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고속도로 샅샅이 감시했더니… 소중한 생명 지켰다
작년 교통 사고 사망 첫 140명대… 라이다 센서와 디지털 변환 결합
디지털 도로 안전진단 기술 도입… 年 21만6000㎞ 구간 포트홀 검사
주요 고속도로에 졸음 예방 안내… AI 기반해 실시간 사고 모니터링

공사는 정부가 선정한 ‘AI 선도 기관’으로서 정밀 데이터와 첨단 알고리즘을 결합해 사고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실시간 대응 체계를 고도화함으로써 세계적 수준의 도로 안전성을 입증해 가고 있다. 특히 이번 성과는 인적 과실에 의한 사고를 기술적 시스템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디지털 도로 안전 진단으로 위험 요인 전면 해소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원인 중 하나인 빗길 사고는 맑은 날 대비 치사율이 약 4배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비가 올 때 도로 위에 얇은 수막이 형성되면서 타이어의 접지력이 상실되는 수막현상은 도로 표면의 미세한 변형이나 배수 불량이 주요 원인으로 육안으로 판별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예고 없이 나타나는 포트홀(노면 파임)은 고속 주행 중인 운전자에게 급제동이나 차선 이탈을 유발해 대형 사고의 원인이 된다. 실제 최근 5년간 빗길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 등 사회적 손실은 950억 원에 달하며 이는 도로 관리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과거의 도로 점검은 주로 관리자의 숙련된 경험과 육안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시속 100㎞ 이상으로 주행하는 환경에서 노면의 미세한 굴곡이나 배수 불량을 정확히 찾아내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뒤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전문가가 현장을 실측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개선안을 도출하기까지는 보통 3주 이상이 소요됐다. 이 기간 동안 해당 구간은 잠재적인 사고 위험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레이저 반사를 이용해 형상을 분석하는 라이다(LiDAR) 센서와 디지털 변환(DX)을 결합한 ‘디지털 도로 안전진단’ 기술을 도입했다. 이 기술은 LiDAR 센서를 탑재한 차량이 도로의 형상을 정밀하게 스캔하고 수집한 데이터로 도로의 실제 상태를 정교하게 재현한 디지털 모델을 생성한다.
해당 정밀 모델 위에 디지털 분석 기술을 올려 빗길 사고 원인(역류, 물 고임, 배수 정체 등)을 정밀 분석하고 물의 흐름과 수막 형성 지점을 과학적으로 예측한다.
또한 ‘AI 도로 파손(포트홀) 자동검사’ 시스템을 통해 전국 59개 지사가 관리하는 구간을 월 2회 정기적으로 스캔해 포트홀 전조 현상을 사전에 포착하는 상시 관리 체계를 가동했다. 연간 21만6000㎞에 달하는 방대한 구간을 꼼꼼히 살피며 포트홀이 발생하기 전 미세 균열 단계에서 보수를 진행함으로써 관련 사고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변환과 AI 기술 도입으로 과거 3주 이상 소요된 사고 원인 분석과 대책 수립 과정을 단 1시간으로 단축했다. 또한 분석 효율이 향상되면서 사고 위험 구간(블랙 스폿)에 대한 물 고임 방지 포장이나 배수 설비 개선과 같은 실질적인 조치가 즉각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졸음지수’ 개발 통한 졸음 예방 안내 서비스 제공
최근 5년간(2021∼2025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 원인 1위는 졸음·주시태만이다. 특히 화물차 졸음·주시태만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의 82%를 차지하는데 화물차 운전자는 장시간·장거리 운전으로 졸음운전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는 화물차 운전자의 졸음운전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교통 빅데이터 기반의 졸음 위험도 지표인 ‘졸음지수(DDI)’를 개발했다. 졸음지수는 사고, 운전 행태, 환경 요소 등 18개 변수를 활용해 졸음운전 위험도를 4등급으로 구분한 것이다. 공사는 5개 주요 노선(경부·서해안·중부내륙·중앙·영동고속도로 1576㎞)에 졸음지수를 적용해 위험도를 분류했다.
