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를]인공지능이라는 인조노동자
인공지능(AI)이 열풍이다. 미래 예측에서 비판 담론까지 관련 책이 쏟아지고 있다. 다른 업종 사람들은 ‘딸깍 출판’ 앞에서 출판사는 괜찮으냐고 물어온다.
글쎄, 재미없고 의미도 없는 AI 양산형 책은 독자들이 걸러나갈 것이다. 출판에서 생산의 자동화는 요원하다. 저자가 글을 쓰고 편집자가 마감을 하는 기존 업무 흐름에 AI를 들여오는 과정은 자동화와는 다른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올 들어 나도 편집 업무에 AI를 쓰기 시작했다. 신기술에 열린 마음을 가지라는 조직의 압박에 굴복하고 근속연수가 비슷한 동료들과 경험을 나눈다. 요즘은 A사보다 B사가 대답을 훨씬 잘하지 않아? 초기 세팅을 잘해두면 신입에게 이것저것 시키면서 일하는 것과 비슷해. 한참 이야기하다가 인간 신입사원을 맞아본 지 오래인 우리는 침울해진다.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종합 독서율은 38.5%가 나왔다. ‘최근 1년 내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중 1개 매체 이상 읽은 비율’이 그 전해에는 43%, 10년 전에는 67%였다. 이제 1년 동안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이 10명 중 6명인데, 내가 종사하는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특히 AI 이후 타격이 크다.
매일의 잡담에서 인생항로까지 무엇을 물어보든 그럴싸한 긴 글을 써내는 AI 때문에 흔들리는 것은 저자의 지위가 아니다. 무슨 말인지 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수용되었던 책의 위상이 흔들린다. 요컨대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완독할 수 없는 책은 선택되지 않는다. 쉽게 번역된 니체, 쇼펜하우어, 부처가 아닌 인문서 일반은 이 기준 앞에서 아주 약하다.
인문학이 위기라면, 위기의 근원은 인문학 글쓰기에 있다. 미술계 동료는 읽을 수 없는 평론이 나오는 메커니즘을 챗GPT가 출시되고 나서 이해했다고 말했다. 읽은 글을 다 소화하지 못한 채로 쓰는 것은 AI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인간답지 못한 인간이 비난받듯이 로봇이 쓴 것 같은 원고 또한 오래전부터 비판 대상이었다.
그렇다면 AI 이후 인간은 기계적인 글을 기계와 함께 다듬어나가도 좋지 않을까. 출판편집에서는 방금 저자와 편집자가 나눈 생기 있는 대화를 텍스트로 변환해서 본문에 넣기, 인간의 요약과 AI의 요약을 비교하는 원고 독회 등이 내가 써본 효과 있는 방법이다.
AI에 드는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개발에서 구동까지 막대한 자원을 사용한다는 점, 유해 데이터에 주석을 다는 일이 저임금 노동에 떠맡겨진다는 점, 가뜩이나 모자란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점이 불안하다. 보통 사람들에게 경제발전의 과실을 나누는 제도를 연구하는 경제학자 다론 아제모을루는 최근 논문에서 ‘노동친화적 AI’를 제안했다.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자동화와 달리 “노동자 역량을 확장시켜 인간의 기술과 숙련성을 더 가치 있게 하는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적 개입 또한 필요하다.
안개를 걷어내고 보면 AI는 보통 사람들이 늘 하듯이 일하는 존재다. 로봇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체코 희곡을 번역해 ‘개벽’에 실은 박영희는 제목을 ‘인조노동자’라고 달았다. 얼마나 멋진 번역인지. 새로운 가치 창출은 노동자들의 협력에 달려 있다.

신새벽 민음사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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