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산업 전환의 시간’ 릴레이 좌담회]강소형 데이터센터·정주형 융합인재 생태계 구축 급선무

이민형 기자 2026. 3. 2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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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일보·울산테크노파크 공동기획
‘울산 산업 전환의 시간’ 릴레이 좌담회-(1)울산형 AI 비전과 제조 대전환(상)
▲ 경상일보와 울산테크노파크가 공동기획한 '울산 산업 전환의 시간' 릴레이 좌담회가 지난 24일 울산TP 원장실에서 열렸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울산이 국가 제조 인공지능(AI) 혁신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보안을 갖춘 '강소형 데이터센터' 구축과 더불어, 우수 인력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 '정주형 융합 인재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는 산·학·연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가 나왔다.

대·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을 덜어줄 상생 인프라 마련과 파격적인 인재 유인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상일보와 울산테크노파크(울산TP)는 최근 '울산형 AI 비전과 제조 대전환'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조영신 울산TP 원장이 좌장을 맡은 이번 좌담회에는 박정윤 인터엑스 대표, 이재철 SK에너지 AI·혁신기술실장, 김성엽 UNIST 산업AI추진단장, 유대승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동남권지능화융합연구실장, 박기수 울산정보산업진흥원 AI산업진흥단장이 참석했다.
 
▲ 박기수 울산정보산업진흥원 단장

◇보안·비용 해결할 '강소형 데이터센터' 구축 시급

전문가들은 대형 범용 민간 클라우드 유치만으로는 기업들의 실질적인 AI 전환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며, 강소형 데이터센터를 주축으로 한 '울산형 소버린 AI 집적단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업의 핵심 자산인 설계 도면이나 공정 데이터를 외부 범용 클라우드에 온전히 맡기면 기술 유출 위험이 따르고, 막대한 사용료 역시 진입장벽이 되기 때문이다.

박기수 단장은 "데이터 보관과 활용 이력을 철저히 관리하는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기반의 보안 환경을 갖춘 강소형 데이터센터 조성이 시급하다"며 "초기 학습용으로는 GPU 1000~2000장 규모를 구축하고, 운영 단계에는 국산 NPU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윤 대표와 이재철 실장 역시 천문학적인 클라우드 비용을 지적하며 공공성이 보장된 특화 학습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수많은 중소·중견 협력사들이 현장에서 AI 혁신을 실험할 수 있는 상생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박정윤 (주)인터엑스 대표

박 대표는 "당장 중소기업 직원 20명이 일부 데이터만 학습하는 데도 1년에 7억원가량의 막대한 클라우드 비용이 든다"며 "공공 차원의 특화된 학습 인프라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 실장 또한 "대기업들도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클라우드 비용에 내부적인 고민이 깊은 상황"이라며 "공공성과 보안성이 보장된 하이브리드 인프라가 지역에 마련된다면, 대기업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덜고 수많은 협력사들이 현장에서 과감하게 혁신을 주도하는 든든한 상생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유대승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실장

◇'노잼 도시' 인식 깨고 산업AI연구원 등 거대 생태계 조성해야

무엇보다 이 모든 최첨단 인프라를 현장에서 움직이는 핵심 동력은 결국 '사람'이라는 점에 깊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실장은 "도메인(산업 전문성)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AI를 지배해야 현장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며 "지역 대학과 교육기관은 단순 이론 중심에서 벗어나 실제 산단 데이터를 활용한 실습 중심의 재직자 교육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이재철 SK에너지 실장

우수 인재를 울산으로 유치하기 위한 현장의 현실적인 고충과 파격적인 대안도 쏟아졌다. 박 대표는 "국내외 최고 수준의 AI 석·박사급 핵심 인재를 영입하려 해도 현실은 '서울로 가겠다'며 지방을 기피하는 실정"이라며 "최소 1억5000만원 이상의 연봉 등 파격적인 정주 요건을 보장할 수 있는 대규모 펀드 지원이 없으면 원천 기술 확보는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박 대표는 이어 "젊은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게 하려면 파편적인 투자를 넘어, 전통 제조기업과 글로벌 스타트업이 집적된 최소 10만명 규모의 거대한 '산업 AI 생태계 단지'가 눈앞에 펼쳐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김성엽 울산과학기술원 단장

김성엽 단장은 국가 균형 발전 차원의 거시적 접근을 주문했다. 김 단장은 "중국의 거센 기술 추격을 따돌릴 유일한 생존 전략은 제조 데이터가 집적된 동남권에서 산업 AX를 선도하는 길뿐"이라며 "박사급 500~1000명 규모에 달하는 대형 정부출연연구원 수준의 '산업AI연구원'을 울산에 조속히 설립해, AI 기술 확산과 인재를 빨아들이는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달라진 교육 패러다임에 대한 기관들의 공동 대응 필요성도 제기됐다. 유대승 실장은 "이제는 단순한 연구 결과 도출을 넘어, 연구 개발의 전 과정을 기록하고 이를 현장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대"라며 "가상화 공간부터 실증 테스트베드, 오프라인 현장까지 아우르는 3단계 기술 검증 체계를 갖추고 대학과 혁신기관, 기업들이 이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눠 져야 한다"고 말했다.
▲ 조영신 울산테크노파크 원장

조영신 원장은 "제조 AX의 진정한 파괴력은 도메인(산업 전문성)을 이해하는 사람에게서 나오며, 이들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확고한 생태계 조성이 인프라만큼이나 중요하다"며 "산업AI연구원 울산 설립 제안을 비롯해 산단 데이터를 활용한 실무형 융합 인재 양성에 힘을 모아 진정한 제조 AI 수도로 거듭나도록 앞장서겠다"고 좌담회를 마무리했다. 이민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