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베일리' 보유세 56% 오른다? '공시가 폭탄' 보도의 이면

박재령 기자 2026. 3. 25.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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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대9차', '마포래미안' 일부 주택 보유세 인상 부각
"과표 상한제 제대로 적용하면, 인상 50% 넘기 힘들다"
'공시가격 두 배 뛰어' 보도도 통계 오류 "무리한 제목"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3월17일 서울 송파구 잠실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보유세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집값 변동이 공시가격에 반영되자 일부 고가 주택의 보유세 상승을 부각하는 기사가 줄을 이었다. 대부분 지역은 공시가격 변동이 미미해 보유세 부담이 전년과 유사한데도 '래미안 원베일리', '마포래미안 푸르지오' 등 일부 고가 아파트의 보유세 인상 소식이 강조됐다. 실제 내게 될 보유세보다 추정치 숫자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을 발표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9%로 전년과 동일하며 부동산 시세 변동만 공시가격에 반영됐다. 국토교통부는 공시가격 변동에 따른 아파트 '래미안 원베일리'(서초구 반포동), '신현대 9차'(강남구 압구정동), '송파잠실엘스'(송파구 잠실동), '마포래미안 푸르지오'(마포구 아현동) 등의 보유세액 추정치를 기자단에 참고자료로 배포했는데 이 자료가 지난 18일자 지면을 주요하게 채웠다.

신문 지면 뒤덮은 '원베일리' 보유세 인상 소식

조선일보는 18일자 6면에 <종부세 아파트 1년새 53% 급증… 마래푸 보유세 290만→440만원> 기사를 냈다. 국토교통부 참고자료에는 보유세 인상이 미미한 서울 외곽 지역의 보유세 추정치도 담겼지만 이러한 내용은 두 문장 담기는 데 그쳤다. 중앙일보는 1면에 <강남 공시가 폭탄 원베일리 보유세 1000만원 오른다> 기사를, 동아일보는 2면에 <반포 원베일리 84㎡ 보유세, 작년 1829만원→올해 2855만원> 기사를 냈다.

▲ 지난 18일자 동아일보 2면 기사.

매일경제는 18일자 3면에 <반포 원베일리 보유세 연1000만원 더 늘어… 마래푸도 52% 껑충> 기사를, 한국경제는 1면에 <종부세 대상 49만가구 강남 보유세 50% 뛴다> 기사를 냈다. 이밖에 <원베일리 84㎡ 보유세 2천855만원…작년대비 56.1%↑> (연합뉴스), <원베일리 보유세 1026만원↑…공시가 1위 '에테르노청담' 325.7억>(파이낸셜뉴스)등 고가 주택의 보유세를 강조하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강남, 송파, 서초 등 강남3구 공시가격 상승률은 24.7%, 성동, 용산 등 한강 인접 자치구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23.13%를 기록했다. 그 외 자치구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6.93%에 불과했다.

“보유세 공제 최대 80%… 실제 세액은 훨씬 적다”

국토교통부는 특정 아파트의 보유세액 추정치가 명시된 참고자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았다. 출입기자단에게만 참고용으로 배포한 것인데 다음날 조간 제목으로 다뤄져 국토교통부에서 난감해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추정해서 한 값이므로 실제 부과액과는 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의 참고자료가 일부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실질적인 보유세 인상률은 참고자료 추정치보다 줄어든다고 봤다. 참고자료에선 '래미안 원베일리'와 '마포래미안 푸르지오'의 보유세 인상률이 각각 56.1%와 52.1%로 추정됐지만 홍 연구원 계산에 따르면 실질적인 보유세 인상률은 각각 45.2%, 38.7% 정도였다. 윤석열 정부에서 생긴 세부담 상한제 등을 엄격하게 적용한 결과다.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래미안 원베일리'. 사진=래미안 홈페이지

홍 연구원은 통화에서 “결과적으로 국토부가 시뮬레이션한 것보다 10%p 정도 덜 낼 것으로 보인다”며 “참고자료도 과표 상한제를 적용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적용하면 보유세 부담이 50%를 초과하기 힘들다. 일부 아파트는 제대로 계산이 됐지만 일부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종합부동산세도 연령공제나 보유공제를 통해 최대 8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여러 제도를 통해 (보유세) 징수세액은 훨씬 적은 게 현실”이라며 “무턱대고 보유세 '1000만 원 오른다', '50% 오른다'는 식의 보도는 선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유세 인상 신중하자는 언론, '공시가 폭탄' 강조

