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봉투도 사재기?"…중동發 나프타 불안에 종량제 봉투 ‘품귀 조짐’

정희윤 기자 2026. 3. 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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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마트 구매 제한…"소량씩 구매 가능"
SNS 확산 수요 급증…일주일 만에 재고 소진
나프타 수급 불안 여파, 생활필수품까지 번져
앱으로 재고 확인…소비 패턴까지 변화
중동전쟁발 나프타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종량제 품귀를 우려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5ℓ 밖에 남지 않은 종량제 봉투에 물품을 담는 모습(사진 왼쪽)과 판매처에 재고가 얼마 얼마 남지 않은 종량제 봉투.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죄송합니다. 20·10ℓ짜리는 없고 5ℓ한 장만 구매 가능해요."

25일 오후 광주 서구 한 편의점. 종량제 봉투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직원이 반복해 건네는 안내 멘트다. 계산대 앞에는 봉투를 들고 망설이는 고객들이 이어졌고, 일부는 휴대전화로 주변 매장을 검색하며 발길을 돌렸다.

편의점 직원 김동완(32)씨는 "주말을 기점으로 종량제 봉투를 찾는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여러 묶음을 한 번에 사가는 경우가 많아 지금은 물건을 담을 봉투로 쓸 재고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매주 목요일에 주문해 금요일에 입고되는데 이번에는 언제 들어올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장 분위기는 단순한 일시적 수요 증가를 넘어 '선점 구매'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광주 동구의 한 편의점 업주 장모(40대)씨는 "평소라면 한 달은 가던 물량이 일주일 만에 동났다"며 "20장 묶음을 서너 개씩 사가는 손님들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대형마트와 동네 상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부 매장에서는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조치가 이미 시행 중이다. 한 마트 관계자는 "최근 들어 특정 규격 제품이 빠르게 빠지면서 5장 또는 10장 단위로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단지 내 슈퍼를 운영하는 김순영(58)씨는 "10ℓ와 20ℓ는 이미 다 빠졌고 지금은 큰 용량만 일부 남아 있다"며 "이 정도로 빠르게 소진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동 정세 불안에서 비롯된 원자재 수급 우려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긴장이 고조되면서, 플라스틱과 비닐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공급 차질 가능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로 들어오는 나프타 상당량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시장 불안이 빠르게 확산됐다.

업계에서는 실제 생산 차질 여부와 별개로 '심리적 수요'가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원료 가격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 전에 미리 확보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실제 품귀라기보다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며 체감 부족 현상이 커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행동도 달라졌다. 광주 서구 한 마트에서 만난 윤미애(58)씨는 "SNS에서 봉투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글을 보고 급하게 나왔다"며 "세 번째 매장을 들렀는데도 구매 수량이 제한돼 몇 군데를 더 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관련 움직임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값 오르기 전 미리 사둬야 할 품목'으로 종량제 봉투를 언급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실제 일부 온라인 판매처는 주문량 급증으로 접수 시간을 제한하거나 배송 지연을 안내하고 있다.

유통 환경 변화도 감지된다. 편의점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종량제 봉투 재고를 확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앱에서 '쓰레기봉투'를 검색하면 인근 매장의 취급 여부와 재고 상황을 확인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매장을 돌며 구매하는 방식과 병행되고 있다.

지역 유통업계는 이번 현상을 단순한 일시적 수요 급증이 아닌 '생활물가 불안의 확산 신호'로 보고 있다. 에너지 가격과 원자재 수급 문제가 생활 필수품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소비 심리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광주 지역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름값, 식재료에 이어 이제는 봉투 같은 생활 소모품까지 불안 요인이 번지고 있다"며 "가격이나 공급에 대한 작은 신호에도 소비자들이 빠르게 반응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