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 놀이터도, 운동장도 못 가는 시대… 당장 식힐 수 없다면

최은서 2026. 3. 26.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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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매해 온도 올라가는 여름
온열 질환·화상 위험 탓 놀 공간 줄어
공공형 놀이터 생겨나도 여전히 부족
실내 공간 확충해 놀 권리 찾아 줘야
편집자주
산업화(1850~1900년) 이후 지구 평균 기온 1.5도 상승. 이 수치는 돌이킬 수 없는 기후재앙의 마지노선으로 불립니다. 한국일보 기자들이 '우리가 몰랐던 기후행동' 후속으로 1.5도에 임박한 기후 위기 현실, 이를 막기 위한 노력들을 격주로 폭넓게 연재합니다.
봄 날씨를 보인 13일 광주 북구청 직장어린이집 아이들이 전남대학교 캠퍼스 잔디 광장에서 비눗방울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광주 북구 제공

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쌀쌀한 기운이 물러간 자리에 따뜻한 볕이 들면서 우리 마음도 한층 풀어집니다. 특히 주말 낮마다 동네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깔깔 쏟아내는 웃음소리 덕에 더욱 기분이 좋은 요즘인데요.

그런데 슬슬 불안해집니다. 수개월 뒤면 찾아올 올해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지요. 우리나라의 여름은 매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전국 평균기온이 25.7도를 기록하면서 2024년의 25.6도를 제치고 1973년 기상관측망 확충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죠.

기후위기 가속화로 인해 폭염이 심해지는 이 시대에 미래의 아이들은 마음껏 밖에서 뛰어놀 수 있을까요? 당장 지구를 식힐 수 없다면 아이들에게 안전한 놀이 공간을 어떻게 마련해줄 수 있을까요?


폭염에 취약한 놀이터, 폐쇄되기 일쑤인 운동장

17일 오후 대구 북구의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이 학교 인근 놀이터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여름엔 당연히 모든 야외 공간의 온도가 올라가지만 놀이터는 특히 폭염에 취약합니다. 한국조경학회지 논문 '아파트 단지의 늦봄·여름철 인간 열 환경 분석'(2022)의 연구 내용에 따르면 늦봄과 여름 각각 하루씩 한 아파트 단지의 6개 지점(아파트 중심, 시멘트 옥상, 옥상 정원, 운동장, 가로수길, 어린이 놀이터)에서 기온 등을 측정해 보니 두 날 모두 어린이 놀이터에서 가장 높은 열 환경이 관측됐다고 해요. 열 환경이 가장 낮은 옥상 정원과 비교하면 기온이 0.8~1.1도가량 차이가 났습니다.

뜨겁게 달궈진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온열질환에 노출될 우려는 당연히 큽니다. 여기에 요즘 놀이터 바닥은 대부분 부상을 막기 위해 고무 우레탄으로 돼 있다는 점도 변수죠. 열 배출이 잘 안 되는 재질 특성 탓에 여름철 바닥 표면 온도가 40~50도까지도 올라가면서 아이들이 넘어지거나 주저앉다가 화상을 입을 위험도 커집니다.

높은 열 환경에 노출되면 신체뿐만 아니라 심리 건강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어요. 국제 생물기상학회지에 실린 '스웨덴 예테보리의 유치원 운동장에서 따뜻한 날씨가 어린이들의 야외 열 스트레스와 신체 활동에 미치는 영향'(2023) 논문에 따르면 심한 열 스트레스는 아동의 행복과 학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이 와중에 학교 운동장은 폭염으로 인해 아예 닫혀 버리곤 합니다. 지난해 여름에도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서울시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학생들의 야외 체육활동 금지를 권고했죠. 물론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습니다만, 이런 조치는 여름이 길어질수록 학교 운동장을 개방하는 날이 훨씬 더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아이들의 야외 활동을 막는 요인은 폭염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상기후 탓에 파괴되는 오존층, 화석연료로 인해 늘어나는 미세먼지 등도 야외 활동을 할 경우 피부·호흡기 질환에 치명적인 요인이 되죠. 여기에 기후변화가 더 심해지면 어떤 변수가 새로 생겨날지 모를 일입니다.


실내 놀이공간마저 부족... 아이들 어디서 뛰어노나

지난달 24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내 영유아 전용 실내 놀이공간 공공형 키즈카페로 재탄생한 뽀로로 도서관에서 어린아이들이 즐겁게 놀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디에서 뛰어놀아야 할까요. 결국 해답은 뜨거운 볕도 미세먼지도 없는 실내로 귀결됩니다.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실내 놀이 공간인 민간 키즈카페의 경우, 단 2시간만 놀려고 해도 아이·보호자의 입장료만 3만 원대를 훌쩍 넘어 부담이 적지 않죠.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이라면 입장료를 내고 실내 문화·체육 공간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환경의 아이라면 뜨겁게 달궈진 놀이터를 피해 집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배경 탓에 최근 수년 새 외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도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는 '공공형 놀이터'에 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어요. 공공형 놀이터란 지자체에서 공공 어린이 놀이시설을 설치·운영해 민간의 10분의 1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말하는데요. 2018년 경기 시흥시에 문을 연 무료 실내 놀이터 '숨쉬는 놀이터'를 시작으로 오늘날 지자체 곳곳에서 공공형 실내 놀이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놀이 공간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2020년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놀이터를 지켜라' 사업평가연구에서 실시한 아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의 놀 권리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놀잇감 부족(29.3%) △놀이시간 부족(26%) △놀이친구 부족(21%)을 제치고 △놀이터 접근성 문제(37.2%) △놀이공간 부족 (32.4%)을 가장 높게 꼽았어요. 연구진은 "놀이 공간이 없거나 멀어서 놀기 어렵다는 등의 공간 문제는 놀이 시간 부족이나 놀이의 중요성에 대한 부모 인식 부족보다 우선하는 문제로 작용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아이들 놀 권리 앗아간 어른들... 실내라도 확보해야

22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에버랜드 포시즌스가든을 찾은 아이들이 튤립 사이에서 추억을 남기고 있다. 뉴스1

10년도 훨씬 전인 2013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의 휴식, 여가, 놀이, 오락 활동, 문화생활 및 예술에 대한 권리에 관한 일반 논평'을 통해 아이들이 야외에서 놀 수 있는 안전한 공간 확보의 필요성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위원회는 논평에서 "아이들은 다양하고 도전적인 물리적 환경이 갖춰진 데다 필요할 때 성인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상태로, 야외에서 놀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는데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 야외에서의 안전조차 담보하기 어려워진 지금, 빼앗긴 아이들의 뛰어놀 권리를 되찾아 줄 수 있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남았을까요. 당장 날씨와 대기 상태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어렵다면, 차선책으로써 실내에라도 충분한 놀이 공간을 확충하는 일을 더 서둘러야 할 시점입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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