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AI로 되살린 실크로드…과거와 현재 연결한 中일대일로 홍보

한종구 2026. 3. 2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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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 활용해 정적인 전시물을 체험형 콘텐츠로 전환"
신품질 생산력·하이난 자유무역항 등 핵심 정책도 AI 사용
실크로드와 일대일로 설명 (보아오[하이난]=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25일 중국 하이난 보아오포럼에서 중국해운 관계자가 실크로드와 일대일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보아오[하이난]=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전시관 내부에 들어서자 커다란 벽면 가득 펼쳐진 바다가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잔잔한 물결 위로 고대 범선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돛에는 바람 대신 고대부터 현대까지 중국의 교역 기록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25일 오전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포럼 국제회의센터 3층에 마련된 '실크로드의 빛·보아오의 디지털 경계' 전시관에 들어서는 순간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이동하는 하나의 서사가 시선을 끈다.

이 전시는 고대 실크로드와 현대 중국이 추진하는 글로벌 인프라 협력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유럽을 잇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디지털로 결합한 것이다. 과거 유산과 현재 전략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낸 것이 특징이다.

신석기 시대 해양 활동부터 진·한 시기 교역의 시작, 명나라 정화의 대항해에 이르기까지 전시는 시간의 축을 따라 전개된다.

여정의 종착지는 과거가 아닌 현재다.

비단과 도자기, 차와 향료, 은으로 이어지던 옛 교역은 어느새 항만과 물류망, 항로 데이터로 바뀌어 거대한 디지털 지도 위에 재현된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구상이다.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안한 일대일로는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육상·해상 인프라로 잇는 경제 협력 프로젝트로, 현재 150여 개국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에서는 참여국 부채 부담과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 수단이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된다.

전시는 이런 논쟁적 사업을 설명하는 방식에서도 변화를 드러냈다.

수치와 성과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관람객의 경험 속에 메시지를 녹여내는 방식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이다.

전시장 전체는 인공지능(AI), 대형 스크린, 무안경 3D 디스플레이, 이중 화면 연동 기술이 적용됐다.

관람객이 움직이면 화면 속 항로가 변하고 정적인 유물은 디지털 영상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주최 측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중국해운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정적인 전시물을 체험형 콘텐츠로 전환했다"며 "관람객이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크로드 유산을 디지털로 재구성해 전통문화와 현대 기술을 결합했다"며 "이를 통해 상호 이익과 협력을 강조하는 실크로드 정신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신품질 생산력 홍보관 (보아오[하이난]=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25일 중국 하이난 보아오포럼 행사장에 베이징 이좡 경제기술개발구가 설치한 신품질 생산력 홍보관 모습.

시 주석이 강조하는 '신품질 생산력'(新質生産力)을 전면에 내세운 전시관도 포럼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신품질 생산력 모범지역 조성'을 주제로 꾸려진 이 전시관은 중국 첨단 제조업과 혁신 산업의 집적지로 꼽히는 베이징 이좡(亦庄) 경제기술개발구가 조성했다.

전시장에는 반도체, AI, 바이오·헬스, 스마트 제조 등 전략 신흥산업 분야의 대표 성과들이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중국이 추진하는 산업 고도화와 기술 자립 전략을 드러낸 것이다.

신품질 생산력은 시진핑 주석이 2023년 9월 헤이룽장성 시찰 당시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기존의 노동·자본 투입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 기술 혁신과 데이터, 인재를 핵심 요소로 삼는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중국 당국은 이를 두고 "첨단기술 기반 위에서 고효율·고품질을 특징으로 하는 생산력"이라고 정의하며, 향후 경제 구조 전환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핵심 축으로 강조하고 있다.

하이난성 전체를 특별 세관구역으로 지정하는 '봉관'(封關) 운영 성과를 소개하는 전시관도 마련됐다.

하이난 전시관에서 첨단 기술을 앞세운 혁신 이미지를 부각했다.

인공지능 기반 로봇 해설사, 인지장애 VR 치료 시스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칩 등 첨단 기술이 집약적으로 공개되며 지역의 기술 경쟁력을 과시했다.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는 구조를 통해 기술 성과를 '보는 것'에서 '느끼는 것'으로 전환한 점도 눈에 띄었다.

단순한 체험을 넘어 하이난이 디지털 헬스케어와 미래 산업 분야에서 빠르게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됐다.

세계 각국에서 온 보아오포럼 참석자들에게 자국의 정책을 설명하기보다 체험하게 하고, 설득하기보다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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