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평택호 ‘골칫덩이’ 강준치, '양식장 사료' 판로 열렸어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5일 오전 6시께 평택시 오성면 숙성길 56.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평택호 내수면 어업계 사무실 앞마당에 뜬금없이 광주89사50XX호 8.4톤(t) 윙바디 트럭이 잠을 청한다.
1시간쯤 지나자 어민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오전 8시를 넘기자 어민 8명이 냉동창고 앞에서 분주히 움직인다.
시는 외래어종은 kg당 4천 원, 무용생물인 강준치나 누치는 3천 원에 사들인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토종이지만 ‘무용생물’ 낙인
생사료 활용 길 열렸지만… 어민들 ‘한숨’
25일 오전 6시께 평택시 오성면 숙성길 56.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평택호 내수면 어업계 사무실 앞마당에 뜬금없이 광주89사50XX호 8.4톤(t) 윙바디 트럭이 잠을 청한다. 1시간쯤 지나자 어민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온기를 나누려 건네는 믹스커피 한 잔에 현장 긴장감이 잠시 녹아내린다.

무게에 눌려 다칠 위험이 크지만, 별다른 도구 없이 면장갑만 낀 채 냉동 블록을 밀고, 받고, 쌓는 작업이 이어진다. 시장에 내다 팔 상품이 아니어서인지 다루는 손길에 투박함이 묻어난다. 소비자 식탁에 오를 식재료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손끝에 머무는 듯 보인다.

생태계 교란종이 평택호를 점령한 역사는 깊다. 1970년대 전후, 정부는 내수면 어업 자원을 늘리려고 식용으로 배스와 블루길을 들여왔으나 보급에 실패했다. 번식 통제를 벗어난 외래어종은 토종 어족 자원을 무섭게 잠식했고, 1998년 생태계 교란 생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반면 강준치는 토종인데도 식용 가치가 없어 어민들은 '무용(無用)생물'이라며 홀대한다. 하천 정비로 설치한 보와 수온 상승은 강준치 증식에 날개를 달아줬다. 고인 물과 따뜻한 수온은 온수성 어종인 강준치가 활동하기에 최적이다. 어민들은 인근에 대규모 발전소와 산업시설이 들어선 12~13년 전부터 이를 체감한다. 붕어알과 치어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최상위 포식자인 데다 번식력까지 강해, 한 해 80t 넘게 잡아 올려도 개체수가 좀체 줄지 않는다. 어민들은 먹지도 못하는 어종을 잡으려고 날마다 힘을 뺀다.

녀석들 행선지는 여수 돌산항이다. 그곳에서 트럭 채 배에 싣고 바다 양식장으로 이동한 뒤 해상 작업대에서 하역한다. 거대 양식장에 도착한 이들은 별도 공정을 거쳐 농어와 돔 성장을 돕는 생사료로 쓴다. 민물 골칫덩이가 바닷물고기 먹이로 변모하는 순간이다.
땀 흘려 잡아 올린 강준치 수십t이 다른 물고기 먹이가 되기까지는 길어야 일주일이다. 설령 강준치 대신 붕어를 잡아도 식품 수요가 줄어 판로는 낚시터뿐이다. 그마저도 중국산 어종이 장악한 현실을 고려하면, 조업 의미는 단 하나다. 수십 년 세월이 녹아든 삶의 터전, 평택호를 지켜야 한다는 어민들의 마지막 사명감이다.
조미림 기자
Copyright © 저작권자 © 중부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