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가 기본값이 된 시대…읽고 생각하고 말하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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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와 변화만 강조하는 시대, 이 청년들은 느리고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시대 자체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파워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김민영 소피 하우스 대표는 "요즘 청년들은 주변에 이른바 극우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둘러싸여 이런 생각을 나누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며 "사회가 20대를 어리게만 보지만, 이들은 기회가 없을 뿐이지 충분히 제대로 성장할 역량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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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디지털 독재를 막기 위해 데이터를 평등하게 나눠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학생 김승언(23)씨는 최근 수업에서 유발 하라리가 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읽고 있다. 디지털 독재 위험을 마주한 현대사회를 분석한 책이다. 김씨는 지난 22일 밤 9시께 이 책 내용을 바탕으로 다른 청년들 앞에서 발표를 했다. 기술이 낳는 폐해와 공동체 회복 가능성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소피 하우스’의 풍경이다.
알고리즘이 자극적인 정보를 증폭하는 시대에 청년들 사이에서 냉소는 기본값이 됐다. 김씨는 “교수님이 책을 설명하며 ‘하라리는 좀 진보적인 것 같다’고 하니까 학생들이 막 웃었다”며 “요즘 진보라는 개념이 20대들에게는 굉장히 웃기고 ‘지지하면 바보’ 이런 느낌인데, 저에게는 웃음소리가 그런 뜻으로 들렸다”고 했다. 김씨는 “그래서 더 이 책을 읽고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소피 하우스는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인간의 본질적 가치를 잃지 않으며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미래형 교육 공간”을 표방한다. 프로그램 ‘파워업’을 운영하는데, 한 기수에 5명 이하 참가자가 6주 동안 6차례 참여한다. 책을 읽고 자기 생각을 20분 이상 발표해야 한다. ‘말하기’야말로 인공지능(AI)이 대체하지 못한 영역이고, 말하기를 통해서 읽기·쓰기·듣기·생각하기 등 다른 인간 활동도 회복할 수 있다는 철학 때문이다.

청년들은 함께 토론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키운다. 오랜 친구 사이도 예외는 아니다. 김승언씨와 중학생 때부터 친구인 민필기(23)씨는 “승언이와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보고 심지어 군대도 같이 갔는데 전에는 이런 진지한 이야기를 안 했다”며 “이런 변화가 굉장히 신기하다”고 했다. 민씨는 “저희 나이대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며 “그런 이야기를 꺼내면 이상하다는 듯한 시선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게 전혀 이상하지 않고 게임보다 재밌을 수 있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속도와 변화만 강조하는 시대, 이 청년들은 느리고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시대 자체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애초 “최소 20분 이상은 말하자”는 취지로 정한 발표 시간은 1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많아졌다. 덕분에 모임이 자정을 넘기기도 한다. 취재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이날 모임은 발표자가 평소보다 적은 2명이었지만, 저녁 8시께 시작해 밤 10시30분이 넘어 끝났다. 김주연(24)씨는 “발표를 듣고 있으면 바빠진 삶과 거리가 생기면서 온전히 생각만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니까 좋다”고 했다. 최근 인공지능 발전 등 기술 변화가 빨라지면서 오히려 토론과 독서로 회귀하는 청년들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이른바 ‘텍스트힙’(글 읽기를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불리는 열풍도 생겼다. 파워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김민영 소피 하우스 대표는 “요즘 청년들은 주변에 이른바 극우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둘러싸여 이런 생각을 나누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며 “사회가 20대를 어리게만 보지만, 이들은 기회가 없을 뿐이지 충분히 제대로 성장할 역량이 있다”고 했다.
글·사진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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