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톱' 돈 빌려 투자 속도전…수주 쌓인 방산도 실탄장전

김진성/강해령/노유정 2026. 3. 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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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황' 삼전닉스 대출 22% 증가
은행 큰손으로
삼성전자, 올해만 6.6조 차입
하이닉스, ADR 발행 적극 조달
한화에어로·현대로템·LIG넥스원
1조대 지급보증 받아 '은행 VIP'

수년 전까지 삼성전자는 금융권에서 무차입 경영 기업으로 통했다. 자기자본과 막대한 이익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 회사채 발행과 대규모 대출이라는 자금 조달 수단을 거의 쓰지 않아서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해외 투자 증가로 외화대출 수요가 늘면서 삼성전자가 은행권의 최대 여신 고객으로 자리 잡았다.

 ◇은행서 존재감 커진 반도체·방산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에 내준 외화대출액은 2조8014억원으로 1년 만에 153.6%(1조1046억원) 급증했다. 국민·하나은행에서 삼성전자에 빌려주거나 지급보증을 합산한 신용공여 규모는 총 6조6286억원으로 전년보다 22.2%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산업은행(2조원), 올해 국민성장펀드(2조500억원)에서 연이어 대출받는 등 외부 차입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금 수요가 급증한 건 인공지능(AI) 반도체 주도권을 굳히기 위해 올해 110조원 규모 시설·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하기로 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도 자금 조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은행 대출과 회사채 발행뿐 아니라 최근엔 미국 증시에서 10조원어치 이상의 주식예탁증서(ADR) 발행까지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투톱이 대출 큰손으로 부상하면서 은행권에서 삼성그룹과 SK그룹의 존재감도 더욱 커졌다. 지난해 삼성그룹(18조3522억원)과 SK그룹(14조9448억원)이 국민·신한·하나은행에서 받은 신용공여액만 33조2970억원에 달했다.

해외 수주가 급증하는 방위산업 기업들도 대형 여신 고객 명단에 포함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하나은행 1조2490억원)와 현대로템(신한은행 1조1880억원), LIG넥스원(신한은행 1조1257억원) 모두 지난해 주거래은행에서 1조원 넘는 신용공여를 제공받았다.

방산업체 신용공여는 대부분 발주받은 무기를 제조하는 과정에 필요한 지급보증이다. 급증한 일감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모든 거래에 참여하기 어려워지자 시중은행들도 지급보증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지급보증은 수수료율이 대출 금리보다 낮지만, 방산기업처럼 조 단위 수출과 관련한 보증은 거래 규모 자체가 커서 수수료 수입이 쏠쏠하다”고 설명했다.

 ◇화학·유통기업 대출은 줄어

석유화학, 유통, 디스플레이 기업은 업황 악화로 은행권의 핵심 고객 명단에서 빠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롯데케미칼 신용공여를 2024년 9366억원에서 지난해 8099억원으로 줄였다.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의 신용공여(1조1012억원)는 여전히 1조원이 넘지만, 지난해 초 2조원어치 회사채 신용보강용 보증을 제외하면 실제 대출은 없었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민은행의 이마트 신용공여(1조70억원)는 1년 전보다 3730억원 줄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이 은행의 20대 여신 순위에서 빠졌다. 2년 전인 2023년(1조8960억원)만 해도 신용공여가 가장 많았던 곳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한 영향이 은행 여신 거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마트 부채비율은 2024년 159%에서 지난해 144%로, LG디스플레이는 307%에서 243%로 떨어졌다.

 ◇은행권 대출경쟁 불붙나

은행들은 새로운 대출 고객의 등장에 안도하고 있다. 정부 규제로 가계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 여신을 늘릴 여지가 생겨서다. 올해 주요 은행은 가계대출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신 생산적 금융을 앞세워 기업대출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 변화에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24일 기준 기업대출액은 856조5995억원으로 올해 들어 11조8741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반도체와 방산, 조선 회사처럼 호황을 누리면서도 자금 수요가 많은 곳을 주요 대출 고객으로 눈여겨보고 있다”며 “해당 업종에서 대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성/강해령/노유정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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