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불청객 ‘괴물 산불’, 지역·수종 안 가린다

서의수 기자 2026. 3. 2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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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로 대형·동시다발화
동해안부터 내륙 전방위 위협
범국가적 종합관리 전략 시급
▲ 지난해 봄 청송지역을 할퀴고 간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진보면의 한 야산에서 고사목을 제거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서충환 기자

대형산불이 특정 수종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가운데 경북 동해안과 내륙 산지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경북은 강원과 함께 국내 대형산불의 주요 발생권역으로 꼽히면서 기상과 지형, 산림 구조를 반영한 종합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등에 따르면 최근 대형산불은 소나무림뿐 아니라 활엽수림과 혼효림 등 다양한 산림 유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 발생은 특정 수종보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 지형, 연료 축적 등 복합 요인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북 역시 대형산불 주요 발생 지역으로 확인된다.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25년까지 발생한 대형산불 80건 가운데 경상권에서만 34건(경북 22건 포함)이 발생해 강원 동해안과 함께 전체의 약 88.8%를 차지했다. 피해 면적도 경상권이 12만9154ha로 전체의 86.2%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경북 동해안은 봄철 강풍과 건조한 기후, 소나무 중심 산림 구조가 겹치면서 대형산불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분석된다. 대형산불은 보통 피해 면적 100ha 이상,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로 분류되며 주로 3~4월 강원·경북 동해안에서 집중 발생하는 특징을 보인다.

산불 확산에는 바람 영향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초속 6m 바람이 불 경우 무풍 대비 산불 확산 속도가 최대 26배까지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사가 급한 산지일수록 불이 빠르게 번지며, 30도 경사지에서는 평지보다 최대 3배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에는 기존에 대형산불이 많았던 동해안뿐 아니라 내륙 지역에서도 산불이 발생하는 추세도 확인됐다. 기후변화로 고온·건조한 날이 늘고 이상기상이 잦아지면서 대구경북 내륙 산지 역시 대형산불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산불은 자연 발생보다 사람 부주의가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기준 입산자 실화가 약 30%, 쓰레기 소각 12.2%, 논·밭두렁 소각 10.1% 등 절반 이상이 인위적 요인으로 조사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불 발생 위치와 산림 유형, 기상 조건 등을 종합 분석해 위험 예측 기술을 고도화하고 과학 기반 대응 정책을 강화할 계획이다.

원명수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장은 "대형산불은 강풍과 건조한 기상 조건이 결합되면 특정 수종이나 지역과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산불 대응도 특정 산림 유형 중심이 아닌 종합 관리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