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상장하면 모회사 30% 저평가"…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김다솔 기자 2026. 3. 2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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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상장 이후 모회사 가치 30% 디스카운트"
2분기 가이드라인 예고…원칙적 금지, 예외 허용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중복상장 쟁점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김다솔 기자

금융당국이 중복상장 규제를 원칙적 제한 기조로 재편한다. 오는 6월까지 상장 심사 단계에서 중복상장을 엄격히 제한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해외에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이사회의 의견 등을 공시토록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임흥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본부장보는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중복상장 쟁점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주주 보호를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하고 가치 훼손되는 부분을 보존을 해 줄 수 있느냐가 반영이 돼야지만 중복상장이 지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게 가이드라인의 기본 방향"이라고 밝혔다.

임 본부장보는 "미국에서는 중복상장이 있더라도 주주의 이익이 훼손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형태"라며 "자회사가 독립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확실하게 인지되고, 자회사가 상장이 됐다 하더라도 자회사가 아닌 것처럼, 모회사의 주주에게도 전적으로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해외 상장을 통한 중복상장에 대한 대응 방안도 언급됐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해외 상장의 경우에는 모회사 이사회가 중복상장에 대한 찬반 입장을 평가·공시하는 방안을 자본시장법에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복상장이란 모회사가 상장된 상태에서 핵심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시키는 구조를 말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모회사 지분이 50% 이상인 중복상장된 자회사는 239개로, 전체 상장사(2539개)의 9.4%를 차지한다.

이날 발제에 나선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복상장이 기업가치 저평가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자회사 상장 이후 모회사 기업가치는 상장 이전보다 30% 이상 저평가되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중복상장 자회사 역시 일반 신규 상장기업보다 기업가치가 20% 이상 낮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도 소개됐다. 홍콩은 유사한 문제의식 속에서 규제를 명문화한 대표적인 사례로, 거래소 사전 승인 절차를 두고 동일 사업의 중복상장을 제한하고 있다. 또 모회사 일반 주주에게 자회사 기업공개(IPO) 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등 주주 보호 장치도 뒀다.

일본은 규제보다는 시장 압박을 통해 중복상장 해소를 유도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TSE)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강화와 소수주주 보호 장치 확대 등을 통해 상장기업 간 지분관계 정리를 압박하고 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규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안상준 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은 "중복상장 금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벤처·혁신 기업의 정상적인 사업 재편과 성장 경로까지 위축시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견·중소기업 계열사에 대한 심사 완화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예외 기준 마련 △규제 예측 가능성 확보 및 경과 규정 정비 등을 제언했다.

안 부회장은 "벤처투자의 주요 회수 수단인 IPO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복상장 규제는 투자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저해할 수 있다"며 "상장된 모회사를 둔 포트폴리오 기업의 상장이 제한될 경우 회수 지연과 펀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다솔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