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397억원, 국민의힘 운명

6·3 지방선거가 채 70일도 남지 않았다. 정치권은 공천과 경선으로 열기가 뜨겁지만 국민은 아직 그 열기를 체감하기엔 이르다. 전쟁 소식이 워낙 큰 데다가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긴장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 마음은 영 편치가 않다. 그런데도 한숨 돌려 다가오는 지방선거 정국을 보노라면 마음이 더 착잡해진다. 이대로라면 더는 판세를 볼 것도 없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의 자중지란은 참으로 가관이다. 공천인지, 사천인지 연일 논란이다. 한술 더 떠 너도나도 머리를 깎는 모습은 실소를 자아낸다. 정말 머리라도 깎아서 국민 앞에 결연한 의지를 보여줘야 할 때 그들은 무엇을 했던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흔들릴 땐 침묵하다가 자신의 이해관계 앞에선 머리를 깎는 행태는 한마디로 꼴불견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1차 공판이 열렸다. 선거법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인 3대 특검이 기소한 마지막 8번째 사건이다. 그래선지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했지만, 사실 최종 결과에 따라서는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수도 있는 사건이다. 만약 벌금 100만원 이상이 선고돼서 당선무효형이 나오면 국민의힘은 보전받은 20대 대선 선거비용 397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아무리 부자 정당이라곤 하지만 397억원은 당 재산의 30%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정치적 책임은 물론 차기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도 우려될 만큼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이다.
정치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매우 엄중하다. 벌금 100만 원만 나와도 당선무효가 될 만큼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도 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지난 2025년 5월1일 공직선거법이 막판에 발목을 잡을 뻔했다. 대선 직전에 '조희대의 대법원'이 항소심 무죄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이 그것이다. 사건의 내용도 간단하다. 토론회에서 "해외 출장 중 김문기씨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한 발언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한 발언이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그 판결로 인해 자칫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에 출마도 못 할 뻔했다.
하지만 지금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재판은 사안이 더 엄중하다. 특검은 이남석 변호사 소개의 건, 전성배씨와 만난 건 등은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라고 밝혔다. 이에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사안 자체만 본다면 대선에서의 파급력은 윤 전 대통령의 것이 더 엄중하다. 아직 결과를 예상하긴 이르지만 '397억원의 운명'은 단지 돈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당 전체의 운명과도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그 운명의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박상병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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