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원오 고액후원 8인 업체, 5년간 성동구 수의계약 ‘541억원’ 따내
‘간판 사업’ 성동 스마트쉼터 용역 도맡아온 업체 前 임원도 고액 후원
성동구 “모든 계약과 사업자 선정은 관련 법령과 정해진 절차 준수해 처리”
‘일감 몰아주기’ 지적엔 “동일업체와 연간 수의계약 횟수 내부 기준 마련해 운영”
김재섭 “대규모 수의계약, ‘로또 당첨’만큼 어려운 일…부정 카르텔 확인해 봐야”
(시사저널=변문우·강윤서 기자)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전 성동구청장)에게 2022년 지방선거 당시 500만원 고액 후원금을 낸 인물들이 대표·임원 등으로 있는 업체 8곳에서 최근 5년간 성동구로부터 541억원 규모의 사업들을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체결한 전체 계약 86건 중 수의계약은 약 75%(65건)에 달한다. 특히 정 전 구청장의 간판 공약인 스마트쉼터 사업과 관련해 다수의 수의계약을 따낸 업체의 전 임원(지난해 12월 퇴사)도 정 전 구청장에게 고액 후원을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25일 시사저널이 확보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정원오 성동구청장 후보자 후원회의 고액 후원금(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에 따르면, 선거 과정에서 정 전 구청장에게 법정 최고액인 500만원을 후원한 인물은 16명이다. 그중 절반인 8명은 후원 당시부터 지난해까지 특정 업체의 대표나 임원을 맡고 있었다. 쓰레기·폐기물 처리 업체인 △A사(I 대표) △B사(J 대표이사) △C사(K 대표) △D사(L 대표)와 건설사 △E사(M 대표), 전기공사 업체 △F사(N 전무이사·지난해 12월 퇴사), 디지털·직업교육 업체 △G사(O 대표), 협동조합사 △H사(P 대표) 등이다.
해당 업체들은 정 구청장 재직 시절인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성동구청으로부터 어떤 사업들을 수주 받아왔을까. 시사저널이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과 서울시 계약정보 포털을 통해 전수 분석한 결과, 총 86건(계약금 619억3271만1270원)에 달하는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65건(계약금 541억410만7560원)은 모두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다. 제한·지명경쟁은 12건이었고 일반경쟁을 통해 입찰된 사업은 9건에 불과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국가계약법) 상 국가기관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일반 경쟁'의 방법으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지방계약법 등에 따라 재공고 입찰 시 입찰이 성립하지 않거나 낙찰자가 없는 경우, 또 추정가격 2000만원 이하의 물품을 제조·구매계약하거나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이외의 각종 예외 상황에 따라 경쟁 없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원오표 '스마트쉼터', 한 업체서 5년째 대거 수의계약 수주
가장 큰 규모의 사업들을 수주한 곳은 생활폐기물 처리 업체인 A, B, C사였다. 세 업체는 지난 2021년 12월에 '2022~2024년 관내 생활폐기물 처리' 건으로 각각 188억8823만3150원(A사 70억7135만1310원, B사 60억40만7210원, C사 58억1647만4630원)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이후 구청은 실적 우수 업체에 대한 연장 계약 취지로 세 업체에게 다음 3년 치(2025~2027년) 271억2203만7480원(A사 95억1만8700원, B사 88억6734만2700원, C사 87억5467만6080원) 규모 동일 사업도 수의계약으로 맡겼다. 이들이 6년간 따낸 수주액만 총 460억1027만630원에 달한다. 여기에 종량제 봉투 구매 계약 등 소규모 사업들도 수의계약이 다수 이뤄졌다.
A사 측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이러한 계약 과정에 대해 "당연히 시작 단계에선 경쟁 입찰 과정이 있었지만 합법적인 특정 변수로 인해 결과적으로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된 것"이라며 "무엇보다 1980년 전부터 일을 시작해서 생활폐기물 관련 1호 사업자인 만큼 경력과 기술에 있어서 확실한 차별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내 토목·치수 관련 사업 수주도 있었다. 건설사 E사는 2024년 3월에 제한경쟁을 통해 13억9655만4000원 규모의 관내 보도 유지보수 공사 사업을 따냈다. 건설폐기물 처리 용역 업체인 D사도 보도 정비 사업이나 정원 조성사업 관련 폐기물 처리 용역으로 총 7억8329만4220원 규모 사업들을 제한·지명경쟁과 수의계약 형태로 수주 받았다. G사와 H사도 관내 행사나 전시 부스 등 작은 규모 사업들을 각각 7건, 16건씩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주목할 부분은 정 전 구청장이 대표적으로 내세워 온 구정 성과인 스마트쉼터 사업의 경우 F사가 가장 많은 계약을 따낸 점이다. 전기공사 업체인 F사는 5년간 총 26건의 사업 수주를 받았는데 이중 스마트쉼터 관련 사업(스마트쉼터 설치·확대, 시설보수, 이설 공사)만 19건(총 27억4963만8750원)에 달했다. 여기서 2건(제한경쟁)을 제외한 17건은 모두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됐다. 건별로 보면 8억8959만9000원짜리 스마트쉼터 제작·설치 건을 비롯해 1억원이 넘는 사업들이 수의계약을 통해 입찰됐다.
