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기이륜차 9만대 보급됐는데… 폐배터리는 추적 불가 [심층기획-방치된 전기이륜차 폐배터리]
폐배터리 회수는 2000여개 그쳐
화재·폭발 위험… 대책 마련 시급
전기이륜차 보급 밀어붙인 정부
정작 폐배터리 관리는 미흡
중금속·폭발 위험 등에 처치 곤란
무단 투기되거나 해외로 유출돼
발생량 등 기초적인 통계도 부재
회수·운송·처리 민간 자율에 맡겨
법정 의무 사항 아냐 회수량 미미
“반납 의무화 등 법·제도 정비해야”
정부가 전기이륜차 보급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정작 사용 후 폐배터리 회수에는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이륜차 배터리는 통상 2년, 길어도 5년이면 수명을 다해 교체가 필요하다. 2016~2020년 사이 보급된 전기이륜차(3만982대)에서 적어도 한 개 이상의 폐배터리가 이미 발생했다는 뜻이다. 교체 외 폐차 물량까지 감안하면 현재 회수량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에도 회수 시범사업이 진행됐지만, 기후부는 이륜차·전동휠체어·전동보드 등을 합산한 전체 회수 중량(103t)만 뭉뚱그려 집계했을 뿐 전기이륜차 폐배터리 회수 개수는 별도로 파악·관리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가 보급 목표를 더욱 공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일 찾은 서울의 한 오토바이 수리대리점. 가게 입구에는 번호판이 없는 낡은 오토바이 서너 대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차체 곳곳엔 긁힌 자국이 남아 있었고, 오랜 시간 손을 타지 않은 듯 흰 먼지가 수북이 내려앉아 있었다. 서울 곳곳에서 버려지거나 쓰임을 다한 전기이륜차 일부가 이곳으로 흘러들어온 것이다.
‘무단방치 견인 예고’. 의자시트 아래 붙은 구청 경고장은 오토바이들의 처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대리점 대표 A씨는 경고장을 손으로 가리키며 “전기이륜차는 폐차장이 따로 없어서 길거리에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등록이 아닌 사용신고제이다 보니 정부 관리가 느슨하다”고 말했다.
기후부가 전기이륜차 폐배터리 회수작업에 착수한 것은 2022년 하반기다. 2012년 보급사업을 시작한 지 10년 만이다. 그마저도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회수·운송·처리 전 과정을 민간에 떠넘겼다.

기후부는 민간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폐배터리 회수에 나섰다고 설명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제도 정비 없이 민간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회수체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납 의무도, 제대로 된 폐차장도 없는 탓에 회수량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폐차 기준·반납 의무·통계…3無

화재·폭발 위험 등으로 처치가 곤란해 무단투기되거나 재활용 가치가 큰 물량은 일부 해외로 유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재활용업계의 관계자는 “명확한 회수체계가 없다 보니 유가성이 있는 쓸 만한 폐배터리는 브로커가 유상 매입해 중국으로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회수 실패의 근본적 원인은 법·제도 미비에 있다.
기후부는 전기이륜차 구입에 매년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배터리 반납을 의무화하진 않았다. 이륜차 소유주가 자발적으로 배터리를 반납해야만 회수가 가능한 구조란 뜻이다. 반면 전기차의 경우 2021년 1월1일 이전 구매보조금을 받은 차량을 폐차할 때 반드시 배터리를 반납하도록 하고 있다. 반납받은 배터리는 한국환경공단이 직접 입찰 매각을 진행한다.

폐배터리 반납의무를 부여하는 등 법·제도 정비를 서두르고, 정부가 배터리 회수체계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부 관계자는 “전량 회수되는 체계는 아니다 보니 회수 물량이 적다”며 “수거·처리비 지원이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적용 필요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급 속도보다 제도 정비가 지나치게 늦어졌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김은재 기자 a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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