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케 몬(열려라 문)’…도쿄 새 명소 ‘몬 다카나와’ 가보니[르포]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6. 3. 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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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구마 겐고가 설계한 ‘작품’
지상 3층서 시작해 지상 6층까지
나선형으로 이어지는 공간 구조
대형 전시장·디지털 극장 등 갖춰
전통·현대 아우르는 전시 공간 넘어
문화 생산·실험·유통의 플랫폼으로
일본 도쿄 미나토구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에 들어선 신개념 뮤지움 ‘몬 다카나와: 더 뮤지움 오브 내러티브즈(MoN Takanawa: The Museum of Narratives)’ 모습. [도쿄 이승훈 특파원]
‘히라케 몬(열려라 문)’

일본 도쿄 미나토구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시티)’에 낯선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JR 다카나와 게이트웨이역을 나서자마자 시야에 들어오는 이곳은 ‘뮤지엄’을 지향하지만, 일반적인 뮤지엄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건물의 주인공은 오는 28일 개관하는 ‘몬 다카나와: 더 뮤지움 오브 내러티브즈(MoN Takanawa: The Museum of Narratives)’다. 정식 개관에 앞서 25일 진행된 기자단 사전 관람 행사에서도 건물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우선 건물은 낮게 깔린 형태와 목재를 활용한 외관, 그리고 층층이 말려 올라가는 듯한 구조로 인해 하나의 이야기를 펼치는 듯한 느낌을 줬다. 건물을 지은 철도 회사인 JR동일본 측은 “전시를 보는 곳이라기보다 문화를 체험하는 장으로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일본 도쿄 미나토구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에 들어선 신개념 뮤지움 ‘몬 다카나와: 더 뮤지움 오브 내러티브즈(MoN Takanawa: The Museum of Narratives)’의 로고. [도쿄 이승훈 특파원]
이 건물의 외관을 맡은 것은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구마 겐고다. 그는 콘크리트 대신 목재와 자연을 강조하고, 건축물을 주변 환경과 연결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0 도쿄 올림픽’이 치러진 신국립경기장과 도쿄 도심의 네즈미술관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몬 다카나와는 JR동일본이 2020년 착공해 지난해 3월 일부 문을 연 시티의 핵심 건물 가운데 하나다. 6000억엔(약 5조65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한 이곳에는 기존의 대형 오피스 건물과 쇼핑몰, 호텔, 국제학교에 더해 문화공간이 생기면서 마침내 최종 완공에 이르렀다.

몬 다카나와는 지하 3층, 지상 6층의 건물이다. 내부에는 일반적 형태의 대형 전시장도 있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콘셉트의 콘텐츠를 보여주는 극장 형태의 전시공간도 있다. 일본 전통 바닥재인 다다미를 깔아서 만든 공연장도 이번에 선보였다. 최대 25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융합된 일본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몬 다카나와에 들어선 공연장인 ‘다다미’. 일본 바닥재인 다다미 100개 깔린 곳으로 사람들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 편히 쉬거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건물은 지하부터 옥상까지 공간이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공연장이 층으로 나뉘어 있다는 느낌보다는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형태다. 나선형(스파이럴)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한 방향으로만 이동해도 계속해서 다른 층의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건물 이름인 몬 다카나와에서 ‘몬’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문(門)’이다. 이는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는 입구이자, 새로운 세계와 자신을 만나는 장소라는 의미도 갖는다.

다른 하나는 ‘질문(問)’의 뜻이다. 이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질문을 던지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두 한자 모두 일본어 발음으로 ‘몬’이 된다.

JR동일본 측은 “두 가지 의미를 조합하면 사람들과 함께 미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장소”라며 “이곳이 에도 시대 때에는 관문 역할을 했던 ‘다카나와 오키도’가 있었던 것도 이름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몬 다카나와 5층의 박스1500에서 진행되는 ‘구루구루(빙글빙글)전’의 전시물 모습. [JR동일본]
몬 다카나와는 오는 28일 개관과 함께 ‘사는 것 자체가 문화다(Life as Culture)’라는 콘셉트로 테마 전시를 진행한다. 우선 나선형 건물에서 착안한 ‘구루구루(빙글빙글)전’ 전시가 5층 대형 전시장인 박스1500에서 9월 하순까지 열린다.

이 전시는 은하의 회전부터 인간의 사고까지 세상을 구성하는 ‘순환과 반복’의 구조를 탐구한다. 단순한 시각적 체험을 넘어 ‘왜 우리는 반복하고, 연결되며 살아가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내달 22일 한 달간 진행되는 ‘불새:망가로그’ 전시다.

불새는 일본 만화계의 선구자인 데즈카 오사무가 평생에 걸쳐 연재한 역작이다. 대형 디지털 전시장인 박스1000에서 펼쳐지는 이 전시는 만화를 ‘읽는 것’에서 ‘체험하는 것’으로 확장했다. 대형 영상과 음악, 조명 등을 활용해 관객을 몰입시키는 체험형 만화 콘텐츠를 탄생한 것이다.

몬 다카나와의 공연장 박스100에서 내달 22일부터 한 달간 진행되는 ‘불새:망가로그’ 상영 모습. [도쿄 이승훈 특파원]
내용은 서기 3404년을 배경으로 한다. 인공지능(AI)이 완전히 지배하는 세계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은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AI와 환경 문제를 배경으로 한 미래 서사는 결국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1967년도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소름 끼칠 정도의 예언이 펼쳐진다.

몬 다카나와는 개관과 동시에 21일간 페스티벌도 진행한다. 건축가와 작가, 음악가, 공예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참여해 토론하고, 전시하고, 공연한다. 특히 ‘100년 후에 남기고 싶은 문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전시는 이 공간의 문제의식을 명확히 드러낸다는 평가다.

물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몬 다카나와 6층의 ‘달 전망대’ [도쿄 이승훈 특파원]
행사를 총괄한 프로듀서인 고야마 군도는 “이번 이벤트는 문화의 완성된 결과를 보여주기보다 문화가 태어나는 순간인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생각이 교차하는 지점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뒀다”며 “전통과 혁신, 과거와 현재와 미래, 일본과 세계를 잇는 문화의 문을 열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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