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 호황인데 경제는 불황 악순환 끊는다…거제시·양대 조선소 ‘맞손’
노동자 처우개선, 지역 인재 확대 등
답보상태 지역상생발전기금 논의도

경남 거제시가 지역에 사업장을 둔 한화오션, 삼성중공업과 손잡고 지역 경제 선순환 구조로 구축에 나선다. 양대 조선소와 머리를 맞대 주력 산업인 조선업 호황에도 정작 지역 경제는 불황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낸다는 복안인데, 답보상태인 1500억 원 규모 ‘지역상생발전기금’ 논의의 첫 단추가 될 것이란 기대도 읽힌다.
거제시는 25일 변광용 시장, 삼성중공업 이성락 부사장, 한화오션 임원배 노사상생협력본부장이 배석한 가운데 지역과 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지역상생발전 협약’을 체결했다.
거제시와 양대 조선소는 이를 토대로 조만간 민관실무협의체를 구성해 △노동자 처우개선과 복지향상 △근로환경 개선 △지역 인재 채용 확대 △외국인 노동자 안정적 정착 지원 △조선산업 기술력 향상과 경쟁력 강화 등 주요 과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조선업 회복의 성과가 지역 일자리와 소비, 상권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노동자 처우개선과 복지, 근로환경 개선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아우르는 상생협력 체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은 거제가 직면한 기형적 불황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출발했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10조 6500억 원을 기록하며 9년 만에 연 매출 10조 원 클럽에 복귀했다. 영업이익도 86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한화오션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2조 6884억 원, 1조 10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 366%씩 증가하는 등 10년 만에 찾아온 슈퍼사이클(초호황)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밑바닥 경제를 움직이는 상권도 붕괴 직전이다. 한화오션 사업장을 품은 옥포동 일대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22년 23.9%(소형 12.8%)에서 지난해 말 35.3%(소형 16.9%)로 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평균(13.8%)의 세 배 수준이다. 인구 역시 2016년 25만 7000여 명을 기록한 이후 유출이 가속하며 지금은 23만 명 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에 양대 조선소를 향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역에 뿌리내려 성장한 만큼 지역사회가 어려울 때 제 몫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지역상생발전기금’이다. 이 기금은 변광용 거제시장의 작년 4·2 재선거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거제시와 양대 조선소가 5년간 매년 100억 원씩 출연해 총 1500억 원을 확보하는 것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조선업이 최악의 불황에 허덕이던 2016년, 국내 최초로 ‘조선업 고용유지 모델’을 도입해 숙련 노동자 7000여 명 실직을 막아내는 등 조선업 회생에 앞장섰던 변 시장은 양대 조선소 경영진을 직접 찾아다니며 전향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그러나 사전 논의나 교감이 없었던 탓에 양대 조선소 경영진은 선뜻 나서지 못했고, ‘기업 팔 비틀기’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여태 협의체 구성조차 못 했었다.
거제시 관계자는 “과거의 사회공헌은 행사 후원이나 상품권 구매 등 일회성, 시혜적 성격이 강했다. 이제는 산업 성장과 지역 성장이 함께 갈 수 있는 제도적 기반, 구조적 틀을 만드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조금 늦었지만 이번 협약이 첫 발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