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갯벌' 30여 년의 기록, 사진으로 만난다
김보섭 작가, 다큐 사진집 출간
송도 개발전 풍경·사람들 담아
'먼우금' 불리던 어촌 고스란히
소멸~신도시 개발 동시 보여줘


한 소년이 친구의 손에 이끌려 바닷길을 걷는다. 봉재산 고개를 넘어 닿은 동막은 초가집 굴뚝에서 저녁 연기가 오르던 마을이었다. 그날 밥상과 풍경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수십 년 뒤 그 기억은 사진으로 되살아났다.
김보섭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신작 사진집 '송도:사라진 갯벌과 먼우금 사람들'을 최근 펴냈다.
오늘날 첨단 국제도시로 자리한 송도의 이전 풍경과 갯벌, 그 위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을 30여 년에 걸쳐 기록한 작업이다.
김보섭의 작업은 개인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를 따라 처음 찾았던 동막의 경험은 오랫동안 그의 내면에 남아 있었다. 1996년 다시 찾은 동막은 옛 동네 자취를 잃고 있었고, 그는 그때부터 사라져가는 풍경과 변화의 과정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이 책은 단순한 풍경 기록을 넘어 사라진 공동체의 마지막 장면을 담은 시각 아카이브에 가깝다.
1990년대 후반 '먼우금'이라 불리던 시절 송도 일대 어촌계인 고잔·척전·한진·동막의 삶이 사진 속에 남아 있다.
작가는 갯벌을 자연 풍경이 아닌 삶의 현장으로 바라봤다. 갯벌로 나아가던 어민들의 모습과 거친 노동, 겨울 추위를 이기기 위해 드럼통에 불을 지피던 장면 등이 이를 보여준다. 갯벌은 생태 공간을 넘어 오랜 시간 이어진 삶의 터전이었음을 사진은 전한다.
시선은 개발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1997년 보상 협의 과정에서 드러난 주민들의 표정과 이후 신도시 건설 현장의 변화는 한 지역의 소멸과 전환을 동시에 보여준다. 메워진 땅 위로 올라선 빌딩 숲은 우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대비시킨다.

김보섭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어촌계 사람들은 메워지는 바닷길을 넘어 더 먼 바다로 나가 조개를 잡았다"며 "그 광경을 그대로 필름으로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연수동에 살며 송도 신도의 변해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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