2023년 대부분의 아파트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하락했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무산시키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69%로 하향 조정한 결과다. 이후 4년째 69%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동결되고 있다. 홍 연구원은 “2023년 이후에 (세부담 상한제로) 혜택을 본 보유세 감면액이 크게는 1000만 원”이라며 “이를 다루는 보도는 정말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 수준으로 OECD 평균 절반에 불과하지만, 언론에선 보유세를 인상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조가 일반적이다. 매일경제는 18일자 사설 <1년새 종부세 대상 17만채 급증 … 보유세 인상은 신중해>에서 “서울시민이 부담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도 최대 5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해 추후 보유세 인상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도 18일 <정책 실패가 부른 집값 급등에 확 늘어난 보유세 부담>이란 제목의 사설을 냈다.

▲ 지난해 12월7일 서울 성동구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지난 20일 나온 한국경제 <“아파트 공시가 두 배나 뛰어”…이의신청 쏟아질 듯> 기사 역시 그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기사는 한국부동산원이 올해 초 발표한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누적 상승률(8.98%)보다 국토부가 발표한 서울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 공시가격의 평균 상승률(18.67%)이 두 배 이상 높다고 했는데, 공시가격 '상승률'이 두 배 뛴 것과 '공시가격'이 두 배 뛴 것은 통계적으로 다르다.

한국경제는 광진구 자양동의 '마이바움 빌라' 등을 근거로 “일부 단지는 1년 새 공시가격이 두 배가량 뛰었다”고 기사에서 설명하고 있지만 일부 사례로 과장된 제목을 썼다는 비판이다. KBS기자 출신의 김원장 경제학전 대표는 통화에서 “예를 들어 '우리 아이 키가 작년에 2% 커졌는데 올해 4%가 커졌다'는 것과 '우리 아이 키가 2배가 됐다'라는 것을 똑같다고 한 것처럼 보인다”며 “보유세 부담을 강조하기 위해 무리하게 뽑힌 제목”이라고 비판했다.

홍 연구원은 “재산세는 행정안전부 소관이라 부동산 출입 기자들과는 이슈가 또 다르다”며 “국회에서 나오는 기사도 마찬가지다. 출입처가 분리돼 있으니 (보유세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다루는 기사가 적다”고 했다. 또 “세제안이 나왔을 때 이를 직접 계산해보는 기자도 드물다. 부동산 투자를 부추기는 업자들의 부실한 자료를 인용해 자극적인 기사를 쓰는 일도 반복된다”고 했다.

정부 정책 통과되면 보유세 8000만원? “가짜뉴스”

부동산 세제 개편이 쟁점이 되면서 최근 소셜미디어에선 정부의 보유세 인상 정책을 예상한 '주택가격별 보유세(재산세+종부세) 정리' 이미지가 돌았다. 40억 원짜리 주택은 8130만 원, 50억 원짜리 주택은 1억2760만 원의 보유세를 낸다는 표였다. 아직 정부의 보유세 정책은 나오지 않은 상태인데 '정책 통과 시'라는 조건을 달아 예상되는 보유세액을 나열했다.

김원장 대표는 “시세 40억 원 주택이 보유세 8000만 원을 낸다면 실효세율이 2%다. 지난해 700만 원 정도 내고 올해 1000만 원 정도 낼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가 8000만 원을 내게 하는 게 말이 되나”라며 “우리 법은 올해 보유세 세액이 지난해 세액의 15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된 보유세 가짜뉴스.

김원장 대표는 “(보유세 관련) 가짜뉴스가 소셜미디어에 도는 것도 그렇고 언론의 제목도 무리하게 나오는 걸 보면 오히려 보유세 인하 논리가 약하다는 걸 반증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프레임을 잡는 힘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보유세에 대해선 인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저도 궁금했다”며 한국의 보유세 부담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취지의 채널A 기사를 자신의 SNS(엑스)에 공유했다. 채널A는 해당 기사에서 “뉴욕의 보유세율은 1% 정도”라며 “우리 실효세율이 0.15%로 알려져 있으니, 훨씬 높다”고 했다. 한편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7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일부에서 보유세 인상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현재까지는 이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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