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장마 / 김충림

최미화 기자 2026. 3. 2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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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림 시인은 1943년 제주도 애월읍 애월리에서 태어나 애월에서 살고 있다.

김종호 시인은 또한 첫 시집 『포구』를 두고 자연과 내밀한 교감에서 빚어내는 생의 찬가라고 말하고 있다.

김충림 시인은 노래를 그치지 않는다.

시인의 결 고운 노래가 오래도록 온 누리에 널리 울려 퍼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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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시조 시인)

퇴비 익는 내음 흐르는 초가지붕/ 돌멩이 쌓아 진흙 바른 눅눅한 벽에는/ 하얗게 곰팡이가 꽃으로 피어나고 있었네
『포구』(2026년, 다층현대시인선)

김충림 시인은 1943년 제주도 애월읍 애월리에서 태어나 애월에서 살고 있다. 2019년 문예사조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포구』는 팔순 중반의 나이에 펴낸 그의 첫 시집이다.

아동문학가 장승련은 한평생을 지녀온 인간 원형의 휴머니즘이 작품마다 애월 바다처럼 출렁이고 있으며, 농촌에서 성장해온 그 삶의 언저리에 순수한 마음의 고향이 자리하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아울러 제주의 아픈 역사를 새겨듣고, 어머니의 고되고 억척스러운 삶과 누이의 평생 물질을 한과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형상화한 점에 주목한다. 김종호 시인은 또한 첫 시집 『포구』를 두고 자연과 내밀한 교감에서 빚어내는 생의 찬가라고 말하고 있다.

「장마」는 토속적인 정서를 담고 있어 친근감이 든다. 퇴비 익는 내음 흐르는 초가지붕 돌멩이 쌓아 진흙 바른 눅눅한 벽에는 하얗게 곰팡이가 꽃으로 피어나고 있었네, 라는 기억의 재구성을 통해 그때 그 시절의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퇴비 익는 내음이 초가지붕 위로 흐른다는 첫 줄이 향수를 강하게 불러일으킨다. 화자의 추억은 아래와 같이 이어진다.

검은 그을음 가득한 정지 간 뒤집은 무쇠 솥뚜껑에 타작한 보리 담아 아궁이에는 젖은 삭정이 불붙이느라 매운 연기 피워가며 보리 볶는 소리 따발총 쏘듯 요란했고, 볶은 보리 고레에 갈고 가는 체로 쳐서 개떡을 만들어 주시던 주름살 곱게 패인 외할머니, 연기가 매워 눈물이 흐르고 콧물도 훌쩍이지만, 입가에는 잔잔한 웃음이 가득 흐르고 있었네. 마당엔 보리낭 눌 굽 아래까지 흙탕물 찰랑거리고 댓돌 위에 벗어두었던 검정 고무신 내 맘을 싣고 마당을 빙빙 떠다니고 있는데 풀숲에 숨어 비를 부르던 맹꽁이 울음소리. 올 장마에도 맹꽁이는 울음 울어 칠십여 년이나 멀어져 온 그 세월 거슬러 여섯 살 기억 속으로 잠기에 하네.

이렇듯 아득한 유년 시절 장마에 관한 애틋한 추억을 되살리면서 그리움을 안으로 삭이고 있다. 김충림 시인은 노래를 그치지 않는다. 「하얀 산에서」다.

백발의 걸음이 흰 산을 오른다/ 만설의 한라, 깊은 침묵 속에서/ 천천히 세월의 무게를 가만히 풀어준다// 얼어붙은 바람은 지나온 날들의 숨결/ 발밑에 쌓인 눈은 걸어온 길의 흔적/ 멈춰선 정상에서 바라본 세상은 한없이 작고도 크다.

이처럼 대자연 앞에서 겸허한 자세로 시심을 가꾼다. 시인의 결 고운 노래가 오래도록 온 누리에 널리 울려 퍼지기를 기원한다.
이정환(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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