의 보를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하는 방안과 그 효과를 연구한 것이다. 당시 환경부가 발주해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환경연구원이 연구를 맡았다. 2021년 환경부는 금강의 세종보와 영산강의 죽산보는 해체, 금강 공주보는 부분 해체, 금강의 백제보와 영산강의 승촌보는 상시 개방을 결정했다.

금강과 영산강을 재자연화할 때 나타나는 가장 큰 변화는 모래밭과 수변(물가) 공간의 확대다. 두 강을 재자연화하면 축구장(국제규격인 0.00714㎢ 기준) 857배의 모래밭과 물가가 늘어난다. 드넓은 모래밭은 한국 하천의 가장 큰 특징으로, 모래밭·둔치와 강물이 만나는 물가는 물고기와 새, 벌레, 식물 등 하천의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곳이다.

금강의 경우 모래밭이 차지하는 넓이가 1.343㎢, 물가는 2.13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수면 넓이는 3.476㎢ 줄어든다. 축구장의 487배만 한 모래밭과 물가가 생기고, 그만한 수면이 줄어드는 것이다. 또 영산강은 모래밭이 0.164㎢, 물가가 2.476㎢ 늘고 수면은 2.640㎢ 준다. 축구장 370배의 모래밭과 물가가 생긴다.

2021년 보 해체, 다리 유지로 결정된 금강 공주보. 보 하류에 모래섬이 만들어져 있다. 보철거시민행동 제공

백경오 한경국립대 교수는 “인공으로 가둔 강물이 자연스레 흐르는 하천으로 돌아간다. 강에 모래가 많아지면 수질이 좋아지고, 수변 공간이 많아지면 물고기와 새, 식물이 다양하게 산다. 계절에 따라 봄가을엔 모래밭이 커지고, 여름엔 물이 많아지고 겨울엔 강이 얼어붙는 등 다양한 모습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강 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난다. 보를 개방한 전후인 2015~2020년 어종 조사 결과를 보면, 금강은 고유종과 여울성 저서종, 법정 보호종이 늘었고, 외래종, 회유성 어종이 줄었다. 영산강에선 여울성 저서종, 법정 보호종, 회유성 어종이 늘었고, 고유종과 외래종은 모두 줄었다. 이완옥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장은 “한국의 고유종, 보호종, 멸종위기종 민물고기들은 얕고 빠르게 흐르는 여울에서 많이 산다. 금강의 보 수문을 열면서 다시 나타난 미호종개, 흰수마자 같은 어종으로, 보를 철거하면 어종이 다양해지고 강 환경이 원래의 건강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재자연화한 금강의 유속은 초당 1.72m 더 빨라진다. 영산강의 유속도 초당 1.21m 더 빨라진다. 2021년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할 때 공개한 내용을 보면, 보를 개방한 2017~2020년 사이 두 강에서 강물의 체류 시간은 64~88% 줄고, 강물의 유속은 82~813% 늘어났으며, 녹조는 88~98% 줄었다.

이승준 경북대 교수는 “강물의 유속이 빨라지고 체류 시간이 줄면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먼저 용존 산소량이 늘고 수온이 떨어지며 오염 물질이 더 빨리 흘러간다. 상류의 모래가 흘러내려와 오염물질을 흡착하고 강가의 모래와 물풀, 미생물들이 오염물질을 분해해 수질이 좋아지고 녹조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5개 보의 해체와 개방은 홍수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금강은 홍수위(홍수 때 물높이)가 0.09~0.21m, 영산강은 0.02~0.09m 내려가 그만큼 안전해진다. 5개 보로 인해 높아졌던 수위가 보 해체와 개방에 따라 낮아지는 것이다.

2021년 해체하기로 결정된 영산강 죽산보.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5개 보 처리 방안과 취·양수장 개선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2732억원으로 예상됐다. 철거 비용은 세종보 168억원, 공주보 487억원, 죽산보 373억원, 상시 개방 비용은 백제보 19억원, 승촌보 10억원 등 1057억원이었다. 취·양수장 개선과 물 이용 대책 등 준비 사업엔 1675억원이 든다. 취·양수장 개선은 대상 180곳 가운데 현재까지 12곳이 마무리됐다. 이 모든 비용 2732억원은 이명박 정부의 금강·영산강 사업비 6조8278억원의 25분의 1에 불과하다. 한강과 낙동강을 포함한 4대강 전체 사업비는 23조675억원이었다.

금강은 6개 취·양수장 개선이 모두 끝나 바로 보를 해체 또는 상시 개방하는 것이 가능하다. 영산강은 25개 취·양수장 가운데 6개만 개선돼 나머지 19개 취·양수장이 개선돼야 해체, 상시 개방을 할 수 있다. 이 보고서가 완성된 2022년엔 두 강의 재자연화가 2025~2026년께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보 처리 방안을 집행하지 않았고, 2023년 윤석열 정부는 다시 이를 취소했다. 이제 금강·영산강 5개 보의 처리는 2027년 이후에나 가능해졌다.

금강 세종보 앞에서 700일 가까이 농성을 벌여온 임도훈 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은 “기후부와의 협의로 내년 상반기 금강·영산강의 보 처리 가능성이 높아졌다. 처리 방안이 이미 결정된 금강에서부터 재자연화를 시작해 곧바로 다른 강들로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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