F사 관계자는 계약 체결 배경을 묻는 시사저널의 질문에 "저희가 답변을 해드려야 하는 내용은 아닌 것 같다"라고 밝혔다. 2022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 전 구청장에게 고액후원을 했던 N 전무이사는 지난해 12월 F사에서 퇴사한 상태다.
지역 정가에선 해당 업체의 입찰 과정을 놓고도 뒷말이 나온 바 있다. 지난 2021년 11월 성동구의회에서 진행된 본회의 당시 국민의힘 소속 박영희 구의원은 "스마트쉼터와 관련해 2020년부터 (2021년 11월까지) 네 번의 입찰이 있었는데, 첫 번째 입찰에서는 참가업체 중에서 주식회사 드웰링이 선정됐지만 두 번째 입찰부터 F사가 드웰링과 공동으로 입찰에 참여해 단독 선정됐다. 세 번째 입찰 역시 드웰링이 다른 업체들이 응찰했지만 결국 F사가 선정됐고, 네 번째 입찰에서는 F사가 단독 입찰해 선정됐다"며 "특정업체에 일감 몰아주기 특혜를 준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구청에선 스마트쉼터 제작의 필수 요건인 '원격제어 기술'을 가진 곳이 F사밖에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2022년 11월 진행된 구의회 보건복지위 행정감사에서 당시 담당자였던 차영수 성동구청 스마트도시과장은 "2020년 상반기 최초로 스마트쉼터를 만들 때는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일단 시도한 것은 맞다. 그때는 드웰링이라는 회사가 먼저 들어왔는데, 해당 업체가 나중에 보니 원격제어 기술이 없었다"며 "당시 공동 보급으로 들어온 F사는 원격제어 기술을 가진 LG 협력사였다. 결국 F사가 들어올 수밖에 없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정 업체의 독과점 우려를 묻는 질문에 "원격제어 기술 자체가 일반 중소업체들은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사업"이라고 답했다.

김재섭 "사업 몰아주고 고액 후원 받아" 성동구 "법적 절차 준수"
정원오 캠프 측은 이같이 고액 후원자가 소속된 업체들의 수의계약 배경에 대한 입장을 묻자, 성동구청 측에 문의하라고 답했다. 이에 구청 측은 시사저널에 "모든 계약 및 사업자 선정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과 정해진 기준 및 절차를 준수해 처리했다"고 밝혔다. 스마트쉼터와 관련해선 "경쟁입찰 공고를 실시하였으나 단독 응찰한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재공고 후 유찰이 돼 수의계약을 체결하거나 코로나19 특례 규정에 따라 재공고 절차 없이 수의계약을 체결했다"고 했다.
'특정 업체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해를 불식시키고 특정 업체와의 계약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2023년 10월1일부터 구청장의 방침으로 동일 업체와의 연간 수의계약 횟수에 관한 내부 기준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동일업체 수의계약 횟수를 부서별 연 3회, 구 전체 연 7회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실제 규정을 준수한 수의계약 자체는 법적 문제가 없다. 계약 내용이 보편화되지 않은 특별한 공법이나, 특정 업체만 보유한 고유의 기술이라면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이런 점을 이용해 법 테두리의 경계선에서 카르텔이 형성되고 지자체장의 권한이 남용되는 사각지대도 존재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안희철 변호사(법무법인 디엘지)는 "현행법상 수의계약 요건만 만족하면 실질적으로 특혜를 줄 수 있는 구조"라며 "실제 일부 업체에선 경쟁 입찰은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일부러 수의계약을 맺기 위해 짬짬이로 가격을 낮출 수도 있고, 심지어는 경쟁업체와 '이번에 밀어줄테니 다음번엔 봐달라'며 암묵적 합의를 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다른 업체들의 경쟁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업체에 대한 명확한 평가를 진행하고, 수의계약을 종료하거나 갱신할 이유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상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정책위원장은 "보편적인 사업이자 고액의 계약이라면 공개 입찰을 해야 효율성과 형평성도 더 확보할 수 있다"며 "만약 지자체장이 흑심을 품고 제도적 경계에서 수의계약을 불공정하게 이용했다는 의혹이 있다면 해당 사실 자체를 공론화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고액 후원을 한 업체들이 541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따냈다. '로또 당첨'만큼 어려운 일"이라며 "구청장과 업자들의 부정한 카르텔이 의심되고, 정 예비후보 스스로가 비판하는 '세금이 아까운' 행정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스마트쉼터 사업을 다수 수주한 F사 임원이 고액후원자 명단에 있는 점을 언급하며 "본인 간판 사업의 수주를 거의 몰아준 업체로부터 고액 후원을 받았던 사실은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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