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37) 이끼의 최적지-숯못공원

차형석 기자 2026. 3. 2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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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진 곳에 사는 이끼들 매일 만족
시들 새 없는 조건 이곳을 두고 한 말
가뭄이 어슬렁대도 까딱없는 최적지

이끼들 눈치 보며 풀씨들 기회 본다
저만치 떨어져서 빈틈을 노리지만
포기가 정답인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모든 게 생리 조건 맞아야 한다는 말
여기서 또 알게 돼 고개가 숙여진다
이끼가 대세라는 말 이곳 환경 덕분이지
▲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이름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곳이다. 못이라는 말은 연못을 떠올리게 되므로 물과 연관을 짓게 된다. 여기에 이끼가 파릇하게 많이 자라 있는 것을 보면 물기가 많은 곳, 즉 못이 있었던 곳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긴 가뭄이 와도 쉽게 말라 죽고 그러진 않을 땅에서 이끼와 나무들은 자기만의 생존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습한 곳에 뿌리를 내린다고 모두 최적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입구는 세 군데이며 사면이 주택이다. 기역 자로 된 언덕에 유달리 이끼가 많다. 언덕은 지대가 높아 물이 잘 배출되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그곳에 이끼가 더 많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공원 이름을 대입하면 바로 답을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이 오가는 인도에도 이끼가 군데군데 서식하고 있다. 오후에 이곳에 오면 하교한 학생들과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을 볼 수 있다. 내가 찾은 날도 그런 발걸음을 만날 수 있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낸 길이 두서너 군데 보인다. 많이 밟고 다닌 곳에는 풀도 없어 금방 표가 난다. 모두 더 빠른 길을 통해 공원을 들어서고 싶기도 하고, 나무 가까이 다가서고 싶은 마음도 작용했을 것이다.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작은 오솔길을 나도 밟으며 천천히 통과해 보았다. 크게 난 길을 밟을 때보다 훨씬 소담스러운 맛이 느껴졌다.

얌전한 색을 한 벤치 옆으로 하얀색의 운동기구가 보인다. 이끼도 만져보고 곳곳의 사진도 찍는다. 철봉 옆에는 공원등이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불빛을 밝힐 수 없다. 일부러 전구를 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사물에는 원리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철봉을 하는 사람 바로 옆 공원등에 불이 켜져 있다면 그곳으로 날벌레들이 날아들어 운동에 방해가 되니까, 공원등 자체를 철거하기보다 불빛을 없애는 게 더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내 생각과 달리 관리 소홀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고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에.

운동기구가 있는 주변으로 둥그렇게 흙들이 모여 있다. 나무가 뽑힌 자리를 흙으로 메운 것 같다. 생명은 영원할 수 없으니 있었던 것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 구덩이에 어떤 나무가 있었을지가 궁금했다. 나는 지금 여기 있지만 곧 이곳을 떠나야 한다. 붙박여 산다고 해서 항상 그 자리를 고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 자연의 영향력에 의해 모든 운명이 좌지우지된다.

이끼가 있는 곳에는 풀들이 보이지 않는다. 틈틈이 뿌리를 내려도 될 것 같은데 비어 있다. 이끼의 강한 힘 때문인지 습기가 싫은 것인지 식물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지만 이끼들의 영역인 것만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음지 식물들을 일부러 심어 놓는다면 이끼의 저항력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이끼 옆에 잡초들이 범접 못 하는 것을 보면 이끼의 숨은 힘은 대단하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