졸음지수 A등급(위험) 구간에서 2시간 연속 운행 시 화물차 내비게이션 ‘아틀란트럭’ 앱에서 졸음방지 안내 음성과 음악(잠깨쏭)이 송출된다. 또한 안전 순찰 시 위치 정보를 연계해 졸음 위험 구간 진입 시 사이렌과 졸음 예방 음성 안내를 자동 송출해 졸음운전을 예방한다.
이를 통해 2025년 화물차 내비게이션의 안전 점수는 전년 대비 14% 증가(81→92점)했다. 공사는 앞으로 전 고속도로 노선에 졸음지수를 적용하고 물류·운송업체와 협력을 통해 졸음 예방 안내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실시간 교통사고 처리 ‘AI 패트롤’
도로 위 안전사고는 초동 대처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도로공사는 현장 안전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AI 기반의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현장에 도입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실시간 교통사고 처리 ‘AI 패트롤’이다. 사고 현장에 출동한 요원이 스마트 안전모를 활용하여 음성 인식 기반으로 상황실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한다. 특히 보고서 작성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사고 처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실시간 현장 AI 관제 시스템으로 신속한 사고 처리
사고를 예방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는 돌발 상황을 신속히 인지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고속도로에서의 1분 1초는 2차 사고로 인한 추가 인명 피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기존에 활용되던 레이더 방식의 돌발 상황 검지 시스템은 거리가 200m 이내로 짧아 설치 간격이 넓은 구간에서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영상 방식은 정체 상황을 정지 차량으로 오인하거나 조명 변화에 민감해 오검지율이 높아 실제 관제 현장에서 활용하기에 기술적 결함이 적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와 전국 고속도로 CCTV 네트워크를 결합한 ‘AI 영상분석 기반 돌발상황 판단기술’을 개발했다. 단순히 화면을 비추는 것을 넘어 AI가 실시간 영상을 분석해 정지 차량, 역주행, 화물 낙하, 무단 보행자 등 위험 요소를 스스로 식별하는 등 다단계 검지 기술을 적용해 정확도를 96%까지 끌어올렸다.
이러한 검지 기술은 순찰차의 출동 속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뒤따라오는 차량 운전자에게 즉각 정보를 제공해 대형 2차 사고 예방 효과가 있다. 또 휴먼 에러를 보완하고 24시간 빈틈없는 안전망을 구축해 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민국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147명이라는 수치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밀하게 도로의 위험을 미리 찾아내고, 정확하게 돌발 상황을 검지하며, 즉각적인 대책 수립으로 안전한 고속도로를 만들어 2021년 OECD 9위였던 교통 사망률(사망자/총 주행거리)이 2025년 기준 6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과거의 도로 관리가 사고 발생 후 수습에 집중했다면 지금의 고속도로는 AI 기술을 통해 사고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 위험 상황에 즉각 대응하는 지능형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대외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아 ‘2025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정부로부터 SOC·교통물류 분야의 AI 선도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사상 최초 사망자 140명대 진입이라는 결과는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도 고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속도로 위에서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발생하지 않는 ‘사망자 제로’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인규 기자 anold3p@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테슬라 패밀리’ 이장형 주식 42억 늘고, 김정관 엔비디아 등 4억 벌어
- 與, 李사건 수사검사 등 102명 증인 채택…野 “국조 위헌”
- “美, 파키스탄서 이란 회담 추진”…이란 “종전안 거절, 비현실적”
- 이준석 “국힘 복귀? 의원된 뒤 생각해봤지만…”[정치를 부탁해]
- [단독]“전재수가 받은 시계는 785만원 까르띠에 발롱블루”
- “다락방 가두고 요강 대소변에 폭행”…중국집 직원 온몸 ‘피멍’
- 동덕여대 ‘래커칠 시위’ 총학생회장 등 11명 불구속 기소
- [사설]“카타르 LNG 불가항력 선언”… 에너지-식량 연쇄 충격 대비해야
- [사설]노봉법 ‘사용자 지위’ 기준 될 勞政협의… 정부 과속 안 된다
- [사설]1월 합계출산율 0.99… 희망의 불씨 계속 키워나갈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