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16억은 누구 몫인가" 세운4구역 개발이익 논란 증폭

홍성민 2026. 3. 2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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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용적률 상향으로 개발이익 5516억 추정
종묘 인접지 규제 완화, 공공성 훼손 논란 커져
현금청산 57.7%…원주민 배제·공동체 해체 우려
초고밀 개발 집중 속 공공환수 실효성 검증 필요
[지데일리] 서울 세운4구역의 용적률 상향으로 인해 약 5516억 원 규모의 개발이익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경실련이 분석이 나왔다. 이번 분석 결과는 세계문화유산 종묘와 인접한 세운지구 일대의 초고층·초고밀 개발이 단순한 도시계획 이슈를 넘어 공공성의 후퇴와 불투명한 개발이익 귀속 문제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실련은 서울 세운4구역의 용적률 상향으로 약 5516억원의 추가 개발이익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세계문화유산 종묘 인근에서 초고층·초고밀 개발이 허용된 데 대해 공공성 후퇴와 특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금청산 비율이 57.7%에 달해 원주민 배제 우려도 제기된다.

2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시의 용적률 완화 조치가 민간의 막대한 이익으로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산정과 환수 구조가 시민에게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운4구역의 경우 기존에는 약 1854억 원의 적자 구조였으나, 용적률 상향 이후 3662억 원의 흑자 구조로 전환되며 총 5516억 원에 달하는 개발이익이 새로 생긴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공공이 허용한 추가 개발권의 편익이 실제로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해당 이익이 어떻게 시민 이익으로 환원되는지는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문제가 되는 세운4구역은 종묘 바로 앞, 역사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에 위치한다. 종묘는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공간으로, 주변 지역의 건축물 높이와 밀도는 오랜 기간 공공적 기준에 따라 제한돼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서울시가 관련 조례를 개정하고 촉진계획을 변경하면서, 이 지역의 개발 허용 범위가 급격히 확대됐다. 이는 단순한 계획 변경이 아니라, 세계문화유산 인접 지역이라는 국제적 책임이 요구되는 공간에서 규제 완화를 구조적 정책으로 정당화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세운지구의 전체 34개 구역 가운데 11개 구역은 이미 사업이 완료됐으며, 7개 구역이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 구역의 용적률은 1000%를 넘어섰고, 일부 구역은 최고 1550%까지 상향됐다. 완공된 구역의 평균 용적률도 660~940%에 이른다. 

나아가 몇몇 구역에는 높이 170~199미터에 달하는 초고층 건물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는 세운상가 일대의 ‘도심 재생’이라는 초기 구상이 사실상 ‘도심 초고밀 상업지 전환’으로 변질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개발의 방향성 역시 초기 목적과 크게 달라졌다. 준공된 구역들 대부분은 공동주택, 생활숙박시설, 호텔 등 주거·숙박 중심 시설 위주로 채워지고 있다. 세운상가의 산업·제조 기능을 보존하며 도심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겠다는 정책 목표는 사실상 후퇴했다. 이에 따라 세운지구는 점점 ‘투자형 부동산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고, 이는 도심 투기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도 높다.

세운4구역은 특히 그 구조적 문제점이 뚜렷하다. 토지 지분의 약 57.7%가 현금청산 대상이라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는 전체 토지의 과반 이상이 기존 주민이나 상인이 아닌 외부 투자자에게 넘어가거나, 원주민이 개발 과정에서 배제되고 지역을 떠나게 된다는 의미다. 

개발이익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기존 공동체가 해체될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도시 정비사업의 공공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도시정비사업은 본질적으로 공공 권한 아래 진행되는 사업이다. 도시계획, 인허가, 용적률 완화 등 모든 결정은 공적 판단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이익 역시 공공의 원칙 아래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그러나 세운4구역의 사례는 오히려 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가 주장하는 개발이익 환수와 공공기여 산정이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졌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고, 실제로 시민에게 반환되는 공공이익의 실질성도 검증되지 않았다.

한편 세운지구 내 다수의 구역은 이미 고밀 개발로 인해 인근 도시환경 악화 우려를 낳고 있다. 용적률이 900% 내외, 건폐율이 50~60%에 달하는 초고밀 구조는 일조권 침해와 바람길 차단, 열섬현상 심화, 교통 혼잡, 생활 SOC 수요 급증 등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공공공간 확충이나 기반시설 투자가 충분히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행 개발 계획이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단기적 이익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운지구는 1979년 재개발구역으로 처음 지정된 이후, 수차례의 정책 변화를 겪어왔다. 재지정과 해제, 촉진계획 변경, 재생사업 전환 등을 거치는 동안 정책 방향은 ‘보전과 재생’에서 ‘상업적 개발’로 점차 기울었다. 

특히 세운4구역의 용적률 상향(최대 1094%)과 고도 제한 완화는 규제 완화가 일회적 예외가 아니라 일상적 행정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공 담론에서는 여전히 ‘도심의 역사와 산업 보존’을 강조하지만, 실제 정책 결과물은 초고층 복합개발로 귀결되고 있다.

결국 세운4구역의 용적률 상향을 통해 약 5516억 원에 달하는 추가 개발이익이 민간에 귀속되는 구조를 서울시가 허용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단순한 도시계획 차원을 넘어선다. 

종묘라는 세계문화유산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초고밀 개발은 도시 경관 훼손과 역사적 맥락 상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한 번 훼손된 도심 경관은 복원이 쉽지 않으며, 공공 공간으로서의 도심은 결국 소수 자본의 투자 대상 공간으로 고착될 위험이 있다.

경실련은 이에 대해 “종묘 인접 지역에서의 초고층·초고밀 개발은 행정 책임이 따르는 사안”이라며, 세운4구역의 용적률 및 높이 완화 경위를 전면 공개하고, 공공기여 산정의 산식과 환수 근거를 시민 앞에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약 5516억 원에 이르는 추가 개발이익의 발생 구조와 귀속 주체, 실질적인 공공환수 효과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세운4구역 사례는 서울시 도시정책이 보전보다 개발, 공공성보다 사익에 기울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계문화유산 종묘를 마주한 공간이 더 이상 도시의 역사와 기억을 품은 시민의 생활공간이 아니라, 자본 논리에 종속된 초고층 스카이라인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서울시 도시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되묻는 출발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