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HMM 노조, 청와대 앞 집결…“졸속 이전 중단” 정부 압박

이혜미 기자 2026. 3. 2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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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기간산업 흔드는 정책 개입” 강경 비판
육상노조 중심 투쟁 선언…해상노조도 첫 공개 연대
주총 앞두고 갈등 고조…협상은 12차례째 ‘평행선’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HMM 육상직원노동조합이 부산 본사 이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출처= 이혜미 기자]

HMM 노동조합이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정면 겨냥했다. 노조는 본사 부산 이전 추진 중단과 정책 개입 철회를 요구하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는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조합 동의 없는 본사 이전 강행 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정부와 경영진은 국가 기간산업을 흔드는 졸속 행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발표문에서 ▲본사 이전 계획 즉각 중단 ▲경영 정상화 방안 및 노사 합의안 제시 ▲정부의 경영 개입 및 인사 외압 중단 등을 요구했다. 특히 정부가 대주주 지위를 활용해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해운업을 지역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자체가 산업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해운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라며 "정치적 판단에 따라 기업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 해운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 기간산업 흔드는 졸속 행정"...노조 강경 기조

정성철 사무금융노조 HMM지부장은 이날 발언에서 본사 이전 추진을 '정치적 이해득실에 매몰된 행정 행위'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 지부장은 "창립 50주년이라는 경사스러운 날에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축하가 아닌 강압적인 본사 이전과 파업으로 내몰리는 현실"이라며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0년간 서울과 부산의 이원 운영을 통해 효율성이 입증된 구조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은 경영 효율성을 저해하고 숙련 인력 이탈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제 이전은 단순한 주소지 변경이 아니라 해운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조치"라며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수출입 물류 차질과 글로벌 해운동맹 내 퇴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국정과제라는 명분 아래 충분한 협의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본사 이전이 필요하다면 밀실에서 결정하는 독재적 방식이 아니라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HMM 육상직원노동조합 기자회견에서 정성철 육상노조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출처= 이혜미 기자]

◆해상노조까지 가세…'육상+해상' 공동 전선 형성

이날 현장에는 해상노조인 HMM해원연합노동조합도 참석해 연대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본사 이전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개 발언을 자제해온 해상노조가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성근 HMM해원연합노동조합 위원장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노동자의 삶이 일방적으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연대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 방향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본사 이전 문제 역시 충분한 의견 수렴과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며 "지역 간 대립이나 노사·노노 갈등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문제는 단순한 지역 이슈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구성원의 삶이 직결된 사안"이라며 정책 결정 과정의 신중함을 거듭 요구했다.

◆주총 앞두고 분수령…노사 협상 '평행선'

노조는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전후해 본사 앞 집회 등 투쟁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4월 초에는 총력투쟁 결의대회도 예고한 상태다.

노사 협상은 현재까지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양측은 약 12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다. 교섭은 매주 또는 격주 단위로 이어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정성철 지부장은 "정부 입장이 바뀌지 않는 이상 노사 협상만으로 상황이 달라지기는 어렵다"며 "사측 역시 정책 기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HMM은 이날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2명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노조는 이사회 재편 이후 본사 이전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사진 구성이 바뀐 뒤 4월 이사회에서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안을 상정하고, 5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이를 확정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다만 사측은 본사 이전과 관련해 공식적인 로드맵이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최원혁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 역시 공개 발언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본사 이전을 넘어 정책 개입과 경영 자율성 간 충돌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갈등이 본격화될 경우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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