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비평, 난해함 벗고 독서 길잡이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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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종이를 벗겨 제목을 모두 맞춰 봤다는 독자 김하영 씨(34)는 "전시된 문장 몇 개만 봐도 다른 책들을 또 읽고 싶어 설레더라"며 "인아영 평론가의 '하찮고 아름다운 우리가 있다. 없지 않고 있다. 여기 있다.' 같은 문장은 비평이라기보다 새로운 문학 작품을 하나 더 읽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처럼 최근엔 '난해하다'는 인식이 있는 문학 비평의 문턱을 낮춰, 독서의 길잡이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와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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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학작품 하나 더 읽는 느낌”
아르코 비평 아카이브도 무료 공개

낯선 서가에 책 표지와 제목을 종이로 가린 ‘블라인드 북’들이 줄지어 놓였다. “이곳에서 사랑은, 드디어 영원하다”라는 문구가 쓰인 종이를 넘기자 황인찬 시인의 시집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문학동네)가 모습을 드러냈다. 알고 보니, 문구는 시집 속 문장이 아니라 전승민 문학평론가의 평론집 ‘퀴어 (포)에티카’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종이를 벗겨 제목을 모두 맞춰 봤다는 독자 김하영 씨(34)는 “전시된 문장 몇 개만 봐도 다른 책들을 또 읽고 싶어 설레더라”며 “인아영 평론가의 ‘하찮고 아름다운 우리가 있다. 없지 않고 있다. 여기 있다.’ 같은 문장은 비평이라기보다 새로운 문학 작품을 하나 더 읽는 느낌”이라고 했다.
작품 속 문장이 아니라 그를 다룬 ‘비평 속 문장’으로 책을 소개한 이번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가 마련한 순회전시 ‘쓰는 독자, 읽는 비평가’. 영풍문고에서 16∼22일 개최됐다. 이처럼 최근엔 ‘난해하다’는 인식이 있는 문학 비평의 문턱을 낮춰, 독서의 길잡이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와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아르코는 문예지별로 흩어져 있던 비평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공공 디지털 아카이브 ‘한국문학 비평 아카이브(munjang.or.kr/criticism)’를 지난해 개설했다. 아카이브엔 ‘디스토피아’ ‘돌봄노동’ ‘한강 초기 소설’ ‘체호프’ 같은 키워드가 비평마다 상세하게 달려 있어, 키워드에 따라 비평을 검색하고 모아 볼 수 있다.
실제로 아카이브에서 ‘세대’와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해 봤다. 김나영 평론가가 성해나 소설가의 ‘혼모노’를 분석한 평론, 심진경 평론가가 김애란 소설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다룬 평론 등 여러 편이 검색됐다.
해당 아카이브는 누구에게나 무료로 공개된다. 2024년 발표된 비평 원고 320여 건이 우선 게재됐고, 올해 말까지 2022∼2025년 발표된 700여 건이 더 올라올 예정이다. 오형엽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한국문학평론가협회장)는 “아카이브가 확장되면 연구가 용이해지고, 일반 독자들에게도 다양한 쓰임새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학평론가들이 비평 담론을 논의하고 교류하는 포럼도 활발하다. 아르코가 1월 개최한 ‘한국문학 비평 포럼’에는 강지희, 김영삼, 노태훈, 박혜진, 한영인, 홍성희 평론가가 참여해 최근 한국문학의 흐름을 짚었다. ‘광장’의 경험을 둘러싼 감정과 태도, 구간(舊刊)의 베스트셀러화, 비문학 독서 감소, 소셜미디어·플랫폼·팬덤 문화 등 변화한 독서 환경 속에서 문학이 어떻게 읽히고 수용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포럼은 9월 아르코 문학주간에도 한 차례 더 개최될 예정이다.
오 교수는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국면에서도 비평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인식된 측면이 있다”며 “작품이 사회에 갖는 의미와 가치를 발굴해 제시하고 한국문학의 기초 체력을 담당하는 중심축이 바로 비평”이라고 강조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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