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인사이드] 검찰, 정유업계 압수수색… ‘정보교환 담합’ 첫 형사 시험대
이 기사는 2026년 3월 25일 오후 3시 38분 조선비즈 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정유 4사의 가격 담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업계 단체인 ‘대한석유협회’까지 압수수색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정보교환 담합’을 전면에 내세운 첫 형사사건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가 공정거래위원회 고발과 기소로 이어질 경우, 2021년 개정 공정거래법이 도입한 새로운 담합 유형이 처음으로 형사 법정에 오르게 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23일부터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대한석유협회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최근 중동 정세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시기뿐 아니라, 과거 유가 변동성이 컸던 시기의 자료까지 폭넓게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까지 겨눈 검찰… ‘정보교환 통로’ 확인
법조계의 시선은 협회 압수수색에 쏠린다. 검찰이 정유사 간 가격 형성 과정을 들여다보며, 협회가 정보교환의 통로였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수사의 근거로는 2021년 12월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 제40조가 거론된다. 가격·생산량 등 경쟁상 민감한 정보를 주고받아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새로운 담합 유형으로 규정한 조항이다. 원가, 출고량·재고량·판매량, 거래조건, 대금 지급 조건 등이 포함된다.
정보교환 담합은 전통적인 가격 합의나 생산량 제한, 입찰 담합과 달리 ‘연성 공동행위(Soft Cartel)’로 분류된다. 경쟁 제한 효과가 비교적 명확한 기존 담합과 달리, 정보교환은 실제 경쟁 제한으로 이어졌는지를 입증하는 과정이 더 까다롭다.
쟁점은 협회의 역할이다. 단순 통계 취합 창구였는지, 아니면 정유사 간 정보를 연결하는 매개였는지가 핵심이다. 공정위는 사업자단체를 통한 간접 정보교환도 위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정보가 외부로 공유되지 않았다면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검찰이 협회까지 압수수색한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회의 자료와 배포 문건, 연락 내역 등을 통해 어떤 정보가 누구에게 전달됐는지를 복원하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검찰이 협회까지 압수수색한 것은 사업자단체를 통해 정보교환이나 접촉이 있었는지 보려는 차원일 가능성이 크다”며 “실무상 협회 주관 모임을 매개로 가격이나 출고량 같은 정보가 오간 정황이 쟁점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협회 내부 문건을 보면 어떤 정보가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입증 쉽지 않다”… 형사처벌까지는 높은 문턱
정보교환 담합은 입증이 쉽지 않다. 대법원은 2015년 라면 가격 사건에서 정보 교환 사실만으로 가격 담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 개정으로 정보교환 자체를 별도 유형으로 규정했지만, 입증 책임은 여전히 검찰에 있다.
특히 이 조항에는 다른 담합처럼 ‘합의 추정’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검찰은 정보교환의 내용과 횟수, 시기, 의도, 실제 가격 흐름과의 연관성을 모두 입증해야 한다.
비교 사례로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시중은행의 담보인정비율(LTV) 사건에 이 조항을 처음 적용한 사례가 거론된다. 당시 공정위는 은행들이 내부 정보를 교환해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보고 2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다만 이는 행정 제재로, 검찰 고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형사 재판에서 요구되는 입증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정유사 측은 국제유가, 환율, 세금, 정제마진 등 시장 요인으로 가격이 비슷해졌을 뿐이라는 입장을 낼 가능성이 크다. 협회 자료 역시 업황 분석이나 정부 대응을 위한 것이라는 반론이 예상된다.
형사 절차의 문턱도 남아 있다. 담합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 대상이지만, 기소를 위해서는 공정위 고발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 고발 없이 시작된 만큼, 검찰이 고발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영치금만 12억 ‘범털’ 된 尹… 밀크 커피 등 141개 품목 구매 가능
- “낡은 전력망 교체에 8700조원”… K전력기기 호황 길어진다
- “불황에도 끄떡없다”…美서 계층이동 사다리로 부상한 간호직
- [주간증시전망] 증시 또 롤러코스터 탈 듯… “공격적인 투자는 금물”
- [체험기] 저장공간 2배로 늘어난 아이폰17e… 가격 매력적이지만 카메라·디스플레이 성능 아쉬워
- [단독] 60대 이상 빚투가 7조7000억원…MZ의 2배
- [법조 인사이드] 리얼돌 수입, 6년 재판 끝 ‘합법’… “미성년 외형만 금지”
- [인터뷰] ‘한강버스’의 캡틴들 “안전이 최우선, 수심·항로·기상 철저 점검“
- 전쟁에도 ‘불닭볶음면’은 잘 팔려…고환율 시기에 주목할 종목
- 기술력은 韓이 앞서지만… 中, 자국 물량 발주 앞세워 친환경선박 시장 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