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 6명 성추행한 목사, 처벌 안 받고 타 교단 활동…"나는 죄에서 빠져나왔다"
신뢰 이용해 수년간 성폭력 의혹
피해자 6명…미성년자도 포함
문제 드러나자 치리 없이 교단 탈퇴
경찰 수사 중에도 타 교단 활동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인연이 없었다. ㅇ교회는 그런 교회였다. 서울 일대 고등학교 찬양팀들을 연합해 만든 선교 단체의 리더였던 이 아무개 씨는 2009년 서울 강서구에 ㅇ교회를 개척했다. 이후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그와 함께했던 이들도 교회에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개척 멤버 10여 명 대부분 20~30대 청년이었다. 각자 결혼해 부모와 배우자를 전도하고, 아이들이 태어나 어린이부 세대가 됐다. 결혼 주례도 이 씨가 섰고, 세례도 이 씨가 집전했다. 어린 자녀들과 나이 든 부모의 신앙도 이 씨의 손을 거쳐 심어졌다.
청소년기 시절부터 자녀를 낳고 가정을 꾸리기까지 지근거리에서 함께 신앙생활해 온 교인들과 이 목사 사이는 '가족'처럼 가까웠다. 이 씨도 여느 권위적인 목사와는 달라 교인들을 친근하게 대했다. 교인들은 주일예배뿐만 아니라 수요·금요 예배, 평일 오전 중보 기도 모임, 목장 리더 모임, 주말 어린이 사역까지 일주일에 서너 번 넘게 교회를 오갔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사실상 교회 직원 역할을 수행하며 헌신하기도 했다.
교회는 작지만 탄탄하게 성장해 갔다. 한때는 교인이 100명을 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교회의 성장은 교계 내에서 주목받았다. 다음 세대가 부흥하는 교회,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 원로)가 주도하는 '예수 동행 일기' 프로그램을 잘 도입한 교회로 여러 채널에 소개돼 이름이 알려졌다. 이 씨는 감리회 내 각종 교역자·평신도 수련회에 강사로 초청받고, 감리교신학대학교 채플 강단에도 서는 등 교회 밖 네트워크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피해자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
이 씨가 교인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왔다는 의혹은 지난해 4월 드러났다. 교인 A가 담임목사로부터 지속적으로 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B에게 알리면서 교회를 떠나겠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B가 남편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순식간에 피해자가 두 명 드러난 데 이어, 이후 주변 교인들과의 대화 과정에서 B의 언니인 C, 이 목사 딸의 친구이자 청년 교인인 D의 피해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후 이 씨가 잘못을 시인하는 과정에서 E·F의 피해까지 추가로 확인했다. 드러난 피해자만 6명이었다.
피해자들은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 씨가 2021년 무렵부터 사건 공론화 전까지 예배 전후로 악수하며 손바닥 안쪽을 긁거나, 교회 계단이나 좁은 통로 등에서 사람들이 보지 않는 사이 신체를 접촉했다고 말했다. "날 위해 지금처럼 예쁘게 와", "오늘 치마 아주 예뻤다. 내일 또 입고 와라~♡ 일찍 와서 내 옆자리에 앉기~^^", "설렜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ㅜㅜ 예쁜 건 네 죄 ㅎㅎ", "가끔 살포시 안아 줘 ㅜㅜ"라는 메시지를 받거나, "어머니가 지금 사모 말고 너와 결혼했으면 좋았겠다고 말씀하셨다"라는 말을 들은 사람도 여럿이었다. 심지어는 호텔 이름과 객실을 보내며 그곳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서로의 피해를 나누며 이 씨가 성폭력을 저질러 온 패턴이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개 오랫동안 이 씨와 신뢰를 쌓아 온 교회 핵심 구성원이었고, 교회에 가족들이 함께 다니는 기혼 여성이었다.


"나 혼자만 그런 줄 알았다. 내가 피해 다니면 될 거라고 생각했고, 나만 참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사람들이 교회를 다닐 수 있는데, 이걸 터뜨려야 하나 싶었다.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바로 고소했을 것이다. 근데 교회라는 특성이 있었다. 남편이 결혼해서 처음 나온 교회가 여기였다. 전도해서 데리고 간 사람이 난데, 성폭력을 당했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나." (E)

"죗값을 치르겠다"며 사임 요구를 받아들였던 이 씨는 일주일 후 입장을 번복했다. 다른 교인들에게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모함이라는 문자를 보내고, 방송실과 목양실 문을 잠그고 버티기도 했다. 피해자들이 교인들 앞에 나서서 성범죄 사실을 알렸음에도, 교회에서는 이 씨의 사임 처리를 미루며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결국 피해자들은 직접 서울남연회에 연락해 치리를 요청하고, 2025년 6월 4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교단 탈퇴 후에도 타 교단 버젓이 설교 |
그러나 이 씨는 교단 탈퇴 이후에도 목회 활동을 이어 갔다. 경찰 수사 진행 중이던 올 2월, 그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김포 ㅈ교회 강단에 섰다. 서리집사 임직식 예배였다. 해당 교회 이 아무개 담임목사는 이 씨에 대해 "여러 차례 세미나로 섬겨 주신 적이 있고, 바로 3~4주 전에는 교사 세미나로 만났다"고 언급했다.
