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낯선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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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각급 학교에도 활기가 넘친다.
특히 초등학교에는 새로 입학한 개구쟁이들의 호기심과 기대에 찬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응당 '초등학교'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지금은 없거나 사라지고 있는가 하면, '설마' 하게 하는 '웃픈' 모습도 많다.
초등학교 성적표에서 등수는 이미 없어졌지만 미술대회, 글짓기대회, 웅변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아이들의 소질을 계발하고 장려하던 '상'들도 대폭 없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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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각급 학교에도 활기가 넘친다. 특히 초등학교에는 새로 입학한 개구쟁이들의 호기심과 기대에 찬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그런데 요즘의 초등학교는 우리가 경험했고 알고 있는 초등학교와는 너무나 다르다. 응당 '초등학교'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지금은 없거나 사라지고 있는가 하면, '설마' 하게 하는 '웃픈' 모습도 많다.
초등학교 성적표에서 등수는 이미 없어졌지만 미술대회, 글짓기대회, 웅변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아이들의 소질을 계발하고 장려하던 '상'들도 대폭 없어지고 있다. 외부 대회에서 입상한 학생들의 상장은 전교생 앞에서 영예스럽게 수여하는 대신 조용히 본인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상을 못 받은 아이들 기죽는다" "왜 우리 아이가 남이 상 받는 것에 들러리를 서야 하느냐"는 원성 때문이란다. 우등상보다도 귀히 여겨지던 개근상도 없어지고 있다. 오히려 개근상을 받은 학생을 '개근거지'라고 놀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점심시간 축구, 수학여행이나 소풍은 물론 현장학습도 사라져가고 있다. 서울시내 605개 초등학교 중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한 곳은 2023년 598곳에서 2025년 309곳으로 줄었다고 한다. 안전사고 우려 때문이란다. 펄럭이는 만국기에 가슴 설레던 운동회도 시끄럽다고 항의하는 주변 주민들 민원 때문에 없어지고 있다. 설혹 운동회를 개최하는 경우에도 승부는 무승부로 끝내야 한다. "지는 편이 기죽으니까."
한편에서는 생소하고 낯선 현상들도 있다. "우리 아이는 배고픈 것을 못 참으니까 급식을 제일 먼저 주세요." "에어컨 아래는 추우니까 가까이 앉히지 말아 주세요." 학부모들의 지나친 요구가 넘쳐나고 조금이라도 자기 아이에게 불리하다고 느끼거나 아이가 불평하면 즉각 교사에게 따지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심지어 학생들 앞에서 선생님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하는 사례도 있다. 학부모들의 지나친 행동으로 인한 교사와 학부모 간 갈등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오죽하면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선생님까지 나오겠는가. 물론 위의 예들은 모든 학교의 일반적 모습은 아니다. 예외적인 일부 사례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드물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를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학교는 왜 보내는가? 학교란 무엇인가? 사람은 출생만으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되는 교육', 즉 인성을 익히고 사회화 훈련을 통해 비로소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학교는 지식만을 습득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되는 교육을 받는 곳이다. 그래서 교사를 스승이라고 높여 부르는 것이다. 자기 자녀에게만 특별한 대우를 바라는 것은 자기 아이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울 기회를 뺏는 것이고 그 결과는 사회 부적응이나 낙오의 길로 이끄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자녀에 대한 눈먼 사랑이 자녀를 망치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줄 방법은 없을까? 이들의 지나친 요구와 간섭으로 다른 학생들의 소중한 추억과 올바른 교육 기회까지 잃게 하는 현실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안타깝기만 하다.
[박철곤 한양대 갈등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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