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끊기는 자전거길… 포항 라이딩 인프라 ‘도심 쏠림’ 불만

신동선기자 2026. 3. 2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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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로 구간 413km
신도시·해안길 연결망 전무
‘생활 밀착형’ 인프라 구축 시급
시, 예산 1억… 신설 엄두 못 내
타 지자체 벤치마킹·예산 투입
인력 확충·적극 행정 한 목소리
도심지역에 편중된 포항시 자전거도로, 시 외곽도시에는 남구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시내를 연결하는 자전거 도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포항시 제공.

포항시 내 자전거 이용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자전거 도로 인프라는 철길숲과 해안로 등 시내 장소에만 편중돼 있어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시 외곽과 시내를 잇는 연결망이 전무해 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 "차도에선 욕먹고 인도에선 눈치"… 갈 곳 없는 라이더들

흥해읍 신도시에 사는 한 시민은 "포항에서 라이딩을 하려면 자전거를 차량 행거에 싣고 시내로 들어가야 한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고유가 시대에 기름 값을 절약하기 위한 차량을 대체할 수단으로 전기자전거 이용자는 늘고 있지만, 자전거 도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포항은 도심 외곽에 지구단위 계획도시들이 많다. 북구만 하더라도 이인지구를 비롯한 초곡, 판타시티 신도시 등이 있고, 앞으로 ktx역사 주변으로 2개의 계획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추가 공사 중이다.

앞으로 곡강, 푸른, 양덕2단지 등 신도시가 우후죽순 들어선다. 남구도 문덕과 오천 등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도심 팽창에도 이들 신도시와 도심을 연결하는 자전거도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실제로 흥해읍과 시내를 잇는 주요 도로인 '소티제길'에는 아예 '차량 외 통행을 삼가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사실상 자전거나 보행자의 통행을 금지한 셈이다. 해양경찰서 뒤편으로 유일하게 산길 우회도로가 있긴 하지만, 이 도로 역시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왕래하기엔 부적합하다는 말이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퇴근을 위해 전기자전거를 구입해놓고도 사용한번 하지 못한 채 플리마켓에 내놓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시민 L씨(57)는 "차도로 다니면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며 항의하고, 인도로 가면 보행자들에게 불편을 준다. 자전거를 타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안전사고 위험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문덕에서 철강공단으로 출근하던 50대 시민이 차량을 피하려다 넘어져 다리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으며, 수년 전에는 유강 인근에서 자전거로 이동하던 현역 군인이 사고로 목숨을 잃는 비극도 발생했다.

◇ 예산 1억원… "현상 유지도 벅차"

포항 자전거도로를 살펴보면, 자전거전용도로 73km, 자전거전용차로 12km, 자전거우선도로 165km 등이며,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 161km 등 전체 자전거도로 구간은 대략 413km에 달한다. 이들 도로는 모두 도심을 위주로 설계돼 있다. 탁 트인 포항 앞바다를 달리는 구간은 환여동까지다. 라이더들에게는 양덕신도시부터 영일만항, 칠포, 월포, 송라와 구룡포, 호미곶, 동해 도구해수욕장 등 포항 해안을 연결하는 대표적 관광명소를 잇는 해안길에 자전거 도로하나 없다는 게 가장 아쉽다는 반응이다. 특히 주말이면 라이더들이 몰리는 북구의 칠포와 월포 해변길은 도로 갓길마저 없어 위험천만하다.

포항은 지난 2009년부터 당시 정부의 지원 아래 자전거도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들이 붐을 이루며 전국에서도 라이딩 모범사례로 손꼽혔다.

동빈항과 영일대 해수욕장, 환여동을 잇는 해안길은 대표적인 라이딩 명소로 이름을 떨쳤다. 흥해읍 곡강천과 북천수를 잇는 라이딩 코스도 이 시기에 구축됐다. 하지만 2012년 이후 관련 예산이 축소되면서 자전거 도로망 구축 사업은 더 이상 활기를 띠지 못했다. 그나마 철길숲 공원 등 시내를 위주로 하는 사업들이 전부로 알려져 관련 시민들의 불편과 관광활성화를 위한 관련사업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반해 포항시의 자전거 관련 예산은 1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이미 구축된 기존 자전거 도로를 보수하는 데 사용하기에도 벅차다는 말이 나온다.

포항시 해당 부서 관계자는 "자전거 도로를 신설하는 문제는 현재 있는 예산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며, 흥해와 시내를 연결하는 도로는 국도로서 자전거도로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정부기관의 허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농로나 대체 우회자전거도로를 마련하는 문제는 가능하지만, 시비 예산으로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 과감한 예산 투입, 적극 행정이 필요… "타 지역 사례 벤치마킹해야"

시민들은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남의 한 지역을 사례로, 남강이 있는 이 지역은 이 강을 중심으로 동서축 자전거 도로망을 구축하고, 쉼터와 보관대 등 편의시설을 완비해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시민 동호회가 환경 정비에 참여하는 거버넌스 모델은 참고할 만한 대목으로 꼽힌다.

자전거 동호회 회원인 한 포항시민은 "특정 지역의 홍보성 도로가 아닌, 북구 송라에서 남구 구룡포 장기까지, 이어 죽장에서 송도 해안까지 안전하게 연결되는 '라이딩 생태계'가 필요하다"며 "철강공단 노동자들의 출퇴근 정체를 해소하고 에너지 절감을 실천하기 위해 단절된 해안도로와 신도시를 연결하는 과감한 예산 투입과 정책적 결단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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