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 김해] 20여 개국 학생들 ‘수업 언어’ 벽에 막혔다
이주배경 2907명… 동광초 40% 육박
일상 대화 잘해도 ‘교과 용어’ 막막
수업·생활지도, 교사에 기대는 구조
학부모 “외국인가정 제도 차별 여전”
한국어 특별학급 최대 2년간 운영
교과 언어 지원 조기·상시화 절실
“한국어를 배우고 나서 한국 친구들과 이야기는 하지만, 제 생각을 모두 말하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김해 합성초에 다니는 이주배경 학생 A군의 말이다. 또래와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됐지만, 국어·사회·수학 시간에 쏟아지는 교과 용어 앞에서는 여전히 막막하다. A군은 “선생님께서 앱을 써서 통역해 주시기도 하지만 정확한 내용을 알기 어려울 때가 있다”며 “뭘 빠뜨리는 경우도 있고, 부모님께 잘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수업 언어의 벽이 학교와 가정 사이의 정보 단절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해의 교실에서 다문화는 이미 뚜렷한 일상이다. 이주배경 학생은 김해 전체 교육 현장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이들의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고, 변화의 물결은 중·고등학교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응은 여전히 개별 학교의 헌신에만 기대는 측면이 강하다.

김해교육지원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주배경 학생은 2907명에 달한다. 국내 출생 다문화 학생이 59.3%, 외국인 가정 학생이 36.1%, 중도입국 학생이 4.6%를 차지한다. 출신 국가는 베트남을 비롯해 러시아·중앙아시아, 중국, 필리핀 등 20여 개국이다.
동광초는 전체 418명 중 162명(38.8%)이, 진영금병초는 1140명 중 145명(12.7%)이 이주배경 학생이다. 특히 동광초 학생들의 출신 국가는 22개국에 이른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같은 교실에서 나란히 수업을 듣는 풍경은 이제 김해에서 낯설지 않다.
이 아이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벽은 ‘수업 언어’다. 내동초의 이주배경 학생 B군은 “빠르게 말할 때 이해하기 어렵고, 줄임말을 많이 해서 알아듣기 힘들다”고 했다. 일상 대화가 가능해졌다고 해서 곧바로 추상적 교과 과정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사는 한 교실에서 서로 다른 학습 속도와 이해도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수업 진도에 생활 지도, 개별 맞춤 지원, 문화 차이에서 비롯되는 오해를 조정하는 일까지 겹친다. 이주배경 학생을 7년째 가르치는 이모 교사는 “학생들의 특성은 갈수록 개별화되는데, 지원 인력과 시간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학생의 다양성이 곧 교사의 가중된 업무 부담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학부모들의 고충도 크다. 몽골 출신 학부모 서모 씨(40대)는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한국어를 조금밖에 몰랐다. 그때가 제일 힘들었다”면서도 “담임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시고 잘 이끌어가 주셨다”고 말했다. 교사 개인의 헌신이 유일한 안전망이었던 셈이다. 서모 씨는 그러나 “아이가 셋인데 다자녀 혜택도 못 받고, 도움이 될 만한 사업에는 외국인 가족은 안 된다고 하더라”며 다문화가정과 외국인가정 사이의 제도적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한국어 특별학급이 운영되고 있지만, 진짜 사각지대는 그 ‘이후’에서 발생한다. 특별학급을 거쳐 일반 학급으로 돌아간 뒤에도 한자어가 섞인 교과 용어를 따라가지 못해 다시 뒤처지는 학생이 속출한다. 이 모 교사는 “특별학급은 규정상 최대 2년까지만 운영되지만, 그 이후에도 높은 언어 장벽을 겪는 학생이 적지 않다”며 “지속적인 밀착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인제대 다이음센터 신성희 교수는 이를 ‘환급 학생(일반 학급 복귀 학생)’ 문제로 설명한다. “교과 용어를 몰라 수업 참여와 학업 성취에 큰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적지 않다”며 “‘생활 한국어’와 ‘학습 한국어’는 성격과 난이도가 완전히 다르다”고 짚었다.
다이음센터는 초·중학교 4곳과 협력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방과후 소그룹 형태로 ‘학습 한국어 심화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했다. 현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학업뿐만 아니라 종교와 생활 문화 차이도 일상 속 부담이다. 합성초의 한 무슬림 학생은 “할랄 인증이 안 된 급식을 먹기 어려울 때가 있다. 고기 반찬이 나오는 날에는 김을 주셔서 먹는다”고 했다. 방글라데시 출신 귀화자 김모 씨(40대)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나는 어디에 속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며 “학부모 모임이나 지역 행사에서 거리감을 느낄 때가 있다”고 했다.
이러한 과제는 중·고등학교로 이어진다. 가야중 다문화 학생 비율은 14.7%, 진영제일고는 15.8%에 달한다. 초등학교에서 시작된 ‘학습 한국어’의 벽이 상급 학교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김해교육지원청은 한국어 특별학급과 예비학교 운영, 다문화 이해교육 확대 등 다각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올해는 동광초에 ‘거점형(동부)다문화교육지원센터’도 개소할 예정이다. 김해연구원 최나리 박사는 “교과 언어 지원을 조기화·상시화하고, 이주배경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에는 추가 인력과 전문 지원이 구조적으로 붙어야 한다”며 “교실의 변화가 곧 도시 인구 구조의 변화인 만큼, 해법 역시 개별 학교를 넘어 도시 차원의 시스템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훈 기자 leejh@knnews.co.kr
Copyright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