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1인당 미제사건 500건… “폐지 앞둔 검찰, 이미 파산 상태”

유희곤 기자 2026. 3. 26.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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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사건 등 수사 기능 마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뉴스1

공소청법·중수청법 제정 등으로 오는 10월 검찰 수사권은 폐지된다. 검사가 범죄를 규명하려 해도 수사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선 검찰에선 민생 사건 등과 관련한 검사의 수사 기능이 이미 마비됐다는 말이 나온다. 각종 특검과 합동수사본부 차출 등으로 인한 검사 부족으로 인해 미제(未濟) 사건이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퇴직하는 검사도 늘면서 남은 검사들 사이에선 “검찰은 이미 파산 상태”라는 말도 나온다.

안미현 대전지검 천안지청 부부장검사는 25일 페이스북에 ‘파산지청’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안 검사는 정원이 30명인 천안지청의 현재 평검사 인원이 12명이라면서 “나머지는 특검, 정교 유착 의혹 검경 합동수사본부 등 각종 명목으로 어디론가 가버렸다”고 했다.

천안지청이 관할하는 충남 천안·아산 인구는 각각 71만명과 40만명. 천안지청은 인구 합계 111만명이 넘는 두 도시에서 발생하는 형사 사건 피의자를 기소할지,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할지, 기소한 사건의 공소 유지와 국가 송무 업무 등을 담당한다. 정상적이라면 평검사 30명이 해도 벅찰 일인데, 12명이 나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안지청 평검사 12명 중 절반이 넘는 7명은 초임 검사다. 업무 숙련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마저도 12명 중 2명은 사직서를 내고 이번 달 검찰을 떠날 예정이다. 출산을 앞둔 또 다른 검사 1명은 다음 달 휴직한다. 검사 인원이 정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픽=이진영

안 검사는 “수사 검사 1인당 미제는 진즉에 500건을 돌파했다”면서 “영장 업무를 보는 날에는 하루 종일 영장 신청 기록만 보다 끝나고, 평일 야근과 주말 출근으로도 감당이 안 된다”고 했다. 1년 전만 해도 천안지청의 미제 사건은 검사 1인당 200건 수준이었는데 배 이상 늘었다는 것이다.

오는 10월 검찰청이 78년 만에 폐지되면 중수청과 경찰이 수사를, 공소청이 기소를 맡게 된다. 남은 쟁점은 검사의 보완 수사권을 유지할지다. 경찰 등이 송치한 사건 수사가 제대로 됐는지 검사가 보완하는 선에서 수사권을 허용하는 게 보완 수사권이다. 하지만 여권 강경파는 보완 수사권마저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 검사는 “검사도 숨 좀 쉬고 살게 (보완 수사권도) 남김없이 거둬가시라”고 했다. “(여권이) 보완 수사권을 남겨둘 가능성이 극히 낮지만, 남겨둔다 해도 이렇게 망가진 상황에서 할 수도 없다”고 했다. 검찰이 이미 기능 마비 상태에 이른 마당에 보완 수사권을 유지한다고 해도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다른 검찰청도 사정은 비슷하다. 수원지검의 현재 평검사는 49명으로 정원(99명)의 절반 정도라고 한다. 수원지검은 경기 수원·용인·화성·오산시를 관할해 전국 지검 중에서 관할하는 인구가 가장 많다. 관할 지역 안에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첨단 기업들도 있다. 그런데 수원지검에서 공직·기업·강력 사건과 산업 기술 범죄를 담당하는 평검사는 4명뿐이다. 제2 도시인 부산을 관할하는 부산지검도 평검사가 정원(71명)의 54.9% 수준인 39명이다.

일선 검찰청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지고 미제 사건이 급증한 배경으론 검사들의 특검·합수본 파견이 꼽힌다. 법무부에 따르면 25일 기준 특검 5곳에 파견 중인 검사는 총 67명이다. 내란·김건희·순직해병 등 3대 특검(54명)과 상설특검팀(2명)은 수사 기간이 끝났지만 일부 검사들이 남아 재판 등 공소 유지를 담당하고 있다. 제2종합특검에도 검사 10여명이 파견됐다. 검사 한 명이 외부로 파견 가면 검찰에 남은 검사들은 미제 사건을 수백건씩 재배당받아 수사하게 된다. 검찰 내에선 “정권 수뇌부의 의지가 담긴 수사를 담당하는 특검과 합수본에 검사들이 파견 가면서 민생 사건이 뒷전으로 밀린 측면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검찰을 떠나는 검사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작년 퇴직 검사는 전체 검사(2100여명)의 8%가 넘는 175명이었다. 2022~2024년 140명대보다 증가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초까지 검사 50명이 사직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여권이 주장하는 검찰 개혁도 실패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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