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획]"단순인력 아닌 우리이웃…정책 틀 바꿔야"

박건우 기자 2026. 3. 2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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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리포트 ⑥ 전문가 제언
사업장 종속 구조 탈피 ‘시급’
민·관 협력 거버넌스 구축 강조
‘지역경제 지탱’ 필수 인력 인정
"정주형 이주정책으로 전환해야"
손상용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위원장.

광주·전남 산업을 지탱하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순한 제도 보완을 넘어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인력난 해소를 위한 '대체 노동력' 수준에 머무른 기존 정책으로는 불법체류, 인권 침해, 산업재해 등 구조적 문제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주노동자를 단순 노동력이 아닌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손상용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위원장

손상용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 위원장은 현재 외국인 노동자 정책의 핵심 문제로 '사업장 종속 구조'를 꼽았다. 광주·전남 산업이 이미 이주노동자 없이는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보는 인식이 남아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현행 고용허가제(E-9)는 사업주 동의 없이는 사업장 이동이 어려워 임금 체불이나 부당 처우를 감내하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위원장은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보장해야 노동자가 더 나은 환경을 선택할 수 있고, 이는 노동시장 전반의 개선으로 이어진다"며 노동허가제 도입 등 제도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산업재해 문제에 대해서도 단순 사고가 아닌 구조적 위험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고위험 공정에 외국인 노동자가 집중되는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사실상 '죽음의 이주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언어 장벽과 부실한 안전 교육이 겹치며 사고 위험이 커지는 만큼, 노동청과 지자체, 이주인권단체,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 협력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계절근로자 제도의 허점도 주요 문제로 꼽았다. 관리 인력 부족과 브로커 개입으로 인해 노동 착취와 인권 침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손 위원장은 공공기관이 운영 주체가 되는 '공공형 계절노동제' 도입과 함께 농어촌 빈집 등을 활용한 기숙사·쉼터 마련을 통해 주거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사회보험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업재해 이후나 귀국 이후에도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행정 편의 중심의 보험 기준은 이주노동자의 생명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보장성 강화를 강조했다.

손 위원장은 "이주노동자 인권 보호는 시혜가 아니라 산업 안전 수준과 국가 인권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며 "이주노동자를 단순한 노동력으로 볼게 아니라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사회 구조 고도화에 맞춘 이주노동자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찬영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찬영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찬영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외국인 노동자를 이미 '필수 인력'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광주 약 2만 명, 전남 약 4만5천 명 수준으로 증가한 외국인 노동자는 일부 지역에서 산업 유지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으며, 고령화와 내국인 기피 현상이 이어질수록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영암, 완도, 진도 등 산업·어업 중심 지역에서는 외국인 의존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 교수는 불법체류, 인권 침해, 산업재해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차별적 인식'을 지목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산업 공백을 메우고 있음에도 동일한 노동자로 대우받지 못하는 구조가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현행 고용허가제 역시 노동시장 현실과의 '미스매치'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한적인 사업장 이동 구조가 변화하는 노동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불법체류를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단순 인력 공급이 아닌 숙련도와 현장 적합성을 반영한 '매칭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관리체계에 대해서는 외국인 비중이 높은 지역 중심의 맞춤형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동시에 인권 취약계층 보호를 통해 지역사회의 다문화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산업재해와 관련해서는 '위험 보상 체계 부재'를 핵심 문제로 지적했다. 위험한 작업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위험이 전가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는 "위험 작업에는 그에 상응하는 수당이 지급돼야 하며, 이는 내·외국인 구분 없이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교수는 정주형 이주 정책' 전환을 제시했다. 노동시장뿐 아니라 주거와 지역사회 통합까지 포함한 장기적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외국인 노동자를 단순 인력이 아닌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정책의 출발점"이라며 "상생 모델을 구축하지 않으면 향후 더 큰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