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은 어떻게 마음을 지배하는가…인지언어학으로 읽는 ‘정치의 언어’

고은정 기자 2026. 3. 2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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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익주 번역 ‘정치, 거짓말, 음모론’ 출간
'정치, 거짓말, 음모론'.
언어가 어떻게 인간의 사고와 신념을 조작하는지를 해부한 인지언어학서가 출간됐다. 마르셀 다네시의 '정치, 거짓말, 음모론'은 거짓이 단순한 정보 오류가 아니라 치밀하게 설계된 '언어의 기술'임을 밝히며, 그 작동 원리를 개념적 은유와 프레임 이론으로 풀어낸다.

이 책에서 다네시는 정치적 거짓말이 인간의 감정과 언어 구조를 결합해 작동한다고 진단한다. '<이민은 홍수>'와 같은 은유적 프레임이 사람들의 인식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고 정책 판단까지 좌우하는 과정을 다양한 사례로 설명한다. 반복되는 슬로건과 단순한 문장이 비판적 사고를 약화시키고 현실 인식 자체를 변형시키는 메커니즘도 집요하게 추적한다.

이번 한국어판은 번역자 나익주교수의 역할이 특히 돋보인다. 그는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을 국내에 소개한 대표적 인지언어학자로, 정치 언어와 은유 연구 분야에서 축적된 성과를 바탕으로 원서의 이론적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한국 사회 맥락에 맞게 개념을 정교하게 풀어냈다. 단순 번역을 넘어 해설과 재맥락화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추천사 역시 이 책의 문제의식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전 서울대 교수)는 "이 책은 인지언어학 이론으로 정치적 거짓말과 음모론을 최초로 분석한 저술로서, 권력자들이 어떻게 시민의 뇌 속에 프레임을 주입하여 진실 대신 거짓말과 음모론을 믿게 만드는지를 실생활 사례를 통해 파헤친다. 수구 기득권층이 '계몽령', '부정선거' 등을 유포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한국 사회 현실에서 이들의 속셈과 수법을 꿰뚫어 보는 눈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안규동 교수는 "인지언어학의 은유 분석 방법론은 거대한 허위 정보와 음모적 서사를 해체하는 핵심 열쇠이다. 이 책은 반민주 권력자들이 어떻게 특정한 비유와 인지 틀로써 뇌의 사고 회로를 장악하여 음모론적 세계관을 점화하고 집단 심리를 통제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낸다"라고 강조했다.

추천사에서 김진해 교수는 "정치적 거짓말은 도덕적 각성이나 규제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으며, 언어의 구조를 이해해야 대응할 수 있다"라고 밝힌다. 이는 혐오와 음모론이 빠르게 확산되는 오늘의 현실에서 시민의 비판적 사고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정치, 거짓말, 음모론'은 언어가 단순한 전달 수단을 넘어 현실을 구성하는 힘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동시에 그 언어를 해부하는 일이 곧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인지언어학과 정치 현실을 연결한 이 책은 '말의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강력한 사고의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울아카데미 출판 227쪽 3만3,000원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