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AI 특화 데이터센터, 울산 경쟁력 일순위 요건
주력산업 업종별 퇴직자 활용 데이터 선별·재정의
‘울산형 표준 참조모델’ 보급 데이터 파편화 해결을
파격적인 정주 생태계 구축·인재양성 시스템 필수

수십 년간 산업도시 울산을 지탱해 온 숙련공들이 은퇴해 현장을 떠나고, 생산 인구마저 줄면서 제조 현장에 AI(인공지능)를 입히는 AX(AI 전환)가 생존 전략으로 꼽힌다. 이에 울산이 산업도시로 경쟁력을 이어가려면, 산업구조와 지역 생태계에 알맞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석박사급의 우수 인재 확보와 연구개발을 위한 대규모 펀드 마련 등 투자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본사와 울산테크노파크(원장 조영신·울산TP)는 공동으로 지난 24일 울산TP 원장실에서 '울산 산업 전환의 시간' 좌담회를 열고, 첫번째 '울산형 AI 비전과 제조 대전환'을 주제로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이날 좌담회는 조영신 울산TP 원장이 좌장을 맡았고, 박정윤 인터엑스 대표, 이재철 SK에너지 AI·혁신기술실장, 김성엽 UNIST 산업AI추진단장, 유대승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동남권지능화융합연구실장, 박기수 울산정보산업진흥원 AI산업진흥단장이 참석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제조 AX 성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공공성과 데이터 안전이 확보된 '하이브리드 AI 인프라' 구축을 제안했다.
박기수 단장은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기반의 '울산형 소버린 AI 집적단지'를 조성해 보안에 민감한 기업에 독보적인 컴퓨팅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철 실장은 대기업이 선제적으로 겪은 인프라 도입 시행착오와 운영 노하우를 산단 내 협력사와 중소기업과 적극 공유해 지역 전체의 집단 경쟁력을 높이는 상생 모델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전문가들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울산 데이터센터를 계기로 전력·공조·통신·네트워크 등 관련 전방산업을 육성하고, 타 지자체와 차별점을 둔 울산만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엽 단장은 데이터센터 설계과정부터 하드웨어와 저장공간 구성 등에서 제조 AI에 특화해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직은 국내에는 통신 보안, 저장공간 등 제조 AI에 특화된 데이터센터가 갖춰지지 않아 울산이 선도한다면 관련 수요가 울산으로 모여들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 울산 주력산업 업종별로 현장 경험이 풍부한 퇴직자를 활용해 AX에 속도를 내는 방안도 논의됐다.
박정윤 대표는 AI 전문가와 제조 현장의 전문가가 현장에서 새롭게 데이터를 선별하고 재정의해 AI를 표준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성엽 단장은 업종별 전문지식·제조 노하우를 갖춘 현장 인력이 제조 AI 설루션을 만드는 공급기업이 함께 참여해 실력있는 공급기업을 키우는데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제조 현장의 생산 노하우가 집약된 제조데이터를 저장·변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한계와 데이터 파편화 문제에 대한 해법도 제시됐다.
박기수 단장은 국제 표준 기반의 '울산형 표준 참조모델'(AAS)을 보급해 개별 설루션 간의 상호 호환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대승 실장은 개별 기업의 한계를 넘어 공공 영역에서 실현장 기반의 AI 데이터를 직접 생산해 중소기업에 공급하는 'AI 데이터 팩토리'를 확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정윤 대표는 독일 등 글로벌 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데이터 표준화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모델 보급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유출을 막기 위한 파격적인 정주 생태계와 융합 인재 양성 시스템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이재철 실장은 단순한 이론 중심이 아닌 산단 실제 데이터를 활용한 재직자 대상 실습 교육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김성엽 단장은 국가 균형 발전과 압도적인 제조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박사급 500~1000명 규모의 '산업 AI 연구원'을 울산에 설립해야 한다고 제언했고, 박정윤 대표는 메이저 기업과 스타트업이 집적돼 최소 10만명이 일할 수 있는 '산업 AI 생태계 단지' 구축과 이를 뒷받침할 대규모 펀드 지원도 강조했다.
조영신 울산TP 원장은 "제조업에서 AI는 단순한 효율화 도구가 아니라 공정 전체를 지배하는 '산업 운영체제(OS)'로 진화하고 있다"며 "울산이 보유한 밀도 높은 제조 경험 자산을 지능형 알고리즘과 결합한 '피지컬 AI'로 전환하는 것은 울산이 글로벌 제조 주권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이 기술 소비 도시를 넘어 글로벌 표준을 설계하고, 대기업의 혁신 성과를 공급망 전체로 확산하는 상생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며 "정부의 AI 정책을 울산 현장에서 가장 먼저 실현해 내겠다"고 밝혔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