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쌓이고 방패는 얇아졌다"… 은행 건전성의 위험한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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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부실채권이 늘고 있지만 손실을 흡수할 충당금 적립률은 오히려 하락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부실채권 증가 속도와 충당금 감소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는 '엇박자 구조'는 금융시장에서 위험 신호로 해석된다.
당국은 국제정세 불안과 경제 불확실성을 감안해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한편, 부실채권 매각과 정리를 통해 건전성 관리 강화를 주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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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당금 적립률 하락… 손실흡수력 약화 우려

은행 부실채권이 늘고 있지만 손실을 흡수할 충당금 적립률은 오히려 하락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는 안정적인 지표가 유지되지만, 실제로는 잠재 리스크가 커지는 '건전성 착시'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은 16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000억원 증가했다. 부실채권비율은 0.57%로 전분기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전년 대비로는 0.03%포인트(p) 상승했다. 표면적으로는 안정적인 흐름이지만 절대 규모와 증가 추이를 고려하면 건전성 압력이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눈에 띄는 부분은 신규 부실의 증가세다. 지난해 4분기 신규 발생 부실채권은 5조9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000억원 늘었다. 이중 기업여신이 4조4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기업 부실이 전분기 대비 80% 가까이 급증한 점이 특징적이다. 중소기업 부실은 규모 자체는 유지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며 구조적인 취약성을 드러냈다.
가계 부문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세부적으로는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부실 비율이 상승하는 등 질적 악화 조짐이 감지됐다.
특히 기타 신용대출 부실채권비율이 전년 대비 0.08%p 상승한 것은 향후 소비 여력 위축과 맞물려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방어력이 약화된 것이 더 우려되는 사항이다. 대손충당금 잔액은 26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감소했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60.3%로 전분기 대비 4.5%p, 전년 대비로는 무려 26.7%p 급락했다. 코로나19 이후 선제적으로 쌓아왔던 충당금 여력이 점차 소진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향후 부실이 확대될 경우 은행권의 손실 흡수 능력이 이전보다 약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부실채권 증가 속도와 충당금 감소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는 '엇박자 구조'는 금융시장에서 위험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은행권이 부실채권 정리 규모를 확대하며 일정 부분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4분기 부실채권 정리 규모는 5조7000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며 자산건전성 관리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지연된 리스크의 표면화 단계'로 내다봤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가 누적되면서 기업과 가계의 상환 부담이 점진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표만 보면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부실이 쌓이고 충당금 여력이 줄어드는 구조"라며 "향후 경기 상황에 따라 건전성 지표가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당국은 국제정세 불안과 경제 불확실성을 감안해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한편, 부실채권 매각과 정리를 통해 건전성 관리 강화를 주문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대손충당금적립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은행권이 손실흡수능력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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