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하늘에서 중국 캠퍼스’까지… 한서대, ‘교육 수출’ 현장을 열다
중국 교육부 승인… 협력에서 ‘학위 수출’로
인도·인도네시아까지… 교육·산업 연결하는 글로벌 확장

활주로, 관제탑 등 항공 특화 캠퍼스를 둘러보는 몽골 방문단의 눈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격납고 안을 둘러보던 이들의 시선은 실제 교육에 활용되고 있는 보잉 항공기와 각종 실습 장비, 그리고 교육 과정 설명에 오래 머물렀다. 단순한 견학이 아니었다. ‘이 시스템을 어떻게 한서대와 함께 확장할 것인가’를 확인해보는 자리였다.
몽골 민간항공청(MCAA) 투르바야르 청장을 비롯한 대표단이 이달 13일부터 15일까지 한서대를 찾았다. 항공 교육 협력을 점검하고, 향후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날 현장에서 오간 대화의 핵심은 분명했다. “교육을 함께 만들자”였다.
한서대와 몽골 민간항공청의 인연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서대는 1차 항공 교육 기관 인증을 획득하고 2022년 다시 2차 인증을 받았다. 양 기관은 이론 교육과 실무 훈련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한서대의 항공운항학과, 항공기계공학과, 항공교통물류학과(항공교통학전공), 항공관광학과 및 부설기관인 비행교육원, 항공기술교육원, 항공교통관제교육원 등이 나섰다. 1차 지정 이후 몽골 유학생도 늘었다. 몽골 항공 인력은 한서대에서 최신 항공 교육을 받고, 한서대 학생들은 실무 중심의 교육을 통해 현장 적응력을 높이는 구조다.
이를 통해 한서대 출신 몽골 졸업생 64명이 자국 항공 산업 분야에 진출해 파일럿과 항공교통관제사, 운항관리사, 객실승무원 등 핵심 직군으로 일하고 있다. 함기선 한서대 총장은 현장에서 “이 협력은 단순한 교류가 아니라 교육 모델을 함께 만드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투르바야르 청장 역시 “한서대의 교육 시스템은 이미 검증됐다”며 “협력을 더 확대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현장에서 확인된 것은 단순한 방문 이상의 흐름이었다. 항공이라는 특화 분야에서 시작된 협력이 이제 ‘교육 수출’이라는 구조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흐름은 중국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한서대가 중국 안휘공업대와 공동으로 추진한 디자인·공학 융합 석사 과정이 최근 중국 교육부의 공식 승인을 받았다. 2026학년도부터 매년 50명을 선발하는 이 과정은 단순 교류 프로그램을 넘어 양국 정부가 인정한 정규 학위 과정이다.
학생들은 2+1 방식으로 교육을 받는다. 최소 1년은 한국에서 수업을 듣고, 졸업시에는 중국 안휘공업대 석사 학위와 함께 한서대 디자인공학 석사 학위를 동시에 취득한다. 교육 콘텐츠와 학위 체계를 함께 설계하고 운영하는 단계로 들어서면서 한·중 양국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실무·연구형 인재가 배출되는 것이다.
기존 대학 국제화 전략과는 결이 다르다. 대부분 대학이 유학생 유치에 집중해 왔다. 반면 한서대는 교육 자체를 해외로 확장하고 있다. ‘학생이 한국으로 오는 구조’에서 ‘교육이 해외로 가는 구조’에 더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협력의 폭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지난달 한서대 서산캠퍼스에서는 인도 KIIT·KISS 대학과의 협약식이 열렸다. 협약 내용에는 로봇 공학 공동학과 설립, 항공 MRO(유지- 보수-운영)의 교육 협력, 공동 연구, 학생 교류 프로그램 개편 등이 포함됐다. 단순 교류를 넘어 교육과 산업, 연구를 연결하는 구조다. KISS는 부족민에게 무상으로 교육과 주거를 제공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주민 교육기관이다. 기술 교육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함께 다루는 협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도네시아와의 협력 현장도 분주하다. 한서대는 지난해 12월 국립인도네시아대와 교류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현지 교육 플랫폼과 연계한 유학생 모집과 한국어 교육 시스템을 구축했다. 글로벌키타와 Makara UI Academy를 통해 현지에서 학생을 선발하고 교육하는 ‘해외 거점형 모델’도 가동 중이다.
이처럼 한서대의 글로벌 전략은 ▲교육 프로그램 수출 ▲학위 공동 운영 ▲해외 인재 선발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지는 입체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지역을 중심으로 세계를 이끌어가는 글로벌대학으로의 도약한다는 혁신 목표의 핵심 동력으로 밀고 있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변화는 분명하다. 대학이 학생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교육을 들고 현장으로 나가는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다. 함 총장은 “글로컬 대학으로서 글로벌 과제를 수행하려면 국제 파트너십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교육과 산업, 연구를 연결하는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학령 인구 감소와 대학 경쟁 심화 속에서 대학의 역할은 빠르게 재정의되고 있다. 이 흐름의 중심에서 한서대는 의미있는 길을 실험하고 있다. 몽골의 하늘에서 시작된 교육 협력은 이제 중국의 캠퍼스와 인도의 교실, 인도네시아의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학생을 받는 대학에서, 교육을 수출하는 대학으로. 한서대가 만들어가는 ‘글로컬 교육 모델’의 현장이 움직이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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