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척 노리스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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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레이건은 대통령이 된 후 83년 그레나다 침공, 86년 트리폴리 공습 등 미국의 힘을 과시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40여 년 전 미국은 자국민과 우방들의 적극 지지 속에 세계질서 변화를 꾀했다.
노리스의 죽음이 의도치 않게 미국의 현재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면 지나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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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국에 1980년대의 시작은 우울했다. 직전 1970년대는 잊고 싶은 시기였다. 베트남전에서 미국 역사상 첫 패전을 겪었다. 경제 위기로 미국에서 수백만 명이 직장을 잃기도 했다. 79년 3월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이란 미대사관에 시위대가 진입해 미국인 52명을 인질로 삼는 일이 벌어졌다. 80년 4월 인질 구출 작전을 펼치려다 미군 8명이 죽었다. 초강대국 미국의 위상을 크게 뒤흔든 일들이었다.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 80년 미국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1911~2004) 공화당 후보가 내건 구호다. 만신창이가 된 당시 미국의 상황을 역설적으로 나타낸다. 레이건은 대통령이 된 후 83년 그레나다 침공, 86년 트리폴리 공습 등 미국의 힘을 과시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때맞춰 할리우드에선 액션 영웅들이 등장했다. ‘람보2’(1985)의 람보(실베스터 스탤론)가 대표적이다. 그는 홀로 베트남에 들어가 동료 미군 포로들을 구출해 낸다.
□ ‘대특명’(1984) 속 브래드덕(척 노리스)도 마찬가지다. 초인적인 전투력을 발휘해 베트남에서 포로들을 빼낸다. 제작비 210만 달러의 저예산 영화 ‘대특명’은 미국에서만 2,281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대특명’은 3편까지 만들어졌고, 노리스는 미 특수부대를 소재로 한 ‘델타포스’(1986) 주연을 맡기도 했다. 노리스는 스탤론과 함께 상처받은 미국인의 영혼을 치료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레이건 열혈 지지자로서 행복한 시절이었을 테다.
□ 노리스는 한국과 인연이 깊기도 했다. 1958년 입대한 그는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근무했다. 태권도와 가라테, 당수도 등 각종 무술에 능했던 ‘진짜 액션 배우’다. 노리스는 지난 19일 86세로 숨졌다. 레이건의 선거 구호를 앞세운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시기의 죽음이라 묘하다. 40여 년 전 미국은 자국민과 우방들의 적극 지지 속에 세계질서 변화를 꾀했다. 지금 상황은 반대다. 노리스의 죽음이 의도치 않게 미국의 현재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면 지나친 걸까.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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