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후부, 로밍요금 수술대로…완속충전 더 싸진다 [전기차 충전, 약탈적 생태계]
기후부, EV이음카드 '100kW 미만' 단일구간 세분화 추진
완·중속 등 저출력구간 로밍요금 신설…요금 하향 조정

전기차 충전요금의 상한선 역할을 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 로밍요금 체계가 개편된다. 급속충전 출력에 해당하는 100킬로와트(kW)를 기준으로 이원화된 로밍요금을 30·50kW 등 하위 출력구간별로 세분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 등 공용시설에 주로 설치된 7·11kW 이상 완속충전 요금이 더 저렴해질 전망이다.
25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부는 최근 자체 회원카드인 'EV이음카드' 로밍요금 세분화 및 충전요금 산정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모든 민간 충전사업자의 충전기를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부 카드 로밍요금은 충전 출력 '100kW 이상'일 경우 1kWh당 347.2원, '100kW 미만'일 경우 324.4원이 적용된다. 기후부는 이러한 요금체계를 2022년부터 추가 인상 없이 유지하고 있다.
이번 연구용역의 핵심은 1~100kW를 아우르는 '100kW 미만'으로 고정된 출력구간을 세분화하고 구간별 적절한 요금을 도출해 최근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업계 전반의 완속충전 요금을 낮추는 것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100kW 미만 기후부 로밍요금을 잘게 세분화하고 적정 단가를 구하는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완속충전 단가는 내려가겠지만 상대적으로 급속충전 단가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구체적인 kW 기준이나 요금은 정해진 바 없다"며 "연구용역 이후 이해관계자 간 공론화 과정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아파트 등 공용시설에 주로 설치되는 스마트제어 완속충전기는 7·11kW급이다. 기후부는 기존 로밍요금 체계에서 완속(3~30kW)·중속(30~50kW)충전 출력에 해당하는 7·30kW 등의 하위 구간을 만들어 완속충전 요금을 하향 조정하면 대다수 민간 충전사 요금도 하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후부 카드를 사용하면 정부 고시가격에 사실상 전국의 모든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충전사들이 회원가를 기후부 로밍요금 이상 책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조라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주요 20개 충전사업자의 완속충전 평균 회원가는 1kWh당 293.3원으로 기후부 로밍요금보다 31.4원 낮았다. 반면 각 업체가 타사를 상대로 책정한 로밍요금은 평균 397.9원에 달했다.
기후부가 완속충전 요금 인하를 추진하는 배경은 충전사 간 영업 경쟁이 과열되면서 1kWh당 100원대의 저렴한 프로모션 등을 바탕으로 계약을 따낸 후 요금을 300원대로 대폭 인상해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A업체의 경우 지난해 인천의 한 아파트에 1kWh당 140원대로 완속충전 프로모션 요금(정상가 295원)을 6개월간 제공하기로 했다. 이달 기준 1kW당 충전비는 319원이다. 프로모션 요금과 비교하면 약 120% 이상 증가한 셈이다. B업체도 지난해 7월 세종의 한 아파트에 7kW급 완속충전기 26기를 신규 설치하고 6개월간 1kWh당 145원의 프로모션 요금을 적용했다가 올해부터 319원을 받고 있다.
충전사들의 이러한 '꼼수 영업'에 더해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 리베이트를 주고 멀쩡한 충전기를 교체해 정부 보조금을 타낸다는 의혹도 잇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영업비용이 치솟게 되고, 업체 간 출혈경쟁에 가까운 이벤트 요금이 결국 충전요금 대폭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부는 2023년 이후 충전기 교체, 요금 조정 여부 등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 상태다.
반면 충전기 업계는 기후부 요금이 동결되는 동안 사고·영업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3년 주기 안전점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적자 폭이 커진 만큼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 주도의 완속충전 요금 인하가 본격화하면 업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충전사들은 운영비 등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실제로 얼마나 인상됐는지, 요금을 적절하게 산정했는지를 모두 들여다보고 있다"며 "업체들이 무리한 영업을 하다 보니 염가로 계약을 했다가 요금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반감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