이 씨는 설교에서 자신이 과거 잘못을 저질렀지만, 죄를 뉘우쳐 용서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는 금요 기도회 전날 잠을 자지 않고 아내 몰래 일어나서 음란물을 보고 설교를 인도하러 갔던 목사였다"라면서 "제가 이렇게 고백할 수 있었던 건 지금 거기서 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회 안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음란과 동일한 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씨는 "음란과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많은 욕심·정욕·시기·질투는 동일한 죄다. 성경은 시기와 질투가 전형적으로 귀신 들린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교회 안에서 분란을 일으키고 영적인 흐름을 깨뜨림에도 전혀 죄책감이 없다. 오히려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어, 교회를 지키는 거야, 성도들이 눈을 떠야 해'라고 하면서 교회와 관계를 무너뜨린다. 이것 또한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을 더럽히는 죄"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성폭력 의혹으로 수사받는 목사가 다른 교단에서 버젓이 설교를 이어 가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 자체로 2차 가해임에도 아무런 제재 없이 피해자들이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에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교단에 범행을 알렸지만 아무런 지원이 없어 직접 고소장을 작성했고, 오히려 경찰의 도움으로 국선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고립돼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교단 간 최소한의 정보 공유나 대응 체계도 없나. 교단에서는 퇴회 후 아무런 조치가 없었고, 아무도 성폭력대책위원회 등 지원 체계를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교회에서 발생한 사건인데, 법률 조언을 해 줄 변호사를 연결해 주거나 자문해 주는 시스템이 아예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씨가 다른 교단 교회에서 설교를 이어 간 것에 대해, 소속 교단이었던 감리회에서는 제재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서울남연회 송근종 총무는 3월 23일 통화에서 "퇴회는 목사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재판을 통해 처리하면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고, 어차피 퇴회와 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본인이 자발적으로 탈퇴하겠다고 하니 즉각 처리한 것이다. 현재 이 씨는 감리회 소속 목사가 아니고, 외부에서 목사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교단과 무관하다. 계속 목회하겠다고 해도 우리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감리회 총회 성폭력대책위원회는 3월 13일 서울남연회에 공문을 보내 자진 퇴회를 받아 준 것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자진 퇴회는 행정 절차이지 징계로 볼 수 없다. 중징계가 불가피한 가해자의 퇴회를 제한하는 것이 사회적 법률과 기준에 합당하다"며 "단순 퇴회가 아님을 공식 기록으로 남겨, 가해자가 다른 경로로 목회 현장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여전히 교회 남은 피해자들 |
피해자들은 여전히 상담센터에서 트라우마 상담을 받으며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을 알리기로 한 이유가 이 씨를 벌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라고 했다. 같은 피해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서다. 일부 피해자는 여전히 ㅅ교회에 출석한다. 노령의 부모가 다니고, 이제 막 신앙을 가진 가족을 또 다른 낯선 교회로 데려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교회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한 목회자의 범행이 교회 전체를 파괴할 수 없다는 실낱같은 믿음이 이들을 붙들고 있다. 그러나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마주한 댓글 대부분은 '왜 교회를 계속 다니냐',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는 반응이었다.
C는 "기사가 나간 뒤 댓글들을 보면서 '내 말 한마디로 교회가 무너지는 건가'라는 죄책감이 들었다. 모든 교회와 모든 목회자가 그런 것은 아닌데, 일부 사례로 전체가 왜곡되는 게 속상하다. 신앙인들도 목회자를 맹신하거나 돈을 바치는 사람처럼 비쳐서, '내가 이런 말을 들으려고 이야기를 시작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교회가 교회답게 계속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마음이 힘들다"고 말했다.
D도 이번 일로 교회에 크게 실망했지만, 쉽게 떠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이후 교회를 아예 떠나려고 마음먹었지만 오랜 신앙을 완전히 내려놓기는 쉽지 않았다. 다른 교회로 가 보려 해도, 사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 새로운 공동체에 가는 게 두려웠다. 결국 익숙한 사람들과 공동체가 있는 이 교회에서 버텨 보자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E는 "어릴 때부터 목사의 말을 따르는 것이 '순종'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교회는 목사가 아닌 교인이 지키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3월 13일 강제 추행 및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이 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뉴스앤조이>는 23일 이 씨의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했지만, 그는 "변호사와 이야기하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 씨는 부장검사 출신 성범죄 전문 로펌 변호사를 선임했다. 변호사 측은 <뉴스앤조이> 질의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라면서도 "범행을 인정했다는 자료는 자유롭지 않은 환경에서 생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수진 sjnah@newsnjo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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