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1970년 오일쇼크 재현?···나프타 덮친 사재기 공포
공급 부족보다 무서운 공포
펜듈럼 국면 빠진 국내 시장
정부 과잉 통제가 낳은 불신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해결책

주말 저녁 동네 해산물 뷔페집. 매니저가 주방장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속삭인다. "대게 남은 게 두 박스뿐이라고요?"
이 속삭임이 앞줄 손님 귀에 들어가는 순간 평화는 끝난다. 대게 코너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평소 까먹기 귀찮다며 거들떠보지 않던 사람과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까지 일단 접시에 대게 다리를 산처럼 쌓아 올린다. '지금 아니면 못 먹는다'는 공포 때문이다. 대게는 공급이 달린다는 소문 때문에 3분 만에 멸종된다.
대게 대란과 나프타의 평행이론
대게 자리에 나프타와 종량제 봉투를 들이밀면 완벽한 평행이론이 성립한다.
정부가 24일 나프타 수급 불안에 대응해 이번 주 중 수출 제한과 매점매석 금지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초 체력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2월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0.6%·전년 동월 대비 2.4% 올라 6개월 연속 상승했다. 경유는 7.4%·국내 정유사가 절반 남짓 생산하고 나머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나프타는 8.7% 뛰었다.
숫자만 보면 전형적인 공급 충격이다. 한데 지금 시장을 집어삼키는 진짜 괴물은 곧 사라질지 모른다는 심리적 충격, 즉 공포다.
비닐·포장재·종량제 봉투 시장에서 먼저 튀어나온 이상 신호가 이를 증명한다. 유통 현장에서 출고 지연 공지가 뜨자마자 소비자와 중간상들은 뷔페에서 대게 다리를 쓸어 담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생필품 대란이 현실화됐다고 단정하긴 이르지만 원료 불안이 소비자 불안을 자극해 가수요를 만들어내는 조짐은 이미 뚜렷하다.
트랜서핑 철학 관점에서 보면 현재 시장은 전형적인 펜듈럼 확대 국면에 빠져 있다. 사람들의 감정과 공포가 한 방향으로 쏠릴 때 파괴력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현상이다. 중간상은 물건을 움켜쥐고 기업은 재고를 숨기며 소비자는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사재기한다. 결국 실재하는 공급 차질보다 몇 배 더 거대한 결핍이 시장을 덮친다. 공포가 실물 시장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셈이다.
이 대목에서 정부 스텝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아슬아슬하다. 트랜서핑에서 경계하는 잉여 포텐셜을 정부 스스로 뿜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대상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통제하려 들수록 역효과가 난다는 원리다.
정부는 물가를 잡겠다며 13일부터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꺼내 들더니 25일부터는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를 강화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상한선 조정과 유류세 추가 인하 가능성을 동시에 흘린다.
뷔페 매니저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식당 문을 걸어 잠그고 "음식은 충분하니 안심하십시오"라고 외치는 격이다. 국가가 위기를 과장하거나 억지로 통제하려 들면 시장은 단박에 알아챈다. 저들이 숨기는 더 큰 악재가 있다고 믿는다. 불안의 펜듈럼은 이때 폭주한다.
여기에 기름을 붓는 건 외부에서 주입되는 슬라이드, 즉 공포의 시각화다. 1970년대 오일쇼크보다 심각한 비상사태라는 외부 평가가 여과 없이 인용되며 사람들의 뇌리에 끔찍한 장면을 반복 재생시킨다. 공포스러운 슬라이드에 홀려 시장이 먼저 주저앉는 것이다.
공포 잠재울 팩트 4가지
이 아수라장을 어떻게 멈출 것인가.
뷔페 폭동을 잠재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주방 앞 화이트보드에 △대게 냉동고 재고 300㎏ △다음 배식 시간 오후 6시 15분 △1인당 배식량 보장 등 사실을 적어두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정부가 시장 공포를 잠재우려면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내부 질서를 보여줘야 한다. 트랜서핑의 의도 전환이다. 거창한 수사나 윽박지름 대신 다음 4가지 건조한 팩트를 화이트보드에 적어 시장에 내걸어야 한다.
△정확한 재고량(감추지 말고 숫자로 공개할 것) △추가 도입 및 공급 일정(날짜와 시간 단위로 명시할 것) △업종별 우선 배분 기준(누가 먼저 받는지 투명하게 할 것) △대체 수입처와 물류 경로(플랜 B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
정부가 최근 발표한 수출 제한이나 긴급 수급 조정 검토는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시장이 이를 정부가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보지 않고 다급하게 틀어막고 있다고 해석하는 데 있다. 그 뉘앙스 차이가 공포라는 펜듈럼 크기를 결정한다.
위기는 원유에서 시작됐을지 모른다.
한데지금 우리를 진짜 위협하는 건 내일이면 사라질지 모른다는 맹목적인 공포다. 시장은 땀 흘리는 정부 호소나 강압적인 규제를 믿지 않는다. 오직 눈앞에 명확히 제시된 숫자와 루틴만을 믿을 뿐이다.
☞나프타=원유를 증류할 때 나오는 탄화수소 혼합물로 플라스틱과 비닐 등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핵심 기초 원료다.
☞트랜서핑=현실을 스스로 통제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마음가짐을 뜻하는 철학 용어다.
☞펜듈럼=사람들의 부정적 감정과 공포가 한 방향으로 쏠릴 때 파괴력이 커지며 불안을 증폭시키는 현상이다.
☞잉여 포텐셜=어떤 대상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억지로 통제하려 할 때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하는 원리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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