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대란 오면 쓰레기 배출 대안 여러 가지…종량제 봉투 ‘사재기’ 안 해도 돼요
비닐 공급 막히는 극단 상황 와도
무지 봉투·무상 배출 등 적용될 듯
사재기가 되레 가격·수급 악영향

중동 전쟁의 영향으로 종량제 봉투를 사재기하는 시민들이 있다. 석유화학제품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비닐봉지도 구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번진 탓이다. 25일 관계 부처와 주요 지방자치단체에 확인한 결과 종량제 봉투 가격이 당장 오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령 공급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종량제 봉투를 사서 쟁여둘 필요는 없는 것이다.
생활쓰레기는 ‘배출’과 ‘처리’ 단계로 나뉜다. 종량제 봉투는 배출 단계에서의 ‘관리 수단’이다. 봉투가 없다고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 구조가 아니다.
주요 지자체별 종량제 봉투 재고 물량을 보면 서울시는 약 4개월, 인천은 약 200일, 대전은 1년, 대구는 3개월~1년, 부산은 약 1년, 울산은 약 2개월, 광주는 3~4개월, 경기 성남은 최소 6개월~1년치를 확보하고 있다. 제주도 원료 기준 최소 3개월치 재고가 있다고 한다.
종량제 제도는 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다. 봉투 가격에 쓰레기 처리 비용이 포함돼 있다. 봉투 원료인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오르면 제작 단가가 상승할 수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치구는 조례로 종량제 봉투 가격을 정해두고 있다. 가격을 인상하려면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또 주민들의 물가 상승 부담까지 고려해야 할 만큼 단기간에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지자체들의 설명이다. 원자재값 상승이 ‘쓰레기 봉투’(쓰봉)의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직결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원료 공급이 중단돼 종량제 봉투를 구하지 못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오더라도 이미 대안은 있다.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일반 봉투에 담아 지정된 장소에 배출하거나’ ‘단독 주택지 등에서 거점 수거를 운영하거나’ ‘지자체가 무지 봉투를 배포해 확인 후 수거하거나’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일부 외곽이나 도서 지역에서는 이미 이런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일정 기간 무상 배출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사재기를 했다가 되팔까’라는 생각도 금물이다. 종량제 봉투는 재판매나 중고 거래가 금지돼 있다. 폐기물관리법은 개인 간 거래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봉투를 판매하면 최대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재기는 ‘불안심리’ 때문이다. 문제는 이 불안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 담당자들은 “걱정할 상황이 아닌데 사재기로 공급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입을 모은다.
불안의 근원에는 우리가 고갈 자원인 석유화학제품에 너무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사태를 일회용 플라스틱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에너지·자원 수급 전반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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