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가 양화를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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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등으로 전 세계 정치와 경제, 안보 상황이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도 위축된 경제 상황으로 국민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후배 기자는 "경제상황이 악화한다는 표현인가요. 아니면 검은 돈과 바른 돈 등 화폐의 이면을 말씀하는 것인지요"라고 되물어본 기억이 난다.
"경제학에서 악화가 양화를 밀어낸다. 그럼에도 정론을 지키는 일이 손해처럼 보이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그때 버티는 언론만이 끝내 살아남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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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출입처 기자실에서 한 선배 기자가 혹시 '악화와 양화'의 의미를 아느냐고 물었다. 후배 기자는 "경제상황이 악화한다는 표현인가요. 아니면 검은 돈과 바른 돈 등 화폐의 이면을 말씀하는 것인지요"라고 되물어본 기억이 난다.
선배기자는 "30년 가까이 기자생활을 하며 이렇게 힘든 적이 없다"고 탄식했다. 매일 기자실에 나와 보도자료를 그대로 복사해 갖다 붙이기가 아니라 현장을 찾아 발로 뛰며 취재한 일명 '자체생산 기사'를 써도 '인정과 보상'은 없고 사이비 기자활동에 여념인 쓰레기 언론(?)에 돌아간다고 한탄했다. 물론 법과 규정에는 어디까지가 쓰레기 언론인지 정론직필하는 매체인지 경계의 구분이나 개념 정의를 해놓지 않았다.
대중들은 '기레기(쓰레기+기자)'라는 비속어로 기자들을 폄훼하는 슬픈 현실이기는 하지만 아직 이 세상에는 저널리즘과 정의감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는 '체인지메이커, 이슈메이커'로 여러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정론직필하는 언론인이 많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은 경제학에서 유래됐고 이 말은 16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그레셤(Thomas Gresham)의 이론에서 비롯돼 '그레셤의 법칙(Gresham's Law)'이라고도 불린다.
시작은 화폐에서 출발했지만 오늘날은 언론과 사회의 단면을 꿰뚫는다. 현장에서는 정론직필을 지키는 기자들이 도리어 피해를 본다. 사실을 확인하고 균형을 잡으려는 기사보다 의도를 담아 왜곡한 글이 더 빠르게 퍼진다. 취재로 쌓은 신뢰보다 자극으로 끌어올린 조회수가 더 큰 평가를 받는다. 이런 왜곡된 경쟁 속에서 '사이비 언론인'이 판을 흔든다.
이들은 취재보다 관계를 검증보다 거래를 앞세운다. 특정 이해관계를 대변하거나 돈과 맞바꾼 기사를 내보내며 영향력을 키운다. 그 과정에서 사실은 편집되고 진실은 선택적으로 노출된다.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검은 돈이 이 구조를 더 빠르게 키운다. 불법 도박사이트, 보이스피싱 조직, 각종 범죄수익이 세탁 과정을 거쳐 '정상'처럼 포장된다. 그 통로 가운데 하나가 언론이라는 점에서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 흐름은 일부 젊은 층까지 파고든다. 이른바 'MZ조폭'이라 불리는 집단이 등장하고 땀흘리는 노력보다 빠른 돈을 좇는 문화가 번진다. 가상자산을 악용한 불법거래, 도박플랫폼, 조직적 사기 범죄가 결합하며 유혹은 더 강해진다. 비트코인 같은 기술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이를 악용한 범죄 구조가 문제다. 쉽게 번 돈은 쉽게 사라진다. 그 과정에서 무너지는 건 개인의 삶만이 아니다. 사회 전체의 기준이 흔들린다. 정당하게 일하고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순간 공동체의 균형은 깨진다.
언론 역시 같은 길목에 서 있다. 돈과 영향력에 기대는 보도가 늘어날수록 원칙을 지키는 기자는 설 자리를 잃는다. 내부에서조차 기준이 흐려지며 '악화'가 살아남는 구조가 굳어진다. 그러나 방향을 바꾸는 열쇠는 여전히 남아 있다. 언론 스스로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한다. 광고와 이해관계에서 독립하려는 노력, 검증을 우선하는 편집 원칙, 책임을 전제로 한 보도가 다시 중심에 서야 한다. 동시에 독자의 선택도 중요하다. 자극이 아닌 사실을 속도가 아닌 정확성을 택하는 소비가 쌓일 때 변화는 시작된다.
어떤 한 선배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경제학에서 악화가 양화를 밀어낸다. 그럼에도 정론을 지키는 일이 손해처럼 보이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그때 버티는 언론만이 끝내 살아남는다"고. 검은 돈과 사이비 언론이 결합한 구조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신뢰를 잃은 언론은 결국 시장에서도 외면받는다. 남는 건 폐허와 불신뿐이다. 언론은 거래의 도구로 남을 것인가 진실의 기록자로 돌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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