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기 칼럼] 무소속 보수연합 분위기, 심상찮다

최미화 기자 2026. 3. 2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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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기(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신봉기(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최근 국민의힘 공천을 둘러싼 흐름은 단순한 내부 갈등으로 보기 어렵다. 당 안에서 봉합될 문제였다면 이렇게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파열음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구에서는 중진 배제를 둘러싼 반발이 일었고, 충북에서는 현역 광역단체장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서울에서는 지금의 지도부와 공관위 색깔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비판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부산에서도 낙관보다 위기감이 앞선다는 진단이 이어진다. 지역은 다르지만 드러나는 문제는 하나다. 국민의힘 공천 전반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공천은 단순한 인선 절차가 아니다. 정당이 어떤 가치와 기준으로 국민 앞에 후보를 세우는지를 드러내는 정치적 선언이다. 결과가 다소 아쉬워도 과정이 공정하면 수용의 명분이 생긴다. 그러나 이번 공천은 반대의 길로 갔다. 왜 그런 배제가 불가피했는지에 대한 납득할 설명은 부족했고, 왜 그 판단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설득력있는 입증도 보이지 않았다. 당원과 시민이 받아들여야 할 것은 결과만이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는 절차의 정당성이다. 절차의 신뢰가 무너지면 결과의 권위도 함께 약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훈 전 대표가 보수 재건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세력과 이미 뜻을 함께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가볍지 않다. 이것은 특정 인물 사이의 우호적 교감이 아니다. 국민의힘 바깥에서 새로운 보수의 축이 형성될 수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주호영의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가능성, 김영환 충북지사의 반발, 수도권의 지도부 불신이 따로 떨어진 사건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두가 같은 물음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국민의힘이 상식적 보수와 확장형 보수를 담아낼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이 질문에 당이 답하지 못하면 그 답은 당 밖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의 해명은 오히려 문제를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번 공천이 흔들린 것이 아니라 일부러 흔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민심이 흔들리고 당내 반발이 커진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강한 표현이 아니다. 왜 그 선택이 불가피했고 왜 그것이 당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인지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일이다. 정말 자신 있는 공천이라면 강한 말보다 설득력 있는 근거가 먼저 나와야 한다. 그런데 지금 들리는 것은 혁신의 논리보다 강행의 언어다. 그래서 윤어게인 공천 파행이라는 비판이 더 넓게 번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더 큰 문제는 방향 상실이다. 겉으로는 혁신과 절윤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강성 지지층의 정서와 내부 신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런 구조에서는 통합형 인물보다 충성형 인물이 유리해지고 경쟁력보다 진영 관리가 앞선다. 공천은 국민을 향한 선택이 아니라 내부를 향한 확인 절차로 변질된다. 그런 정당은 외연을 넓히기 어렵다. 보수의 이름을 내걸고 있으나 보수를 넓히지 못하고 오히려 좁히는 역설에 빠지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무소속 보수연합의 가능성은 커진다. 이것은 어느 한 지역의 공천 반발을 정치적으로 포장한 이름이 아니다. 상식적 보수를 당이 품지 못할 때 그 보수가 스스로 생존의 통로를 찾는 과정에 가깝다. 지역 기반을 가진 중진의 상징성과 보수 재건을 말하는 인물의 확장성이 결합하면 피로해진 보수 유권자들에게 다른 보수도 가능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더 중요한 점은 그 수요가 특정 지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당의 현재 노선에 답답함을 느끼는 시선이 여러 지역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성공이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에서 먼저 형성되는 것은 조직이 아니라 명분과 흐름이다. 지금 그 명분은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상식과 통합의 길을 버린 채 끝내 '땅콩' 정당으로 쪼그라든다면 보수의 재편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 된다. 무소속 보수연합은 일시적 반발이 아니라 왜소해진 보수를 다시 세우려는 건강한 교정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번에는 보수 재건의 새 출발이 당 밖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신봉기(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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