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한국 패싱했다고? 사회 속 건축의 역할 보는 프리츠커상[김대균의 건축의 미래]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이하 프리츠커상)은 2026년 칠레의 건축가 스밀랸 라디치에게 돌아갔다. 프리츠커상은 하이엇 재단을 운영하는 프리츠커 가문에서 건축의 비전과 책무를 보여 주며 사회와 건축환경에 기여한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1979년부터 매년 한 명의 생존 건축가를 선정한다. 공동으로 사무실을 운영하는 경우 공동 수상할 수 있다.》

그의 건축은 완전함보다는 취약함에서부터 시작된다. 건물 속 거대한 암석과 마감되지 않고 드러난 건물 구조, 비정형의 건물 형태 등은 불안정하고 미완성인 것처럼 보인다. 그는 자신의 건축 개념에 대해 “건축은 거대하고 영속적인 형태와 파리의 생명처럼 덧없고 가냘픈 구조물 사이의 긴장 속에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칠레 안데스산맥 기슭의 ‘빅 밀리에 와이너리’(2014년)는 지형을 따라 건물을 지하화하고, 건물 앞에는 흐르는 물을 활용한 냉각 광장을 조성했다. 하얀 막구조의 지붕은 떠 있는 것처럼 설치돼 내부로 빛을 끌어들인다. 이 건물은 자연환경을 철저히 따르지만, 흰 날개를 대지에 펼친 것과 같은 지붕의 풍경은 놀라울 만큼 아름다운 건축적 풍경을 만든다. 그는 다양한 맥락과 인류학, 건축의 역사 인식 등을 통해 매번 다른 건축 해법을 제시한다.
프리츠커상은 매년 추천이나 지원을 통해 후보를 먼저 추린다. 그중 선정된 예비 수상자들을 두고 건축가, 역사학자, 큐레이터, 행정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전 세계 작품을 돌아본 뒤 만장일치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프리츠커상은 한 건물이 우수하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건축가의 건축세계 전반을 살펴보고 ‘인류 사회와 건축 환경에 기여한 부분’을 평가한다. 1979년 필립 존슨의 첫 수상 이후 알도 로시, 알바루 시자, 페터 춤토어, 렘 콜하스, 노먼 포스터, 안도 다다오, 자하 하디드, 프랭크 게리, 데이비드 치퍼필드 등 건축사에 큰 획을 그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선정됐다. 초기에는 예술적 작품을 만드는 건축가들이 주로 수상했다면 2010년 이후에는 사회공동체 기여, 지속 가능성, 지역성과 역사, 사회의 대안 등 넓은 의미의 건축에 주목한 건축가들의 수상이 늘어났다.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들의 출신 국가를 살펴보면 초기에는 미국과 유럽 중심이었지만, 현재까지 가장 많은 수상자를 낳은 국가는 일본이다. 총 8회에 걸쳐 9명의 일본인 건축가가 상을 받았다. 그다음은 미국으로 8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뒤이어 영국(5회), 프랑스와 독일(각 3회), 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스위스·아일랜드·브라질·칠레·중국(각 2회) 순이다. 2024년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후 한국 사회에서 노벨상에 대한 강박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매년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선정될 때마다 일본이나 중국도 여러 번 수상한 상을 받지 못하는 한국의 건축 현실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나온다.
건축은 서로의 의도를 모으는 사회의 구심점이다. 여기서 ‘서로’는 시공자와 건축주를 넘어 사용자와 지역 주민, 방문객까지 포함한다. ‘의도’ 또한 기능을 넘어 지역의 사회경제적 가치와 장소성, 전통, 인류애를 아우른다. 건축이 종합예술로 불리는 이유는 다양한 분야의 협업을 통해 그 시대의 기술과 정신, 가치를 한곳에 모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건축가가 자신의 건물을 작품이라고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작품이 될 수 없다. 건축을 문화로 향유하는 사회가 그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건축은 사회적으로 올곧게 존재하는 작품이 될 수 있다.
창의적인 사회와 창의적인 작품은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배려의 토대에서 자라난다. 지금 한국의 국력과 국제적 인지도를 감안할 때 수년 안에 프리츠커상을 수상하는 건축가가 충분히 나올 법하다. 하지만 건축에 대한 사회적 성숙 없이 프리츠커상을 받는 건축가만 배출된다면 우리 사회와 공동체가 얻는 것은 없다. 프리츠커상이 상징하는 것은 스타 건축가가 아니라, 그 나라의 성숙한 건축 문화 속에서 아름답게 피어난 건축가다.
김대균 건축가·착착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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