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쇼크 때도 원료 구했는데…” 중동전 불똥 비닐생산 줄스톱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일쇼크 때보다도 상황이 어렵습니다."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일신하이폴리 공장 4층.
일신하이폴리는 미리 산 폴리에틸렌으로 생산을 이어가지만, 전쟁이 당장 끝나더라도 9월까지는 생산이 어렵다고 예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원유 수입 때문에 (종량제 봉투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 재활용 원료를 활용해 대비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이 전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일쇼크 때보다도 상황이 어렵습니다.”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일신하이폴리 공장 4층. 줄지어 늘어선 기계들은 대부분 작동을 멈춘 상태였다. 유일하게 돌아가는 기계에서는 비닐하우스용 비닐이 생산되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한번 기계가 꺼지면 다시 가열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든다”며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농업용 비닐을 주로 생산하는 이 회사에는 ‘폴리에틸렌’이라고 적힌 자루가 곳곳에 놓여 있었다. 비닐은 원유를 나프타(납사)로 가공한 뒤 이를 폴리에틸렌으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쳐 제작된다. 대기업들이 나프타를 수입하거나, 원유를 정제해 나프타를 생산하는데,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나프타 수급에 어려움이 커진 상태다. 일신하이폴리는 미리 산 폴리에틸렌으로 생산을 이어가지만, 전쟁이 당장 끝나더라도 9월까지는 생산이 어렵다고 예상했다.
전쟁은 원료 가격 인상으로도 이어졌다. ‘중화학 공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는 지난달 27일 1t에 633달러(약 95만원)였지만 이달 20일 1141달러(약 171만원)까지 값이 올랐다. 일신하이폴리 관계자는 “원재료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구매비가 52% 증가한 상황”이라며 “4월에도 최소 30% 추가 인상이 예상되고, 원료가 없으면 50%까지 인상 폭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오일쇼크 때는 가격이 비쌌지만 그래도 원료를 사 올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원료를 구매할 수 없어서 더 큰 문제”라고 했다. “30년을 일했지만, 이런 위기는 처음”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안산 지역 다른 석유화학 공장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안산상공회의소가 이달 4~11일 중동 전쟁으로 인한 피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87개 기업(응답 기업 중 85.6%)이 ‘원자재 수급 차질 및 단가 상승’을 우려했다.
비닐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사재기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 사재기 움직임이 가장 먼저 촉발된 종량제 쓰레기봉투의 경우, 당장 전체 물량이 부족하지 않은데도 곳곳에서 ‘품귀’ 현상이 벌어진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박아무개(46)씨는 “종량제 봉투를 사려고 보니 음식물용 외에는 이미 모두 팔렸더라”며 “주변 편의점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걱정되는 마음에 그냥 남아 있는 50리터짜리 종량제 봉투 1묶음을 1만2500원 주고 샀다”고 했다.
다른 분야를 두고도 우려가 나온다. 일신하이폴리 관계자는 “라면만 생각해봐도 봉지라면은 포장할 봉지 생산이 막히고 컵라면은 뚜껑이 생산이 안 된다. 아이스아메리카노도 포장 용기가 없어 판매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원유 수입 때문에 (종량제 봉투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 재활용 원료를 활용해 대비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이 전했다.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정부는 러시아산 나프타 도입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그동안 러시아산 수입에 걸림돌이었던 금융 결제와 제3자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문제가 최근 해소됐다”고 밝혔다.
이준희 정인선 고경주 이재호 기자 givenhapp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오일쇼크 때도 원료 구했는데…” 중동전 불똥 비닐생산 줄스톱
- “불안해서 쓰레기봉투 5묶음씩 쟁여”…사재기 안 하셔도 됩니다
- “미 82공수사단 2천명 중동 전개 명령…기뢰제거함 복귀 준비”
- 트럼프 ‘종전 제안서’ 내밀었지만…지렛대 쥔 이란 ‘3번은 안 속아’
- 상복 바짓단 2번 접은 초등생 아들의 ‘마지막 잔’…안전공업 희생자 발인
- ‘조희대 탄핵안’에 국회의원 112명 서명
- 김부겸, 대구시장 출마 초읽기…26일 정청래 만나 ‘맞춤형 공약’ 논의
- 이 대통령 “초음속 전투기 KF-21 성공…우리 기술로 자주국방”
- 미, ‘이란과 협상’ 누구와?…부메랑 된 ‘참수작전’에 암살 의심도
- “유가족이고 XX이고”…안전공업 대표 막말에 노조 “천인공노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