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꼿한' 팔순 할머니 되는 법…MBTI 종류보다 많고 다양하다 [과학적, 내 몸 사용 설명서]
편집자주
환자를 고치는 게 의학이라면 건강한 내 몸을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스포츠과학의 몫이다. 스포츠과학 전문가들이 평범한 시민들이 일상에서 건강을 지켜내는 방법을 격주 연재로 제시한다.
건강수명, 소식과 운동은 필수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공통점
65세 이상 저강도·취향 살려야

장수의 비결은 적게 식사(소식)하고 자기에게 맞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현대인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요로운 음식과 다양한 운동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보건의료 고도화에 따른 기대수명(84.6세) 연장에도 불구, 건강수명(72.5세)과의 격차는 여전하다. 성공적 노화를 위해 질병을 예방하고, 노쇠를 극복하려면 운동의 긍정적인 이점을 최대한 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운동에 따른 신체활동은 체내 대사작용을 활성화시킨다. 항상성을 깨뜨리는 자극과 이에 대응하는 적응 과정을 통해 신경과 근육계 소통도 증진시킨다. 지속적 운동은 단백질 합성을 유도하고 새로운 미토콘드리아를 생성하며, 뇌세포 성장을 돕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를 뇌 해마에서 증가시켜 학습능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규칙적 운동은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을 증가시키고 수면의 질도 개선할 수 있으며, 매우 강력한 항우울 효과도 준다. 체력 수준에 맞는 저항운동은 노화로 인한 근감소증을 예방할 수 있고, 낙상 위험을 현저히 낮춘다.
필자 주변에는 성공적 노년을 보내는 분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골프를 즐기는 94세 할아버지, 웨이트장에서 매일 1시간씩 운동하시는 90세 할머니와 10㎏ 아령을 드는 84세 할아버지, 산책과 스트레칭으로 꼿꼿한 허리와 근력을 유지하는 84세 할머니 등이다. 이분들은 모두 적게 드시고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이 있다. 운동 초기 쉽게 포기하는 대다수 같은 연령층 어르신들과 다른 점이다.
현대 스포츠과학도 이런 분들에 주목하는데, 질병유발요인(pathogenesis)에 맞춰 질병 치료로 해결하는 기존 방식과 거리를 둔다. 대신 건강과 웰빙을 뒷받침하는 요인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접근법을 '건강생성론'(Salutogenesis)이라고 하는데, 건강(salus)의 기원(genesis)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질병유발요인보다는 ‘무엇이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가’라는 측면을 강조한다.
건강생성론은 당초 홀로코스트 생존자 연구에서 시작됐다. 극악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이들을 통해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모든 사람이 스트레스에 반응해 부정적 건강 결과를 보이는 건 아니라는 점을 관찰했다. 오히려 어떤 사람들은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건강을 유지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건강생성론은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고 웰빙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요인을 강화하는 일에 중점을 둔다.
그렇다면 건강생성론의 구체적 실현 방안은 뭘까. 각자 맞는 최선의 맞춤 운동을 찾는 것이다. 예컨대 65세 이후에는 청소년과 성인 초기 및 선수들의 운동법과 같을 순 없다. △일주일에 세 번, 하루 30분 이상의 운동을 권장하는 7330 운동법 △유산소운동 및 저항운동 그리고 유연성 운동 및 격렬한 운동을 포함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각자의 체력, 체형, 취향에 맞춰 운동빈도, 운동강도, 운동시간 그리고 운동형태를 달리해야 한다. (실제 맞춤처방 사례는 QR코드 참조)
달리기와 조깅,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이 일반적으로 널리 적용되고 있지만, 정밀하게 맞춘 최적화된 개별 운동이 더욱 효율적이다. 저강도 운동으로 빈도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하되, 신체의 큰 근육을 활용해 움직임을 유발하는 운동, 그리고 재미와 개인 취향을 살리는 방향의 운동 형태를 찾는 것이 65세 이후 운동에서의 핵심이다.
'맞춤형 운동'을 원한다면 부지런할 필요는 있다. 지역사회에서 개인 맞춤형 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이용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건강운동관리사'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체육분야 인재들이 취득하는 자격으로 운동생리학, 운동처방 그리고 만성질환관리 등 관련 지식이 검증된 우수 인력이다. 건강운동관리사는 맞춤형 운동으로 개인 체력을 증진시키고 운동의 이점을 체험하게 하여 건강수명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당국에서도 초고령사회의 노쇠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건강운동관리사의 운영과 배치를 제고해야 한다. 과학적 평가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운동 처방과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질 경우, 만성질환 예방, 신체 기능 유지,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공중보건적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의사의 운동처방으로 누구나 운동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지역사회에서 이를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이 양성돼야 한다.
규칙적·맞춤형 운동은 국가 경제에도 기여한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성인이라면 연간 40만 원의 의료비 절약효과가 기대된다. 2026년 현재 65세 이상 추정 인구(1,084만명)의 80%가량이 만성질환자로 분류되는데, 운동의 의료비 절감효과를 대입하면 단순 계산만으로도 연간 약 3조2,000억 원의 건강보험료 재정 절약이 기대된다. 한국 사회가 건강한 국민을 위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면, 건강보험 재정에 도움이 되고, 건강수명을 증가시키는 운동처방을 관리할 인력을 고도화해야 한다.


백성수 한국운동생리학회장·상명대 스포츠건강관리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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