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호구산의 수려한 정기를 품은 관음성지 염불암에 일곱 부처님의 자비로운 광명이 가득 찼다.
남해 염불암(주지 천수정견 스님)은 지난 22일 대웅전에서 '감로칠왕(七如來)' 탱화 점안법회를 여법하게 봉행하고, 올바른 영가천도 의식과 신행질서 확립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오색실에 담긴 간절한 서원… 사부대중 200여 명 운집
이날 법회는 지역 사회를 넘어 전국 각지에서 모인 대덕 스님들과 불자 등 2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특히 제13교구본사 쌍계사 염불원장이자 남해 용문사 주지인 승원 큰스님을 증명법사로 모시고, 쌍계사 염불원 오현·연진·대은 스님, 불일암 진한 스님, 낙가사 주지 승준 스님, 법흥사 주지 승민 스님, 백련암 유성 스님, 옥천사 주지 지상 스님 등 제반 사찰의 대덕 스님들이 대거 참석해 점안식의 의미를 더했다.
점안의식은 주지 천수정견 스님의 집전 아래 엄숙하게 시작됐다. 대웅전을 가득 메운 신도들은 탱화를 가린 장막과 연결된 오색실을 손에 꼭 쥐고 일심으로 기도에 동참했다. 부처님의 지혜와 중생의 서원을 잇는 가교인 오색실을 통해 참석자들은 저마다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점안의 순간을 기다렸다.
법회의 하이라이트는 제막의 순간으로, 대중이 일제히 오색실을 당기자 하얀 장막이 걷히며 장엄한 후불탱화와 감로탱화가 그 위용을 드러냈다. 이어 정견 스님이 청정향수를 불단과 대중에게 뿌리는 도량 정화 의식을 거행하자, 대웅전 안팎은 신성한 기운과 환희심으로 가득 찼다.
◇올바른 제례 문화 확립… 영가의 안식과 극락왕생 발원
이번 점안식은 단순히 새로운 불화를 모시는 종교적 의미를 넘어, 사찰 내 신행 질서와 제례 문화를 바로잡겠다는 천수정견 스님의 깊은 원력이 담겨 있다.
정견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법당 측면에 영가의 사진을 직접 차려놓고 개별적으로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보며 늘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고 소회를 밝히며, "오늘 감로탱화 점안을 통해 부처님의 자비 아래 영가를 올바르게 예우하고 모실 수 있는 법적(法籍) 토대를 마련하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이어 스님은 "불자들의 인연 영가들이 이생에서의 미련을 모두 내려놓고, 감로의 법문을 들어 아미타부처님의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불화장 천수정견 스님의 예술혼…수행과 예술의 합일
이번에 봉안된 '감로칠왕' 탱화는 나무다보여래를 비롯해 보승여래, 묘색신여래, 이포외여래, 광박신여래, 감로왕여래, 나무아미타여래 등 일곱 부처님을 모신 불화다. 이는 망자의 넋을 위로하고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불교 의례의 핵심적 상징물이다.
특히 이번 탱화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 이수자인 주지 천수정견 스님이 직접 조성해 예술적·수행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다. 동국대에서 불교미술학 석사를 취득하고 객원교수를 역임한 스님은 국내외 수많은 전시를 통해 불화의 현대적 확산에 기여해 온 대가다. 스님의 수행력과 예술혼이 고스란히 녹아든 이번 감로탱화는 보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남해의 새로운 신행 중심지로 도약하는 염불암
남해 호구산 염불암은 이번 점안식을 계기로 수행과 의례가 조화를 이루는 청정도량으로서의 면모를 새롭게 일신했다. 장엄해진 대웅전은 향후 지역 불자들의 기도 정진은 물론, 격조 높은 영가 천도의식을 수행하는 남해의 핵심 신행 중심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법회에 참석한 한 불자는 "장엄하게 나투신 부처님을 뵈니 마음이 절로 경건해진다"며 "스님의 원력대로 우리 조상님들이 부처님 품 안에서 편안히 쉬실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하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